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그동안 정부가 비공개한 문제적 기업들, 처음으로 공개합니다

2025.11.25


[그 정보가 알고 싶다] 3년 치 중대재해 기업명, 정보공개센터 정보공개 소송으로 첫 공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발생한 중대산업재해는 모두 887건이다. 이 사고로 943명이 숨지고 152명이 다쳤다. 그러나 이 사고들이 어떤 기업에서, 어떤 원·하청 구조 속에서 되풀이되고 있었는지는 지금까지 누구도 확인할 수 없었다. 고용노동부가 원청·하청 기업명을 비공개해 왔기 때문이다.

그 관행이 최근 법원 판결로 깨졌다. 정보공개센터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기업명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따라 처음으로 원청·하청 실명이 포함된 전체 자료를 공개했다. 중대재해가 어느 기업에서 반복되고 있었는지를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료를 살펴보면, 먼저 눈에 띄는 지점이 있다. 2024년 중대재해는 436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211건, 2023년 240건과 비교하면 수치상으로는 증가했지만 이 수치를 단순 비교해 “중대재해가 폭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024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모든 기업으로 확대되면서, 그동안 통계에 잡히지 않던 중소·영세 사업장의 사고가 새롭게 포함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도별 총량 비교만으로 산업현장의 위험이 악화됐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중대재해, 같은 기업에서 반복된다


▲최근 3년간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원청기업 현황2024년 중대재해가 발생한 원청기업은 403개였는데, 이 가운데 37개 기업은 2022년 또는 2023년에도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이었다(고용노동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함)정보공개센터

법의 적용 대상이 확대되어 더 많은 산재가 발견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공개 자료를 통해 드러난 심각한 문제는 사고가 매번 같은 기업들에서 반복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887건의 사고는 730개의 원청에서 발생했지만, 그 가운데 상위 10%에 해당하는 73개 기업이 전체 사고의 25% 이상(226건)을 차지했다. 사고는 산업 전반에서 무작위로 벌어진 것이 아니라, 일부 기업에서 집중적으로 되풀이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주목할 점은 2024년 사고기업 중 ‘반복 기업’의 규모다. 2024년 중대재해가 발생한 원청기업은 403개였는데, 이 가운데 37개 기업은 2022년 또는 2023년에도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이었다. 법 적용 범위가 달랐던 지난 3년 동안에도, 이들 기업에서는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대우건설, 현대건설,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는 물론, 한국전력공사, 산림청, 포항시청 등 공공기관도 포함된다.

이 가운데 3년 연속으로 노동자가 사망한 기업은 11곳이나 된다. 대우건설은 3년 동안 11건의 사고로 12명이 사망했고, 현대건설과 롯데건설도 각각 9명이 사망했다. 사고는 대부분 위험 공정에 투입된 하청 노동자에게서 발생했으며, 추락 사고 비중이 매우 높았다.

원청·하청별 중대산업재해 발생 현황(2022~2024) (고용노동부 정보공개자료 분석)정보공개센터

사고 건수를 원하청 구분 별로 살펴보면, 전체 887건 중 552건(62.2%)이 하청에서 발생했고, 사망자 역시 602명(63.8%)이 하청 노동자였다. 원청의 포괄적 안전의무를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위험은 여전히 하청에 집중돼 있었다. 반복 기업의 사고 대부분이 하청 사업장에서 일어난 것은, 원청의 안전관리 체계가 하청 작업환경까지 실질적으로 미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울산 화력발전소 사고 기업도 중대재해 명단에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해체 공사를 하도급 받아 진행한 코리아카코 석철기 공동대표 등이 15일 사고 현장 앞에서 사과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6일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에선 보일러 타워 해체 공사 중 타워가 붕괴해 작업자 7명이 매몰됐으며 모두 시신으로 수습됐다.연합뉴스

공개 자료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최근 울산에서 발생한 실제 사고에서도 확인되었다. 지난 6일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로 7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며, 원청인 ㈜에이치제이중공업, 하청인 코리아카코,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 등이 조사 대상이다.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명단에는 원하청 두 기업 모두 이미 과거에 중대재해를 일으킨 이력이 포함되어 있었다.

㈜에이치제이중공업은 2023년과 2024년에 연달아 사망 사고가 있었으며, 하청인 코리아카코 역시 2023년 롯데건설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공개된 기업명 안에서 반복되는 이름, 그리고 2025년의 대형 사고에서도 다시 등장하는 이름. 중대재해가 특정 기업을 중심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현실의 사고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그동안 비공개로 가려져 있던 기업명이 드러나면서, 비로소 사고의 구조적 반복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취지는 원청의 실질적 책임을 강화하는 데 있지만, 이번 공개는 그 책임이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2024년 늘어난 통계는 법 적용 확대의 영향이 컸지만, 반복해서 사고를 내는 기업의 존재는 법의 적용 범위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았다. 이번 공개는 중대재해를 기업별 구조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는 첫 출발점이다.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기업의 이름이 드러난 이상, 이제는 그 구조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안전 의무가 실패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바꿀 것인지 더 깊이 질문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기사에 포함된 기업명 및 사고 정보는 고용노동부가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한 ‘중대산업재해 발생 현황’ 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공개된 정보는 사고 발생 사실에 관한 공적 자료이며, 이 기사는 공익적 분석 및 산업안전 정책 개선을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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