[그 정보가 알고 싶다] 최저임금위원회와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 공개해야

1만 320원. 2026년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이 지난 10일 결정되었다. 일하는 사람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야 할 최저임금은 누가 결정하는 것일까?
고용노동부(아래 노동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아래 최저임금위) 위원들이다. 이들은 노동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사용자위원은 노동부 장관이 지정한 단체에서 추천하고, 근로자위원은 노동조합이 추천하지만, 그중 누구를 위원으로 제청할지는 노동부 장관 몫이다.
최저임금위는 4월부터 회의를 열고 최저임금안을 논의한다. 언론을 통해 늘 보도되듯, 근로자위원이 제시하는 금액과 사용자위원이 제시하는 금액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90일이라는 기한 내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해 ‘심의촉진구간’이 제시된다. 합의할 상하한선을 설정하는 것으로 공익위원들이 산정한다.
올해 논의에서 공익위원이 제시한 하한선은 1만 210원, 상한선은 1만 440원이었다. 그 중간값 1만 325원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으로 합의된 것을 보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열쇠는 공익위원들이 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4년 임명되어 3년간 활동할 현 13대 공익위원은 교수와 연구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2000~2006년 활동한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를 제외하면 공익위원은 언제나 교수, 연구원, 그리고 위원회 상임위원뿐이다.
각양각색의 노동자와 사용자를 대변하기에는 다양성이 부족해 보이지만, 이들의 해박한 전문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결정하는 상하한선 책정 기준과 관련해서는 ‘공익’이 아닌 그때그때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이현령비현령 ‘심의촉진구간’
최저임금위 자료에 따르면, 하한선 제시의 근거는 2025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가 1.8%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상한선 4.1%라는 수치는 2025년 국민경제 생산성 상승률 전망치에 직전 3개년 누적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최저임금 인상률의 차이를 더한 수치이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임금 기준을 구매력에 한정하는 하한선 기준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상한선에 있다. 공익위원이 제시하는 ‘국민경제 생산성 상승률 전망치’는 경제가 성장한 만큼, 또 물가가 오른 만큼은 임금을 올리되, 일하는 사람 수가 늘어난 만큼 개별 노동자의 몫에서 빼야 한다는 관점을 반영한다. 다시 말해, 경제 전체 파이가 커진 것은 인정하지만 나누어 먹을 사람도 늘어났으니 1인당 몫은 그만큼 줄어들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한편, 이 값에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최저임금 인상률의 차이’를 더한다는 것은 그간 물가의 오름세를 최저임금이 따라잡지 못해 감소한 실질 소득분을 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왜 하필 직전 3개년간의 수치만을 적용하는 것인지, 왜 그것이 하한선에는 적용될 수 없는지는 알 수 없다.
상하한선을 정하는 기준은 일관적이지도 않다. 최저임금위 발표 자료를 토대로 역대 근거를 살펴보면 적용하는 수치나 산식이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에는 ‘물가상승률+생계비 개선분’이 하한선의 기준이 되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3년에는 같은 산식이 상한선의 기준이 된다.
2020년에는 산식을 알 수 없다. 2020 최저임금위 활동보고서에는 “공익위원은 하한인 0.349%는 ’20년 1분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고려했으며, 상한인 6.1%는 유사근로자 임금 및 생계비 인상률 등을 고려하여 산정했다고 답변하였다”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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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이유는 최저임금위가 방청이나 회의 영상 촬영, 기자 참관도 불가능한 ‘밀실 회의’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속기록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회의가 끝난 뒤에야 배포되는 요약 자료, 그리고 1년여가 지나 편찬되는 활동보고서를 참고해 대략적인 상황만 그려볼 수 있다.
나를 대변하는 위원이 성실히 심의에 임하는지, 공익위원은 ‘공익’을 대변하는지, 노사는 어떻게 협의한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최저임금은 일하며 살아가야 하는 수많은 시민의 삶을 결정짓는데, 정작 시민은 그 결정 과정을 알 수 없는 것이다.
빈곤층의 생사를 결정하는 이는 누구인가?
7월에 중요한 회의가 또 하나 열린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생활보장위원회(아래 중생보위)가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는 회의이다. 기준중위소득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 소득의 중윗값으로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산정을 포함해 소득을 기준으로 한 각종 복지사업에 기준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시민들 특히 빈곤에 놓인 사람들 생계와 사회적 생활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를 결정하는 이들은 관계 부처(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교육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장차관 6명, 공공부조 또는 사회복지 관련 학문의 전문가 5명, 그리고 공익위원 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생보위의 전문가와 공익위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명한다. 최저임금위와 마찬가지로 이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시민들보다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기 쉬운 구조다.
최저임금과 마찬가지인 점은 또 있다. 시민들이 기준중위소득 결정 과정을 결코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회의 요약 자료를 공개라도 하는데, 중생보위는 무엇도 공개하지 않는다. 정보공개청구를 거쳐야 결과보고서를 받을 수 있다.

전년도 회의 결과를 읽어보면 복수의 2025년도 기준 중위소득(안)을 두고 대립이 있었다는 것만 알 수 있고, 정작 그 안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누가 무엇을 두고 대립했는지도 알 수 없다. 다음 회의 결과 보고에는 결정된 기준중위소득과 급여 수준만 적혀 있다. 어떤 상황과 맥락에서 최종 결정이 이뤄진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중위소득
이처럼 밀실에서 결정된 기준중위소득에는 실제 소득 중윗값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곤 한다. 2020년부터 중생보위는 통계청이 공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기준중위소득을 산정하고 있다. 이 경우 기준중위소득이 크게 오르기 때문에, 2021년부터 6년에 걸쳐 증가분을 조금씩만 반영하기로 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바탕으로 최근 3년간 중위소득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올랐는지 계산한 뒤(평균증가율), 여기에 기존 격차를 줄이기 위한 추가 인상분(추가증가율)을 더해서 전년도 기준중위소득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중생보위는 2023년을 제외하고는 이 방식을 지키지 않고 제멋대로 고무줄 산식을 적용하고 있다.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평균증가율이 4.6%였지만 중생보위는 이를 1%로 조정하여 적용하였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4.32%→3.02%, 2024년에는 4.34%→3.47%로 적용했다. 이는 급여액의 마땅한 인상을 억제하고, 생계급여 등을 수급받을 수 없는 가구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불렀다.
평균증가율을 제대로 반영했다면 2018~2024년 생계급여가 1인가구 56.3만 원에서 88.5만 원, 4인가구는 143.6만 원에서 225.6만 원으로 상승해야 했지만, 실제 생계급여는 1인 가구 50.2만 원에서 71.3만 원, 4인가구 135.6만 원에서 183.4 만 원으로 인상되는 데 그쳤다. 더불어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으로는 170만여 가구가 생계급여 수급 대상으로 집계되지만, 기준중위소득은 88만여 가구만이 수급대상자로 집계함으로써 실제로는 도움이 필요한 빈곤층이 지원에서 제외된 것이다 (기초법행동의 보고서).
중생보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누구를’, ‘얼마나’ 지원할지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핵심 논의기구이다. 그런데 ‘누가’ ‘어떻게’ 이런 식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을 세우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결정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나 기준중위소득처럼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회의는 공개되어야 마땅하다. 지자체의 여러 안건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의회는 누구나 시청하고 회의록을 열람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정작 이러한 회의들은 따로 꾸려진 ‘위원회’, 그리고 그 안에 꾸려진 ‘소위원회’ 등에서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누군가의 생계와 생활을 결정하는 수치이지만, 적당히 정부의 입김 따라 인상을 억제하는 방향이 되어도 책임을 묻거나 항의하기 어렵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이런 회의를 누구나 시청할 수 있고 결정 과정을 알 수 있도록 회의공개법 제정을 요구해 왔다(관련 글1)(관련 글2). 윤석열 정부와 같은 비공개 남발 정부는 이제 설 자리가 없다. 이제 더는 밀실 회의를 방치하지 말고 회의공개법 제정을 통해 시민의 알 권리와 민주적 의사결정제도를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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