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그정보가알고싶다] 시리즈 연재로 공개된 글입니다.
‘일하는 국회’를 약속하며 출범한 제21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지 3년 지났다. 과연 ‘일하는 국회’가 제대로 이루어졌을지 살펴보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지표인 국회 본회의 출석률을 의원별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2020년 6월 5일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부터 지난달 27일 폐회한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까지 35개월 동안 모두 129번의 본회의가 열렸다. 129번의 본회의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두 참석한 국회의원은 김진표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 단 두 명뿐이다. 재보궐 및 비례대표 승계로 임기를 중도에 시작한 의원 중에서는 국민의힘 최재형(51회), 최영희(43회) 의원, 진보당 강성희(2회) 의원이 100% 출석률을 보였다.
한 차례 결석해 개근상을 놓친 ‘정근상’ 의원들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김수흥, 김영호, 김회재, 도종환, 박홍근, 소병철, 양경숙, 오기형, 이용우, 이해식, 임호선, 정청래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 21대 국회 본회의 출석률이 99% 이상인 국회의원들 ⓒ 정보공개센터
중도 사퇴한 의원을 포함하여 21대 국회의원은 모두 316명. 이 중 본회의 출석률이 90% 이상인 의원은 201명으로, 전체 의원의 2/3에 미치지 못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전체 의원의 1/3 이상이 열 번에 한 번 이상 본회의에 빠진 것이다.
국회의원이 본회의에 불출석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나뉜다. ▲ 미리 사유와 기간을 밝혀 휴가 또는 병가를 요청한 ‘청가’ ▲ 국회의장이 허가하거나 인정하는 국내외 의정활동으로 인해 빠진 ‘출장’ ▲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참 사유와 기간을 본회의 다음 날까지 제출하는 ‘결석신고서’ ▲ 별다른 서류 제출 없이 무단으로 본회의에 불참한 ‘결석’. 이렇게 무단결석한 횟수가 많을수록 국회의원으로서 기본적인 책임감이 부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21대 국회 본회의 출석률이 80% 미만인 국회의원들 ⓒ 정보공개센터
본회의 ‘결석왕’은 누구?
본회의 절반 이상을 ‘무단결석’한 국회의원도 있다. 지난 5월 의원직을 상실한 이상직 전 의원은 전체 회의일수 83일 중 무려 42일을 무단으로 결석했다. 임기 내내 공직선거법 위반 및 이스타항공 관련 배임 횡령 재판이 이어졌고 두 차례 구속되기까지 했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2022년 4월 의원직을 사직하기 전까지 본회의 81회 중 35회를 결석해 ‘결석왕’의 면모를 보였다. 주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과 지방선거 기간에 집중되는데, 아무리 선거가 중요하다 해도 아무런 소명 없이 수십 차례 무단결석을 일삼은 것은 공직자로서 책임감을 의심케 한다.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주자였던 이낙연 전 의원도 본회의 64회 중 18회를 결석했고 4회 청가를 냈다. 역시 선거 준비를 위한 불출석으로 보인다.
▲ 21대 국회 본회의 결석률이 20%가 넘는 국회의원들 ⓒ 정보공개센터
중도 사퇴하지 않은 의원 중에서 가장 결석이 많은 진정한 ‘결석왕’은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이다. 본회의 129회 중 결석 47회, 청가 2회로 전체 회의의 1/3 이상을 빠졌다. 정찬민 의원은 지난해 9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상태로 앞으로도 계속 결석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 밖에도 국민의힘 권영세, 김태호 의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결석률 20% 넘는 ‘결석왕’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영세 의원의 경우 통일부 장관을 겸임하느라 결석이 잦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전임 통일부 장관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무단결석’ 대신 꼬박꼬박 청가를 냈다는 사실과 비교하자면 아무래도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본회의 불참해도 수당은 그대로
이상직 전 의원이나 정찬민 의원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회의원이 구속되면 가장 기본적인 의정활동인 본회의 출석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문제는 그럼에도 그들이 세비로 받는 수당은 큰 차이 없이 그대로라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수당은 크게 월마다 받는 정액수당, 명절과 여름 겨울마다 받는 상여수당, 그리고 경비로 제공되는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가 있다. 이러한 수당을 모두 합치면 월 평균 1300만 원이 넘어간다. 대부분의 수당은 의정활동 여부와 상관 없이 의원직을 상실하기 전까지 그대로 받을 수 있고, 특별활동비만 본회의/상임위를 하루 결석할 때마다 3만 원 조금 넘게 삭감되는 수준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국회의원이 모든 회의에 다 불참하더라도 1200~1300만 원가량의 세비를 받아 갈 수 있는 셈이다. 정찬민 의원의 경우 10개월째 구속 수감 중임에도 1년에 1억 6000만 원이 넘는 수당을 받은 사실이 보도되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국회의원 수당과 관련한 법률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되기도 했다. 구속 중인 국회의원에 대한 세비 지급을 중단하는 법안은 국민의힘 서범수, 이종배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한정애 의원 등이 유사한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국회의원이 특별한 사유 없이 회의에 불출석할 경우, 불출석일에 따라 수당과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를 삭감하는 개정안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법안이 좀처럼 국회 운영위원회를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인 상황이다.
21대 국회에 남은 시간은 1년 남짓, 과연 ‘일하는 국회’, ‘국회의원 특권 해체’라는 구호에 걸맞은 변화가 남은 기간 이뤄질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 본 기사에서 활용한 21대 국회의원 316명의 본회의 출석 현황에 대한 데이터는 아래 링크에서 스프레드시트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