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계엄 알고도 침묵한 조태용 전 국정원장, 구속 당연하다
– 민주주의와 헌법을 수호하는 정보기관으로 다시금 거듭나야 –
- 1.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오늘(11월 12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늘 새벽, 내란특검이 지난 7일 조 전 원장을 상대로 정치 관여 금지 위반(국정원법 위반), 직무유기, 위증,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발부했다.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국회에 보고하지 않고 침묵한 행위는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직무를 유기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구속은 당연하다. 이번 구속을 계기로 국정원이 본연의 직무는 저버린 채 정치에 개입하는 역사적으로 반복되어온 행태를 바로 잡고, 민주주의와 헌법을 수호하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 2. 국가정보원(약칭 ‘국정원’)은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 및 보안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설립된 비밀정보기관이다(정부조직법 제17조 제1항, 국정원법 제1조). 국정원 설립의 기본 목적은 ‘국가안전보장’이고, 여기서의 ‘국가’는 주권자의 결단으로 세워진 현행의 헌법체계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국가안전보장 최일선의 업무를 담당하는 국내 최대의 비밀정보기관인 국정원은 윤석열과 그 동조 세력이 상당한 기간 동안 준비해 온 친위쿠데타, 즉 내란행위에 대해 어떠한 사전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또한 12·3 불법계엄이 실행되어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국정원법 제15조 제1항에 따른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
- 3. 오히려 조태용 전 원장은 홍장원 전 제1차장의 불법계엄 관련 문제제기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국민의힘에만 홍 전 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내부 CCTV 영상을 제공하는 한편,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출석하여 사실과 다른 허위의 답변을 하였으며, 비화폰 서버기록을 삭제까지 하였다. 특히 최근 내란특검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도발을 야기하여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상태를 일부러 조장하는 등의 일반이적혐의로 윤석열 등을 기소하였는데, 다양한 정보원을 확보해서 북한 관련 정보를 가장 잘 확인하고 있다는 국정원이 이러한 사실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을리 없다.
- 4.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이라 지칭하고, “공산주의, 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한다”고 발언 한 바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간첩법 개정과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조태용 전 원장 또한 “현재 수사권이 하나도 없어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하였다. 국정원 대공수사단장을 했다는 국정원 전직 직원은 실명과 얼굴을 언론에 공개하며 국정원에 수사권이 부여되어야만 간첩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 5. 그런데 국정원이 간첩이나 국가보안법위반 행위자들을 직접 검거하지 못함으로 인해 국가안보에 엄청난 위험이 초래되고 있다는 이러한 주장들은, 현직 대통령이 직접 주도한 내란으로부터 국가공동체를 지켜낸 최근의 역사를 돌아보면 한낱 철지난 투정이다. 12·3 내란의 밤 당시 시민들이 확인한 것은 헌법체제를 파괴하는 반국가세력이 다름 아닌 내란수괴 윤석열과 이에 동조한 조태용 전 원장과 같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이었다.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반국가세력’을 처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헌법상 기본원리인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자체를 압살해버리겠다는 반국가적 의지의 표현이었던 셈이다.
- 6. 이제 국정원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의 전직 원장들(원세훈·남재준·이병기·이병호)에 이어 윤석열 정권 시기의 조태용 전 원장까지 구속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모든 국가기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설립·운영되듯이 비밀정보기관 또한 그 조직과 활동이 헌법적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새로운 정부 출범 후 국정원에서 내부감찰을 진행했다고 하지만, 이번 상황을 계기로 다시금 지난 정권에서의 불법행위는 없었는지, 내란행위와 일반이적행위의 모의·예비·준비·실행 단계에서 국정원 역량이 조력하거나 투여된 것은 없었는지, 내국인에 대한 위법한 사찰행위는 없었는지, 국정원 전직 임직원들이 재직 중 정보나 지위를 활용한 정치개입이나 선동은 없었는지 등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와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민주공화국 헌법체계가 다시는 국가안전보장이라는 미명하에 위협받는 일이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7. 이에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과거 참여정부때 국정원 내에 설치한”국정원과거사발전위원회”의 선례에 따라 시민단체등 외부위원과 조사관을 한시적으로 위촉하여 윤석열정부 국정원의 12·3 내란불법행위 관여 여부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조사하는 방안도 제안한다. 국민주권정부의 국정원은 완전한 내란종식과 심판 그리고 민주공화국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쇄신의 차원에서 이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를 바란다. 끝.
2025. 11. 12
국정원감시네트워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한국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