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쉽게 정리한 ‘검찰 예산 자료 증발과 부실 공개’ 문제 살펴보기

2023.06.30

1.

정보공개센터는 그동안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뉴스타파와 함께 ‘어벤져스’ 팀을 꾸려 감시의 사각지대인 권력기관에 대한 예산감시 프로젝트 활동을 함께 해왔습니다. 2019년 10월, ‘어벤져스는’ 그동안 꽁꽁 숨겨져 있던 검찰 예산을 살펴보기로 하고,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기간 동안의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과 증빙 자료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이 기간은 상당 부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하고 있던 시기와 겹칩니다. (2017년 5월 ~ 2019년 7월 서울지검장, 2019년 7월 ~ 2021년 3월 검찰총장 역임) 검찰총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김수남(2015년 12월 ~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문무일(2017년 7월 ~ 2019년 7월) 총장이 있던 기간이구요.

 

 

특수활동비는 그 이름처럼 비밀스러운 예산입니다. 기밀유지가 필요한 활동인 정보수집이나 사건 수사, 외교 안보 등에 쓰는 돈이라, 주로 청와대, 국가정보원, 국방부, 검찰, 국회, 감사원, 국세청, 외교부 등이 책정하고 있는 예산이죠. 그 성격 상 일반적인 예산과 달리 집행 기준이 완화되어 있습니다. 현금 집행이 가능하고, 따로 영수증 증빙 없이 언제, 누구에게, 무슨 목적으로 돈을 줬는지 기록하고 수령증을 받는 정도로 관리합니다. 그러다보니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쓰거나, 사비로 유용하는 사건들도 많이 일어났고요. (참고 기사 : 특수활동비와 권력의 흑역사 그리고 검찰)

 

특정업무경비 역시 예산의 목적은 비슷합니다. 수사, 감사, 조사 등의 특정업무를 수행할 때 쓰도록 만든 예산인데, 특수활동비와 다른게 있다면 영수증 등의 지출증빙 서류를 보다 구체적으로 남겨야 하고, 카드 사용이 원칙이라는 것입니다. 특수활동비가 ‘기밀’, ‘특수’ 예산이라면, 특정업무 경비는 좀 더 상시적인 업무에 쓰는 예산이고, 그만큼 집행 기준이 까다롭습니다.

 

업무추진비는 예전에 쓰던 말로 ‘판공비’입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기관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사용일자, 시간, 사용목적, 집행장소, 주소, 사용인원까지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국방부 장관, 공수처장, 검찰총장 정도만 예외적으로 전체 사용건수, 사용 일자, 금액, 인원, 사용목적 정도로 제한적인 정보를 공개합니다.

 

2.

 

검찰은 ‘어벤져스’의 정보공개 청구에 비공개로 응답했고, 이후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행정소송이 이어졌습니다. 법원에 나선 검찰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습니다. ‘공개할 경우 범죄 수사 등 직무를 수행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이유였습니다. 또,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는 ‘집행내역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아니, 아무리 집행 기준이 널럴한 특수활동비라지만 엄연히 국민의 세금을 쓴 건데 집행내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되는 얘기죠. 법무부에 따르면 검찰 특수활동비의 집행은 감사원 특수활동비 집행 지침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데, 이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를 언제, 누구에게, 왜 줬는지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가 살펴보니, 역시 특수활동비 집행에 대한 기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검찰이 거짓말을 한 것이죠. 이 사실이 드러나자 ‘집행 내역이 없다는 것이지, 사용 내역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궤변을 늘어놨습니다. (관련 기사 :  최초 소송, 검찰 예산의 ‘빗장’을 풀어라)

 

결과적으로 대법원까지 간 끝에, 법원은 검찰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집행 자료에 대해 일부는 비공개하고, 일부는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문이 말하는 공개 범위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특수활동비의 집행일자(현금수령일), 집행금액(수령한 현금액수)를 공개해라. 


2) 특정업무경비의 집행일자, 집행장소, 집행금액 등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해라.


3)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과 카드사용내역, 영수증을 공개하는데, 대신 업무추진비 집행정보에서 카드번호/승인번호, 그리고 행사 참석자 등의 성명/직책 등의 개인정보는 가려라.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일단 공개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특히 업무추진비의 경우 검찰의 주장인 ‘수사와 관련한 정보’라기 보다는 공식적인 행사나 간담회에서 쓴 돈이니, 일반적인 공공기관과 유사하게 정보공개를 하라는 내용의 판결이라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경찰청장도 홈페이지에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고 있는데, 검찰총장은 유독 ‘수사와 관련한 정보’라고 주장하는게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였거든요.

 

3.

 

판결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시간을 끌었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4월 23일에 났는데, 6월 23일에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하더군요. 해당 자료의 사본을 줄건데, 복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검찰이 꽁꽁 숨기던 예산 정보가 공개되는 6월 23일이 되었습니다.

 

 

막상 자료를 받아보니 많은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1) 일단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기간의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가 아예 없었습니다. 검찰이 밝힌 2017년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예산은 총 160억인데, 내역이 남아있는 5월부터 12월까지의 총액이 86억입니다. 그러니까 1월부터 4월까지, 74억원으로 추정 되는 금액에 대한 특수활동비 자료가 아예 없다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2017년 6월부터 8월까지의 증빙 자료 일부도 없었습니다.

 

2) 마찬가지로 서울중앙지검 역시 1월부터 5월까지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가 아예 없었습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이후인 2017년 6월부터 7월 기간은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이 있는데, 45건, 총액 4460만원에 해당하는 특수활동비의 수령증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7월에 쓴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은 타이핑이 아니라 수기로 작성한 부분이 있는데, 총액 부분은 완전 틀려 부실 집행이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3) 판결문에는 분명히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과 영수증을 공개하고, 그 중 행사참석자의 개인정보와 카드번호 등만 가리라고 되어 있는데 막상 검찰이 준 업무추진비 영수증에는 ‘상호명’이 가려져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영수증 절반 이상이 사실 상 내용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백지 영수증’ 이었습니다. 우습게도 검찰 구내식당에서 사용한 영수증들만 유독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영수증의 절반 이상이 이런 식의 백지 영수증입니다.

 

6월 29일, ‘어벤져스’는 검찰의 사라진 기록과 부실한 정보공개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판결 취지에 따라 관리하는 자료 모두 공개했다, 2017년 9월 특수활동비 관리 제도가 개선되기 전 특수활동비 자료 일부는 가지고 있지 않아 주지 못했다, 업무추진비 영수증에 상호명을 가린건 ‘집행명목’이 비공개 대상 정보라는 판결에 따른 것이다’ 라는 문자를 기자들에게 뿌렸습니다. 이런 검찰 측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쓴 기사들도 많이 나왔구요.

 

아주 어처구니 없는 변명입니다. 단체들이 문제 제기를 한 것은 ‘그러니까 왜 2017년 9월 이전 특수활동비 자료가 없느냐’입니다. 예산을 집행했으면 자료가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아무리 특수활동비라고 할지라도 당연히 돈을 썼으면 집행 내역과 증빙 자료가 있어야 하는 것이 예산 집행의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없다는건 1) 애초에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를 남기지 않았거나, 2) 집행 자료를 분실했거나, 3) 기록물 폐기 절차 없이 자료를 무단으로 폐기했거나, 셋 중에 하나입니다. 세 가지 경우 중 무엇이 되었든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동안 예산 집행의 규칙을 무시했거나, 아니면 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상호명을 가린 것에 대해서, ‘집행명목이 비공개 대상정보’이고, ‘상호명이 공개될 경우 집행명목이 노출될 수 있다’라고 주장한 것은 더 웃기는 일입니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집행명목이 비공개 대상정보’라고 한 부분은 ‘특정업무경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업무추진비 영수증을 통해 지출금액과 사용처를 안다고 해서 수사방법 등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서 업무추진비 사용처를 공개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판결문의 업무추진비 집행처 공개 관련 내용 일부

 

심지어 ‘집행명목’을 가려야 한다는 특정업무경비에 대해서도 판결문은 ‘집행장소’는 공개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판결문의 특정업무경비 집행장소 관련 내용 일부

 

검찰은 ‘사용처’, ‘집행장소’라는 단어를 협소하게 해석하여 ‘주소’는 공개했다고 변명하지만, 판결문의 전체 맥락에서 봤을 때 상호명 역시 공개 정보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뿐 아니라 영수증 대다수가 내용을 알아볼 수 없는 ‘백지 영수증’인데, 이에 대해 검찰은 ‘시간이 지나 잉크가 휘발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대다수 공공기관이 예산 집행 내역 증빙을 위해 영수증을 꼼꼼히 관리하고, 전자전표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검찰이 얼마나 예산을 엉망으로 관리하는지 자임하는 꼴에 불과합니다.

 

4. 

 

보통 공공기관에서 이런 문제가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을 할텐데, 이번에는 당사자가 검찰이라서 고발을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사라진 특수활동비 기록’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국정감사를 하거나, 특검을 통해서라도 수십억의 예산 자료가 증발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이번 검찰의 자료 공개가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감춰져 왔던 검찰 예산을 공개한 것 만으로도 굉장히 의미가 있는 선례가 되리라 봅니다. 그뿐 아니라 끈질기게 자료를 분석하다 보면, 그동안 검찰의 특수활동비가 어떻게 쓰여져 왔는지 대략적인 윤곽을 추정하고, 패턴을 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어벤져스’가 앞으로도 권력기관의 예산 감시 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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