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지만, 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해 개선해야 할 법과 제도들이 아직도 무수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한국 산업재해 예방 및 보상 정책의 발전에 뜻 을 같이 하는 여러 분야 학자 및 전문가들이 조직한 단체인 노동건강정책포럼에서 ‘정보공개와 노동건강정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합니다. 정보공개센터에서는 김예찬 활동가가 발표자로 참여하여 산업안전 보건 관련 정보공개의 한계를 짚고 개선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 정보공개운동의 관점에서 본 산업안전보건관련 정보공개의 현황과 과제 (김예찬,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활동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산업재해 사업장 명단을 공표하도록 한 것은 사업주의 명예·신용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통해 산재 예방을 위한 의무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공표 방식의 한계로 인해 이러한 입법취지가 제대로 달성되지 못해왔습니다. 산업재해 발생 사실에 대한 정보공개 확대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할지, 해외 사례 및 타 법에서의 공표 제도를 참고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2. 사업장 안전보건자료에 대한 노동자 알권리의 현황과 개선방향 (임자운, 변호사):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공공기관이 수집, 관리하도록 되어 있는 사업장 안전보건자료(사업장에 존재하는 유해위험 요인과 그에 대한 사업주의 관리 실태 등을 알 수 있는 자료)가 무엇이며, 관련 자료에 대한 노동자의 알권리가 얼마나 보장되어 있는지, 그 알권리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어떤 법개정이 필요한지 살펴보겠습니다.
3. 기업의 안전보건 정보 공개의 필요성(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
개별기업 중심의 노동자 지원보상제도가 가져온 긍정적 측면이 있습니다 인과성이 개별적으로 입증되지않은 노동자 건강문제에 대해서도 지원보상이 이루어지고 기업내 안전보건체계를 검검하는 계기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학술적으로 사회적으로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직업병이나 위험요인의 발견, 공급망에 참여하는 더 많은 노동자의 보호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진단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최근 공무원 공채 경쟁률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공무원은 여전히 선망받는 직업이다. 정년까지 안정된 고용, 공무원 연금, 눈치 볼 필요 없는 육아휴직 등 복지와 노후도 평범한 노동자들보다 탄탄하다. 거기에 석·박사 과정과 해외 사례 연구 등 국외 훈련이라는 유학 기회도 주어진다. 그러나 최근 한 언론사의 보도를 통해 지방공무원의 장기 국외 훈련 보고서 대부분이 비공개되고 있으며 그나마 공개된 보고서 상당 부분이 표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관련 기사).
보도된 사례를 살펴보면, 2년간 미국 연수를 다녀온 서울시 공무원의 보고서가 정부 용역보고서와 학술 논문이 짜깁기된 채로 작성되었고, 훈련자가 직접 쓴 내용은 한쪽 분량의 결론에 불과했다. 취재 결과 서울시 장기 국외 훈련 보고서 셋 중 하나가 표절로 밝혀졌고 서울시와 더불어 강원도와 울산, 충남에서도 표절된 보고서가 확인되었다. 지방공무원의 장기 국외 훈련이 제대로 감독되지 않고 있다는 제도적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장기 국외 훈련의 경우 해외 훈련에 필요한 소요 경비 전반이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장기 국외 훈련의 결과물인 보고서가 허술하게 작성되고 이에 대한 자체적인 검증이 없었다는 것이 드러나 국외 훈련 제도가 근본적으로 필요한지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보공개센터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느 정도의 장기 국외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지 기본 현황 파악을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했고 16개 광역시·도에서 장기 국외훈련 제도가 꾸준히 시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인당 평균 7700만원
▲ 광역시·도 장기국외훈련 현황(2017~ 2021년) 정보공개청구 결과 분석 ⓒ 정보공개센터
▲ 광역시·도 장기국외훈련국가 현황(2017~2021년) 정보공개청구 결과 분석 ⓒ 정보공개센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자체 국외 훈련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충청북도를 제외한 16개 광역시·도단체의 공무원 총 459명이 장기 국외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지원비용만 총 352억 원이다. 459명의 공무원이 평균 17개월의 장기 국외 훈련 기간 동안 1인당 평균 약 7700만 원의 훈련 비용을 지원받은 것이다.
장기 국외 훈련지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곳은 미국이다. 459명의 국외 훈련자 중 절반 이상인 265명(57%)이 미국에서 국외 훈련을 진행했다. 다음으로는 영국, 중국, 일본, 캐나다 등의 순이다. 특히 대전, 부산, 울산의 경우 국외 훈련자 전원이 미국에서 국외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 업무와 지역별 특색이 다양한 만큼 여러 국가의 정책이나 경험들이 필요하지만, 국외 훈련이 영미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년간의 국외 훈련 인원과 지원 금액이 가장 많은 지자체는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훈련결과보고서 표절로 논란이 된 서울과 강원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 경우 167명의 공무원이 국외 훈련을 떠났으며 그 지원금액만 총 143억 400만 원이다. 다만 서울시의 경우 전체 공무원 수가 약 1만 명(2020년 기준 서울시 본청 공무원 현원 총 1만 973명*)으로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많은 공무원 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지원이 많아 보이지만, 이를 서울시 본청 공무원 수에 비해 보면 서울시 공무원 중 약 1% 정도가 5년간 국외 훈련을 진행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143억 400만 원의 상당한 예산이 사용된 만큼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데도 표절로 얼룩진 보고서를 통해 국외 훈련 제도의 부실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강원도의 경우 84명의 공무원이 국외 훈련을 진행했으며 총 50억 원의 훈련 비용이 지원되었다. 자치단체 중 공무원 현원이 많은 수준은 아닌 강원도는 타 지역에 비해 많은 비율이 국외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강원도 전체 공무원(2020년 기준 강원도 본청 공무원 현원 총 2321명*) 중 약 3% 정도가 지난 5년간 국외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16개 단체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지난 5년간 석·박사과정을 지원하는 학위 과정은 단 한 건도 없었으며 모두 해외 사례 등을 연구하는 직무훈련 과정으로 평균 11개월짜리 국외 훈련이었다. 많은 직원에게 다양한 국외 훈련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원도 역시 훈련보고서가 표절 의혹에 휩싸여 비판을 피할 길은 어려워 보인다.
*서울시 및 강원도 본청 공무원 현황 :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인사통계(2020년 12월 31일 기준) 현원 기준
훈련 내용이나 업무 연관성 검증 안돼
▲ 광역시·도 장기국외훈련 현황(2017~2021년) 정보공개청구 결과 ⓒ 정보공개센터
장기 국외 훈련에서 1인당 평균 지원금액이 높은 단체는 대전, 경남 순으로 대전의 경우 국외 훈련자 1인에게 월평균 760만 원 정도의 훈련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전을 비롯한 대부분의 광역시·도단체는 장기 국외 훈련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지 않아 훈련의 내용이나 업무 연관성 등은 검증 자체가 안 되는 실정이다.
또한 홈페이지에 장기 국외 훈련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는 서울, 강원, 울산, 충남 모든 지역에서 훈련보고서 표절 현황이 드러난 것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지역의 경우 장기 국외 훈련보고서가 제대로 작성되었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지방공무원 교육훈련 운영지침’에는 장기 국외 훈련보고서를 기관 홈페이지 등에 게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운영지침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나마 장기 국외 훈련보고서 표절 현황이 드러난 서울과 강원의 경우 자체 감사위원회에서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강원도의 경우 장기 국외 훈련 계획 심의 강화, 보고서 표절검사 의무화 및 성과평가 시행 등 대대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하여 장기 국외 훈련 제도가 더욱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다. 비록 훈련보고서 표절이 드러났지만, 늦게라도 이러한 긍정적인 개선 방향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보고서 자체가 사전에 공개되어 언론이나 시민들의 검증받을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장기 국외 훈련은 공무원 개인의 개발을 넘어 지방자치단체의 업무 수행과 직무 능력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교육 과정이다. 비록 심사과정이 존재하긴 하지만 특정 공무원에게만 세금으로 지원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훈련 과정에서 발생한 경험들은 공유되어야 하며, 그 훈련이 목적과 취지에 맞게 수행되었는지 검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장기 국외 훈련을 시행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반드시 훈련보고서와 더불어 국외 훈련과 관련된 계획, 현황, 심사위원회 등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대부분의 광역시·도단체가 공무원의 장기 국외 훈련을 진행하고 그 예산 역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여러 논문과 연구보고서를 그대로 반영할 정도로 작성되고 있는 훈련보고서 표절 정황만 보더라도 굳이 세금을 들여 해외 교육이 필요한지에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공무원의 장기 국외 훈련제도가 필수적인 제도라면, 지방자치단체는 장기 국외 훈련제도가 공무 수행이나 행정에 얼마만큼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지 투명한 공개를 통해 그 필요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할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오후 경북 울진군 울진비행장에 도착해 헬기에서 내리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지난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48.56%의 득표율로 총 1639만 4815표를 얻었고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7.83%의 1614만 7738표를 얻어 불과 0.73%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 역대 대통령 선거 중 최소 표차 승부였다.
유례없는 접전으로 기록된 대통령 선거였지만 아쉽게도 윤석열-이재명 두 후보를 둘러싼 의혹과 자질 논란이 크게 불거지며 정책공약이 유권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못했고 사회적으로 진지한 토론도 충분히 진행되지는 못했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했든 그렇지 않든 선거는 끝났고 결과는 정해졌다. 이제 대통령 인수 기간을 거쳐 오는 5월 10일부터 윤석열 행정부의 임기가 시작된다. 지금이라도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의 주요 문제적 공약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고 앞으로의 5년을 준비해 보도록 하자.
우선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10대 공약과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윤석열·국민의힘 10대 공약 주요 내용
1. 코로나 극복 긴급구조 및 포스트 코로나 플랜
– 코로나 관련 규제 강도와 피해 정도에 비례해 손실보상 지원 – 국세청, 지자체 보유 행정자료 근거로 지원액 절반 선보상 – 폐업 소상공인에 손실보상 기존 손실보상 사각지대 해소 등
2. 지속가능한 좋은 일자리 창출
– 근로시간 노사자율 결정 분야 확대 연공급 임금체계를 세대 상생형 임금체계로 개선 – 스타트업, 중소기업 집중지원 – 비대면, 의료, 문화 콘텐츠 분야 벤처기업 집중지원 – 보건, 복지, 고용, 돌봄 등 복지 확대로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활성화 – 교육훈련체제 혁신으로 현장 중심 맞춤형 인재 양성
3.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 250만 호 이상 공급
– 수도권 130만호~150만호(서울 50만호) 공급 – 공공택지 활용 민간분양주택 중심 공급
4. 스마트하고 공정하게 봉사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과 대통령실 개혁
– 정부 및 지자체, 정부 산하기관 모든 사이트를 하나로 통합 – 대통령실 이전
5. 과학기술 추격 국가에서 원천기술 선도 국가로
–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위원회 신설 – 장기 연구사업 제도 도입,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연구환경 – 감염병, 미세먼지, 탄소중립, 저출산고령화 등 중장기적 국가과제 해결 – 소재, 부품, 장비 산업경쟁력 제고
6. 출산 준비부터 산후조리·양육까지 국가책임 강화
– 임신, 출산 전 성인여성 건강검진 지원 확대 – 모든 난임 부부 치료비 지원, 난임휴가 기간 3일에서 7일 유급휴가로 확대 – 산후 우울증 치료 및 산후조리 국가지원 – 자녀 출생 후 1년간 월 100만 원 부모급여 제공 – 배우자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기간 확대
7. 청년이 내일을 꿈꾸고 국민이 공감하는 공정한 사회
– 여성가족부 폐지 후 청년들과 가족의 가치 재조명 할 수 있는 별도 부처 설립 – 입시비리 암행어사제 및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 채용시험 투명한 관리, 노조고용세습 및 편법적 친인척 고용승계 차단 – 성범죄 흉악범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음주범죄 무관용 – 시민단체 공금유용 및 회계부정 방지, 강성노조 불법행위 엄단
8. 당당한 외교, 튼튼한 안보
– 일관성 있는 대북 비핵화 협상 추친, 비핵화 이전까지 국제적 제재 – 한미간 연합연습(CPX), 야외기동훈련(FTX) 등 군사훈련 정상 시행 – 3축체제 킬체인(kill-chain), 미사일 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복원 – 사드(THAAD) 추가 배치
9.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
– 원자력 발전에 지속 투자, 원전기술 세계 수출 – 실현 가능한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2050 탄소중립 달성 방안 추진 – 탄소감축, 기후위기 대책 관련 미래대책으로 국민 피해 줄이고 미래 일자리 창출 – 기준 강화, 제도 개선 및 시설투자를 통해 초미세먼지를 국내 환경기준 이하로 개선
10. 공정한 교육과 미래인재 육성 모두가 누리는 문화복지
– AI교육혁명 위한 첨단기기 지원 및 관련 전문과정 신설 – 수시전형 공정성 제고, 새로운 대입제도 마련 – 대학 자율성 확대, 새로운 평가방식 도입, 재정지원 확대 – 특성화고, 전문대학 직업교육 체제 및 교육과정 개편 –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맞춤형 지원 – 예술지원의 자율성 및 지원구조 혁신 – 문화예술계 공정성 제고
혼란이 우려되는 공약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제시한 10대 공약 중 코로나19와 거리두기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신속하게 보상하고 지원해주는 공약은 최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공약이기 때문에 시의성이 있다. 또한 출산과 양육에 따르는 부모들의 부담을 줄이고 여러가지 지원책을 마련한 공약들 역시 한국 사회의 심각한 고질병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름의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일부 긍정적인 공약보다 향후 사회 혼란이 우려되는 공약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 주 52시간 근로제 유연화 = 우선 일자리·노동개혁 관련 정책으로 주 52시간 근로제의 유연화다. 업종별 특수성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재택근무 등의 증가로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 확대,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 풀타임-파트타임 전환, 전문직 고액연봉자 연장근로수당 등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등이 정책으로 제시됐다. 이처럼 극단적인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은 노동자에 대한 별도의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노조가 부재하거나 노동권 보호가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 등)에서는 착취가 심화되거나 고용 불안이 심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힘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완화적인 규제 개편을 통해서 침체된 시장을 다시 원상 복귀시킨다는 공약을 공개했다. ⓒ 연합뉴스
◇ 민간 공급 확대, 대출 완화 = 부동산 정책 공약에서는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 이재명 후보 모두 주택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윤석열 당선인은 주택 250만 호를 공급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는데 이중 50% 가량을 공공택지를 민간 분양하는 방식으로 설정한 상태다. 또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대부분의 세금 규제 또한 완화를 약속한 상태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또한 완화적인 규제 개편을 통해서 침체된 시장을 다시 원상 복귀시킨다는 공약을 공개했다. 이 경우 부동산 시장과 투자는 다시 활성화 될 수 있겠지만 이미 치솟은 주택·아파트 가격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악의 경우 부동산 가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투기만 다시 활개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 여성가족부 폐지 =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운동 시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으로 시민사회와 여성운동 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는데 정식 공약에도 청년 및 공정사회 공약에 여성가족부 폐지를 정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별도의 부처를 신설해 양성 평등 행정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성별 임금 격차로 악명이 높고 여성의 사회지도층 진출도 취약한 현실을 고려하면 여성가족부 폐지로 여성 정책들이 미온적으로 후퇴할 경우 정부에 대한 시민사회와 여성운동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신설될 부에서 여성가족부와 대동소이한 여성 정책을 추진한다면 정부조직 개편이 무의미해진다. 무엇보다 임기와 함께 정부조직법 개정을 한다고 해도 현재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쉽게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6일 서울시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열린 “서울이 바꾸면 대한민국이 바뀝니다!” 서울 중구 유세에서 여성 두 명이 ‘선제타격? 사드 추가 배치? 전쟁반대’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유세장으로 가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대북·대중국 정책 = 가장 불안한 공약은 대북·안보 정책이다.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하려 했는데도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종전 선언에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한 반대 급부로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와 한미 군사훈련 강화를 내세웠다. 여기에 한국에 배치 결정권이 없다고 할 수 있는 사드(THAAD) 추가 배치까지 공약해 안보를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이런 데다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공연히 ‘선제 타격’을 언급하거나 SNS에 ‘멸공’과 연관되는 글을 올린 점으로 미루어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져 대북관계가 장기간 악화할 가능성도 크다. 나아가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이 현실화 될 경우 중국과의 관계도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 다시 원전으로 = 마지막 문제적 공약은 탄소중립 공약에 연결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 폐기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전 세계적으로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도 집권과 함께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다. 그런데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논란이 일며 추진 동력을 잃었고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탈원전 정책 폐기 공약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과 함께 에너지 위기가 불거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라고 밝혀 탈원전 정책을 스스로 폐기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신재생 에너지 전환보다는 원전기술을 개발하고 원전을 주요 수출 산업으로 지정하는 등 재생에너지 전환보다는 원자력 발전을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 향후 원자력 안전 및 폐기물 처리 문제가 지속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의 10대 공약 중 문제적 공약들을 대략적으로 살펴봤다. 부동산 일부 규제 완화와 탈원전 폐기 등은 별도의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상태라 윤석열 정부의 출범 이후 빠른 속도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성가족부 폐지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고 대북·안보의 경우 한·미·북·중 등 복잡한 국제관계가 얽혀 있어 선거운동 시기 강경했던 윤석열 당선인의 발언과는 다르게 태도 변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오는 5월 10일 윤석열 정부의 출범 후 경과가 어떻게 되든 야권과 시민사회 및 사회운동은 각자의 영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체제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모두 내건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주목 받는 ‘게이머의 알권리‘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유독 두드러진 현상이 있다면 신문과 TV 등 레거시 미디어 못지않게 유튜브의 역할이 크게 강조되었다는 점이다. 대선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유튜브 채널에 얼굴을 내밀어 자신의 공약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했다. 각 후보들과 심도 깊은 토론을 이끌어 내 ‘나라를 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경제 전문 유튜브 삼프로TV의 대선 특집 영상의 조회수 총합은 1300만에 달했다. 그 외에도 대선 후보들은 시사, 의학, 반려동물, 심지어 어린이 채널까지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고, 채널의 성격에 맞춰 자신의 공약을 소개하여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 중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이 지난 12월, 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이재명 후보(조회수 102만), 안철수 후보(조회수 59만)가 각각 출연했던 영상이었다. ‘게이머도 유권자다’라는 부제를 달고 진행된 이 방송은 그동안 선거에서 주목 받지 못했던 게임 정책에 대해 유력 대선 후보들의 입장을 듣는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게이머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지난 십수년 간 게임 산업의 규모가 날로 커지고, 게임 회사들이 유수의 대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소비자로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소외당했던 것에 큰 불만을 품었던 게이머들이 정치권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시점에 이뤄진 방송이었기에 더욱 크 의미가 컸다.
‘게이머 유권자’ 표심을 붙잡고자 한 대선 후보들의 노력은 공식적인 선거 공약으로까지 이어졌다. 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당의 20대 대선 정책공약자료집에 모두 그동안 게이머들이 강력하게 요구해 온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공약이 포함된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이 뭐길래?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도대체 확률형 아이템이 뭐길래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대선 공약에 내걸게 된 것인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문제가 있어 봤자 결국 게임 아이템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은 세계시장 점유율 4위, 전체 매출 규모 20조원에 가까운 거대 산업인 한국 게임 산업의 핵심적인 비지니스 모델이며, 따라서 그동안 ‘소비자이면서 소비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한’ 게이머들의 누적된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문제라 할 수 있다. 찬찬히 살펴보자.
2000년대 중반까지 바람의나라, 리니지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온라인 RPG 게임이 돈을 버는 방식은 ‘정액제 모델’이었다. 월 2~3만원의 요금을 내면, 게임의 각종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유저들이 떠나고, 그만큼 매출이 감소하는 문제를 피할 수 없는 법, 많은 게임 회사들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하게 된다. 기본적인 게임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도록 열어두어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대신 각종 아이템을 유료로 구매해 캐릭터를 꾸미거나, 능력치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하여 아이템 판매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전략이었다. 온라인 게임은 기본적으로 캐릭터와 캐릭터 간의 경쟁인 만큼, 다른 사람이 아이템을 구입해 강해진다면 나도 아이템을 구입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 ‘부분 유료화 모델’은 오히려 정액제를 뛰어 넘는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너도 나도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가 되자, 새롭게 도입된 것이 바로 ‘확률형 아이템’이다. 쉽게 말해서 돈을 내고 랜덤박스를 구입하고, 해당 랜덤박스를 열면 확률에 따라 서로 다른 아이템이 등장하는 도박성이 강한 방식이다. 좋은 아이템일수록 나올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에, 당연히 좋은 아이템을 얻어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 구조가 된다. 게임 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 출시할 때마다 매출을 확 늘릴 수 있는 마법의 비지니스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
게임 환경이 PC 기반의 온라인 RPG에서, 모바일 기반의 수집형 RPG로 이동하면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의 범위 역시 무한하게 확대되었다. 처음에는 말 그대로 아이템(장비)이나 캐릭터를 보조하는 펫 정도에 그쳤던 범위가, 이제는 캐릭터마저도 확률형 아이템에 범주에 들어가, 더 좋은 캐릭터, 더 매력적인 캐릭터를 뽑기 위해서 낮은 확률을 감수하고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게임에 따라서 필수적인 스테이지나 이벤트를 클리어 하기 위해서 특정한 캐릭터나 아이템이 필요한 상황을 도입해, 매출을 극대화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모바일 게임 이용자의 확률형 아이템 지출 금액 설문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2021 게임 백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 게임백서’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이용자 중에서 확률형 아이템 획득을 위해 돈을 쓴 사람도, 그 금액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의 규모가 10년 사이 두 배 이상 성장한 것은 이러한 비지니스 모델의 확립과 무관하지 않다.
‘확률형 아이템’의 진짜 문제
좋은 아이템을 뽑기 위해 행운을 기원하며 낮은 확률에 돈을 쓰는 ‘확률형 아이템’은 그 자체로 도박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만약 게이머들이 아이템을 뽑을 수 있는 확률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기댓값에 따라 비용을 지출하는 ‘합리적 소비’가 가능하다면 확률형 아이템의 존재 자체가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과 다름없다는 문제 제기에 맞서서, 지금도 게임회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뽑기 확률을 공개하고 있긴 하다. 문제는, 이것이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라 게임회사들이 모인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에 의한 자율규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자율규제’이기 때문에 확률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더라도 제대로 처벌하기도 어렵고, 또 각 게임마다 서로 다른 공개 범위와 공개 방식을 가지고 있다 보니 게이머들이 해당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다.
특히 악명 높은 몇몇 게임회사의 경우, 게이머들이 아이템 확률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도록 홈페이지 구석에 숨겨놓고, 그나마도 수백 개가 넘는 아이템 각자의 확률을 이미지 파일로 올려놓아 게이머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억지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정보공개를 하지만, 이용자들이 제대로 기댓값을 계산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리니지 W의 아이템 확률 공개 스크린샷
만약 어떤 아이템을 뽑을 확률이 10%로 표기되어 있는 경우, 많은 사람들이 열 번 뽑으면 한번 나오겠네? 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열 번 뽑아서 해당 아이템이 한 번 나올 확률은 65%에 불과하다. 만약 99% 이상의 확률로 해당 아이템을 한번 이상 획득하기 위해서는 22회 이상 뽑기를 돌려야 한다. 한번 뽑을 때 1000원이 든다면, 최대 2만2천원이 지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게임 회사들이 새롭게 내놓는 캐릭터나 아이템의 경우, 그 확률이 많아야 0.6%, 적은 경우 소수점 세자리까지 확률이 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게이머들이 자신들이 지출해야 할 비용을 착각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뿐 아니라 확률을 공개하더라도, 해당 확률이 실제 게임에서 적용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일례로 넷마블에서 서비스하는 ‘몬스터 길들이기’의 경우, 출현 확률이 0.005%에 불과한 아이템의 확률을 ‘1% 미만’으로 표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을 부과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많은 게이머들이 게임사가 공개하는 확률이 실제와 다를 수 있다며 확률조작을 의심하고 있지만,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게임 로그 등을 공개하지 않아 불만을 사고 있는 현실이다.
현금으로 게임 캐시를 결제하고, 게임 캐시를 다시 게임 내 재화로 환전하여, 이 재화로 확률형 아이템을 뽑는 방식의 복잡다단한 결제 방식도 ‘확률형 아이템’의 기댓값을 계산하기 어렵게 만드는 문제라 할 수 있다. 단순히 돈을 내고 아이템을 사는 방식이 아니라, 게임 내에서 획득한 재화와 현금 결제로 구입할 수 있는 재화를 이중 삼중으로 결합하여 확률형 아이템을 뽑을 수 있는 방식이 일반화 되다 보니, 게이머들이 뽑기 한 번에 얼마를 사용하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계산하기 어렵고, 여기에 또 소수점 아래로 떨어지는 뽑기 확률이 더해져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한 기댓값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마치 물건을 사는데, 가격표가 3차, 4차 방정식으로 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게이머의 알권리 확대하는 계기 되길
2021년은 그동안 서서히 들끓었던 게이머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해였다. 한국의 대표적인 게임사 3N(넷마블, 넥슨, NC) 모두 그동안의 게임 운영에 대한 문제점들이 터져나와, 게이머들이 트럭 시위를 벌이거나 대규모 탈퇴 운동을 벌이는 등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의 트럭 시위
게임마다 이용자들이 불만을 가지게 된 구체적인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인 불만은 게이머들이 소비자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지점이었다. 게임 산업의 규모는 날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체계적인 고객 상담이나 권리 구제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불만이 결국 소비의 핵심을 차지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문제로 향했고, 더 이상 게임사들의 ‘자율규제’를 믿지 못하겠으니,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법제화 하라는 요구로 이어졌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난 2021년 4월,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의 대표발의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법제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게임 회사들은 자율규제로 충분하다며 반박하고 있지만, 주요 대선 후보들까지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게이머들의 요구가 게임회사들의 주장을 압도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동안 게임과 관련한 정치권의 공약은 주로 경제적 논리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 지원과 셧다운제로 대표되는 이용 규제 사이를 오갔다. 이번 대선은 지원과 규제의 이분법을 넘어서, 게이머의 권리를 중심에 둔 정책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게이머들에게 그 의미가 큰 선거로 남게 되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가 단순히 선거용 깜짝 공약에 그치지 않고, 게이머의 알권리를 확대하고, 소비자로서 보호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미 상임위에 계류된 법안이 있는 이상,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게이머들 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영역에서 불만을 조직하고, 정치를 통해 대안을 요구하여, 실제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는 경험들이 늘어나야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대 대통령 선거의 선거운동이 한창인 탓에 크게 화제가 되지는 못했지만 최근 국민의 알권리 측면에서 전환점이라 남을 중요한 판례가 잇따라 등장했다. 우선 지난 1월 27일 헌법재판소는 국회 정보위원회 방청이 거부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국정원감시네트워크가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서 국회 정보위원회가 기존 모든 회의를 비공개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는 국회법 제54의2 제1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위헌의 근거로 의사공개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50조 제1항의 문언에 비추어 볼 때 국회의 회의에 대한 일체의 공개를 불허하는 절대적인 비공개는 허용되지 않고, 현재의 국회법 규정이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 일체를 비공개한다고 규정해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활동에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나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국회 회의를 비공개할 수 있다고 한 헌법 50조 제1항의 단서 규정은 각 회의마다 충족되어야 하는 요건으로 입법과정에서 이 규정으로부터 일체의 회의 공개를 불허하는 절대적인 비공개가 허용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1.08.03 ⓒ정의철 기자
다음은 검찰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이 있었다. 지난 1월 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가 검찰총장·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낸 검찰 특활비 정보공개 거부 취소 소송에서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사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 공개가 구체적인 수사 활동 기밀 유출로 보기 어려워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향후 수사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개연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항소한 상태이지만 1심판결이지만 향후 원심의 판단이 유지되면 그간 공개되지 않던 성역으로 여겨지던 검찰 특활비 사용내역이 처음으로 공개되게 된다.
또한 지난 2월 10일에는 한국납세자연맹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제기한 청와대 특수활동비에 대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있었다. 납세자연맹은 지난 2018년 청와대에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특수활동비와 김정숙 여사의 의전비용과 관련한 정부예산, 부처 장·차관급 인사가 참여한 국정 2년차 과제 워크숍에서 제공한 도시락 가격과 업체 이름을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국방·외교관계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정보가 공개되면 사생활 침해의 우려와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비공개 사유로 보이며 비서실에서 정보공개 청구된 일부 정보를 보유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그 정보 역시 청와대가 보유하고 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판결 이유를 들었다.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의 경우에는 그간 회의가 원천적으로 비공개되고 회의에 참여하는 국회의원들의 사후적 브리핑으로만 정보위원회의 정보가 공개되어 국민들이 직접 국가정보원과 정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감시 견제할 수 있는 경로가 닫혀 있었다. 사실상 정보위원회라는 국가안보와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국정 과정이 ‘합법적’으로 국민의 알권리 밖에서 암암리에 진행되어 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특수활동비는 일부 청와대, 국가정보원과 검찰, 일부 국회상임위 등 주요 권력기관들이 기밀성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법적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아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특히 검찰의 경우 수사와 공소라는 형사사법기관이기 때문에 국가정보원과는 다르게 특수활동비에 대한 공개 뿐 만 아니라 폐지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다. 검찰 입장에서도 특수활동비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변호하기 위해서는 특수활동비의 공개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검찰은 이 문제 있어서 함구함으로 일관된 태도를 보였었다.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의전비용 역시 그것이 실제로 국가안보나 국익에 관련된 정보인지 확인할 길조차 없던 성역이었다.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가 지출하는 특수활동비라는 전제 만으로 그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돈으로 여겨졌던 셈이다.
국회 정보위 회의 공개와 청와대 등 기관 특활비 공개 연이은 희망적 판결이 아쉬움을 남기는 이유 촛불에서 이어진 문재인 정부도 알권리를 저버렸다
2022년이 밝자마자 연이어 나온 판결이 그간 성역에 균열을 내며 한국 사회의 알권리와 투명성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는 것은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판결이 시민사회의 법적 쟁송까지 마다하지 않는 끈질긴 문제 제기와 헌신이 맺은 성과라는 것 역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실질적으로 불과 1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 스스로 국민들의 알권리와 사회의 투명성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왔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개혁은 고사하고 작은 개선이라도 곰곰이 따져 보면 되려 머릿속이 답답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경북 구미시 구미코에서 열린 구미형 일자리 LG BCM(Battery Core Material) 공장 착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01.11 ⓒ사진 = 뉴시스
문재인 정부와 21대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 촛불의 의지로 선택된 정부와 여당이었다. 그렇지만 이미 여러 사건 사고과 정책 실패로 촛불의 민심을 저버리며 국민들로 하여금 정권교체의 목소리를 높이도록 자초했다. 여기에 국민들의 알권리도 저버린 건 매한가지다. 스스로 개혁하려는 의지도 없었거니와 국민들의 알권리 보호와 정보공개 요구에도 비공개로 일관하더니 결국 피소당하고 헌법의 명령과 법률의 판단까지 받은 상태다. 그런데도 박범계 법무장관은 검찰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이미 항소한 상태다. 청와대도 특수활동비에 대해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곧 청와대를 비워야 하는 상황에서도 판결에 승복해 가능한 만큼이라도 공개한다는 말이 여태 없다. 결국 알권리 측면에서도 결국 현 정부와 여당을 두둔해 줄 작은 구실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정보공개센터는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기부금 유용 의혹이 제기 된 기부금 집행 내역에 대해 공익감사 청구를 하면서, 해당 공기업들의 기부금 집행 전반에 문제의 소지가 많으니 전수감사를 실시해 달라고 함께 요청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수감사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뉴스타파의 ‘낙하산이 쏜다’ 기획 보도를 살펴보면 이번에 감사 실시가 결정 된 네 개 기업 외에도 여러 공공기관에서 임원들이 자의적으로 기부금을 집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낙하산으로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들이 자신이 과거 대표로 있던 단체나, 출신 학교에 기부금을 ‘쏘는’ 나쁜 관행이 팽배했던 것입니다. 이번 감사원 감사를 통해 그러한 관행이 철저히 뿌리 뽑히길 기대합니다.
“국회의 회의는 공개한다. 다만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거나 의장이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50조 제1항의 내용입니다.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 대표인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시민들이 직접 확인하고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의사공개의 원칙이라고도 하는데요, 이에 따라 국회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들은 그 회의록을 공개하고 있으며 인터넷 영상 생중계도 직접 방청도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이러한 의사공개의 원칙에서 단 하나의 예외가 되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입니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국가정보업무 전반에 대해 국회가 통제할 수 있도록 설치된 상임위원회입니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해서 국방정보본부, 사이버작전사령부,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등 정보 및 보안 업무에 관련된 기관들이 정보위원회의 소관기관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1994년, 정보위원회를 설치할 당시 국가기밀에 관한 민감한 사항을 다룬다는 이유로 “정보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는 국회법의 특례 조항이 생겼습니다. 그 이후로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정보위원회 회의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습니다. 심지어 국회의원조차도, 국회의장의 허가를 얻어야만 회의록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같은 국회의원도 접근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비밀의 숲’인 셈이죠.
국회 비공개 회의록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정보위원회 (이미지 : 세계일보)
정보위원회가 정보기관을 담당하는 상임위원회이기 때문에 회의를 비공개한다는 논리는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자세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하는 것과 애초에 회의를 비공개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회법에서는 정보위원회 회의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못박아두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과 여론 조작, 불법사찰 등 헌정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시민들은 국회 정보위원회가 국정원을 제대로 통제하고 감시해 왔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국회는 국정감사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회의 비공개 조항으로 인해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는 역시나 비공개로 진행되고, 그 장소 역시 국정원 내부로 한정되며, 국회 보좌진의 출입도 제한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국정원이 제출하는 자료 말고는 교차 검증할 만한 다른 자료가 없기 때문에, 감사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피감기관에 의존하게 되는 셈입니다. 보좌진의 도움 없이 짧은 시간 내에 자료들을 살펴봐야 하니 제대로 감사를 진행하기도 어렵고 다른 상임위처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받을 수 없으니 국감을 열심히 치러야할 동기도 부족합니다.
이렇게 정보위원회 운영이 폐쇄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그동안 법으로 정하게 되어 있는 상임위 규정도 만들지 않고 관행에 따라 위원장과 간사의 합의로 운영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링크]국정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불가능한 구조였던 셈입니다.
지난 2월 23일 열린 국정원감시네트워크의 국정원 개혁 정책 요구안 기자회견
지난 1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정보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는 국회법 제54조2 제1항이 ‘의사공개의 원칙’을 위배해 위헌임을 선고하였습니다. 1994년 이래 30년 가까이 짙은 안개 속에 잠겨 있던 ‘비밀의 숲’에 드디어 안개를 걷어낼 변화의 계기가 열린 것입니다.
특례 조항이 위헌으로 무효화 되었지만,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는 대부분 앞으로도 실질적으로는 비공개 회의가 될 것입니다. 시작은 공개로 하되, 곧바로 위원들의 의결로 비공개 회의로 전환하여 진행할 가능성이 높겠죠.
하지만 ‘공개가 원칙’임을 헌법재판소가 인정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언제든 회의가 공개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국정원이 국회의원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국회의원들은 국정원을 견제할 무기를 얻은 셈이니까요.
견제 받지 않고, 감시 받지 않는 권력기구는 반드시 타락하게 됩니다. 우리는 과거 국정원의 여론조작 및 선거 개입, 민간인 불법사찰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제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국정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이라는 새로운 원훈에 걸맞게 국민들을 위해 알려야 할 것은 알리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감시 받고 견제 받는 기구로 거듭나야 합니다. 정보위 회의공개가 그러한 변화의 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목전이다. 한국의 모든 선거에서는 투표일 2주 전 선거권을 가진 모든 세대에 각 후보의 공보물이 발송된다. 후보별로 인적사항, 재산 및 병역사항, 세금납부 및 체납실적, 전과기록, 선거출마 경력이 필수적으로 공개되고, 후보들이 알리고 싶은 공약들이 전단지로 배포된다.
공보물을 받지 못하거나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을 때 우리는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홈페이지에서 후보자 명부를 열람할 수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공보물과 함께 각 후보별 10대 공약을 공개하고 있어 그 목표와 이행방법 등 자세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다.
▲ 대통령선거 후보자 명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명부 화면 캡쳐 ⓒ 정보공개센터
하지만 현재 이렇게 모두가 열람하거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대통령 후보자의 재산, 세금내역, 전과기록 등의 공개 정보들은 3월 9일 선거가 종료되고 나면 홈페이지에서 사라진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49조 12항에서 선거일 이후에는 제출받거나 회보받은 서류를 ‘공개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인의 개인정보 보호 논리… 그럼 당선인은?
후보자들의 재산과 세금납부 내역, 전과기록 등을 공개하는 것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대통령이라는 공직자로서 합당한지 유권자가 판단하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후보자들이 낙선할 경우 공직선거 후보자의 지위가 아닌 ‘민간인’이 되기 때문에 전과기록 등의 민감한 정보를 계속해서 공개한다면 개인정보침해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당선인의 경우는 다르다. 선거에서 당선이 되면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아 공직자가 되는 것이고, 감시와 검증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 후보시절 공개된 재산이나 납세, 전과기록이 비공개로 전환되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총선 당시 거액의 부동산과 현금 재산에 대해 공표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을 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선관위가 당선인의 자료까지 모두 비공개 해버려 당시의 재산신고 내용을 시민들이 다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 직후인 2020년 9월, 열린민주당 김진애 전 의원이 ‘당선자의 경우 후보자 시절 공개한 서류를 선거 이후에도 공개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해당 법안은 1년반이 지난 지금도 소관위에 계류중이다.
▲ 공직선거법 개정안 계류현황 당선자에 대해서는 후보자 재산등 정보공개를 유지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 정보공개센터
10대 공약 등 주요한 공공정보도 사라져
재산이나 전과기록 등 개인에 관한 사항 이외에도 사라지는 중요한 정보가 또 있다. 후보자들이 제출하는 10대 공약이다. 공약 정보는 후보검증을 위해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개인정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거와 함께 사라져버린다. 다행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선거정보도서관에서 역대 후보자들의 선전물을 제공하고 있어, 벽보와 공보물의 경우 누구나 볼 수 있다. 하지만 각 후보자가 주요하게 내세우는 정책을 일목요연하고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10대 공약 정보는 그렇지 않다.
▲ 선거정보도서관 후보자선전물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선거정보도서관에서는 역대 공직자선거 후보들의 벽보 및 공보를 볼 수 있다 ⓒ 정보공개센터
선거에 출마한 전체 후보자들이 어떤 정책과 미래상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역사적으로도 널리 공유되어야할 공공정보에 해당하고, 법적으로 선거 이후에 공개해선 안되는 정보도 아니다. 굳이 비공개할 이유가 없다면 시민들 누구나가 언제든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3월 9일 선거를 대비해 많은 기자와 시민들이 후보자 정보를 열심히 수집하고 있을 것이다. 공직선거에 입후보를 했다는 것은 언젠가 다른 공직을 맡을 확률도 그만큼 높다는 뜻이기 때문에 중요한 자료일 수밖에 없다. 이번은 인원이 얼마 안 되지만 불과 4개월 뒤에 있을 지방선거는 당선인만 수천 명에 달한다. 원칙과 필요에 맞지 않는 ‘공개 기한’ 때문에 매 선거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의미없는 고생을 반복하고 있다. 하루빨리 공직자의 과거 선거자료를 기한없이, 누구든 볼 수 있도록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한국을 자영업자의 나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2019년 기준 한국은 자영업 비중이 전체 24.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6번째로 높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실효성과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 지도 한참이 지났다.
코로나 발생 후 서울의 자영업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서울열린데이터광장(http://data.seoul.go.kr/)이 공개하고 있는 인허가데이터를 통해 살펴봤다. 살펴본 업종은 비대면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 식당과 카페 등 일반음식점, 헬스장, PC방, 노래방, 목욕탕, 단란주점이다.
현재 서울에 영업 중인 주요 자영업 현황을 살펴보면(데이터 취합일 2022.02.07) 약 14만 개소가 영업중이다. 이 중 일반음식점이 12만 4천여 개로 가장 많고, 그 뒤를 노래방, PC방, 헬스장, 단란주점이 뒤를 잇는다. 목욕탕은 현재 영업 중인 곳이 서울 전체를 통틀어 761곳에 불과하다.
▲ 서울시 내 자영업종 영업현황 현재 서울에 영업 중인 주요 자영업(일반음식점, 노래방, 피씨방, 헬스장, 목욕탕, 단란주점) 현황 – 출처 : 서울열린데이터광장
최근 10년 동안의 업종별 인허가 현황을 살펴보면 노래방과 PC방, 단란주점은 코로나 시기인 2020년과 2021년의 인허가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지만, 일반음식점과 헬스장, 목욕탕의 인허가 수는 큰 차이가 없다. 식당과 헬스장의 경우에는 인허가 수가 늘어나기도 했다.
▲ 서울시 내 자영업 인허가 건수 2012년 ~ 2021년 서울시 내 자영업(일반음식점, 노래방, 피씨방, 헬스장, 목욕탕, 단란주점) 인허가 건수 – 출처 : 서울열린데이터광장
하지만 인허가 추이를 비율로 살펴보면 실제 창·개업이 많이 줄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0년을 기준으로 볼 때 2012년부터 코로나 직전인 2019년까지의 인허가대비 2020년과 2021년의 인허가 비율을 살펴보면 일반음식점과 체력단련장을 제외하고는 개업이 적은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 서울시 내 자영업 인허가 비율 2012년 ~ 2021년 서울시 내 자영업(일반음식점, 노래방, 피씨방, 헬스장, 목욕탕, 단란주점) 인허가 비율 – 출처 : 서울열린데이터광장
코로나는 자영업의 창업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폐업은 늘렸다. 최근 10년 동안의 업종별 폐업 현황을 살펴보면 노래방, 헬스장, 목욕탕, 단란주점의 폐업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음식점의 경우에는 폐업에 큰 추세 변화가 없으며, PC방의 경우에는 2021년 폐업 수가 평균 대비 줄어들기도 했다.
▲ 서울시 내 자영업 폐업 건수 2012년 ~ 2021년 서울시 내 자영업(일반음식점, 노래방, 피씨방, 헬스장, 목욕탕, 단란주점) 폐업 건수 – 출처 : 서울열린데이터광장
특히 노래방, 헬스장, 단란주점의 폐업은 이전의 폐업 대비 코로나 이후의 폐업률이 두드러진다. 사회적거리두기와 영업제한의 직접적 영향이 미쳤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서울시 내 자영업 폐업 비율 2012년 ~ 2021년 서울시 내 자영업(일반음식점, 노래방, 피씨방, 헬스장, 목욕탕, 단란주점) 폐업 비율 – 출처 : 서울열린데이터광장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을 살펴보면 업종의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 시기 이후 오히려 폐업 수가 감소했던 PC방의 경우 동 시기 인허가 대비 폐업 비율은 300%를 상회한다. 이는 시장 자체가 경색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헬스장의 경우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이 적지만, 지난 10년의 추이를 볼 때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폐업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노래방과 단란주점으로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 서울시 내 자영업 개업 대비 폐업 비율 2012년 ~ 2021년 서울시 내 자영업(일반음식점, 노래방, 피씨방, 헬스장, 목욕탕, 단란주점) 개업 대비 폐업 비율 – 출처 : 서울열린데이터광장
물론 개업·폐업 통계만으로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확인할 수는 없다. 폐업할 비용조차 없어서 잠정 휴업상태로 버티고 있다는 증언과 보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단편적인 통계만으로도 자영업 상황이 얼어붙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2020년 1월에 한국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 만 2년이 지났다. 코로나는 많은 풍경을 바꿔놓았다. 비대면과 거리두기의 정부 방역정책은 팬데믹 시기 의료체계 붕괴를 막는 데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많은 사람의 일상을 혼란과 여러움으로 내몰았다. 그 중에서도 자영업자들은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정면으로 맞닥뜨릴 수 밖에 없었다.
비대면 시대에 자영업자들의 경제 상황은 꾸준히 악화되어 갔고, 시시각각 변경되는 거리두기 지침에 발맞추는 것만도 버거웠다. 2년의 시간은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에 내몰았다. 자영업자들의 부채 누적은 이미 시한 폭탄이며 서민 경제 위기와 국가 경제 위협은 이미 예고되어있다.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고, 당사자들이 요구하듯이 실효성 있는 정책이 실행되어야 한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이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힘이 남아있느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