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토론회] 알권리침해와 권리남용, 정보공개제도를 둘러싼 쟁점과 과제

2024.06.10

 

 

[정보공개센터 X 한국기록학회 토론회] 
알권리침해와 권리남용, 정보공개제도를 둘러싼 쟁점과 과제

공공정보의 공개는 행정의 투명성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할 조치이며, 정부신뢰도와 투명성을 판단하는 중요 척도입니다.

한국은 1996년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을 제정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보공개제도를 운영해왔습니다. 2006년 전자적정보공개청구시스템 구축, 2013년 정보원문공개 시행 등으로 정보공개편의성 강화와 적극적 정보공개 정책을 실시하였으며 그로 인해 정부와 시민 모두에게서 정보공개제도의 활용이 대폭 확대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적 한계와 당면하는 문제점은 많습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적극적인 정보공개와 이를 뒷받침한 제도의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이를 반영한 정보공개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는 미진한 실정입니다.

정부는 일부 청구인들의 과도한 정보공개청구로 인한 업무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를 악성민원과 권리남용으로 상정하고 이러한 성격의 정보공개청구를 제한하는 법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한편 시민들은 자의적인 비공개 관행과, 남발하는 정보부존재로 인한 알권리 침해를 호소하고 있으며, 정보비공개로 인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이에 그동안의 정보공개제도의 변화과정과 당면한 제도의 현안을 살펴보고, 국민의 알권리보장과 투명한 정부 구현을 위한 제도개선 방향과 과제를 논의하고자 합니다. 정보공개제도를 둘러싼 쟁점과 과제에 대한 이번 토론회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일시 : 6월 26일 (수) 오후 3시

장소 : 서울시 공익활동지원센터 모이다(서울특별시 용산구 백범로99길 40 용산베르디움프렌즈 101동 지하1층)

 

 

 
      • 좌장 : 설문원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 한국기록학회 이사)

      • 발제1 : 우리나라 정보공개제도의 연혁과 의의 (김유승, 정보공개센터 대표/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 발제2 : 우리나라 정보공개제도의 현재적 문제와 개선방안 (정진임, 정보공개센터 소장)

      • 토론 : 정보공개제도에 관한 각 영역에서의 의견

        • 조민지(정보공개위원회 위원 /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 박종연((사)한국기록전문가협회 협회장)

        • 조아라(행정안전부 정보공개과장)

        •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변호사)

        • 손지원(오픈넷 변호사)

주최 : 한국기록학회,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문의 :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02-2039-8361 / cfoi@opengiro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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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오세훈 시장 ‘한강 리버버스’의 실체… 이 계산 맞습니까?

2024.06.10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월 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한강 리버버스 구체적 운항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잠실~여의도 30분에 주파…한강에 리버버스 뜬다!”
“서울시, ‘한강 리버버스’ 선박 건조 착수…10월에 선보인다”

 

서울시가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만 보면 벌써 한강에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질 듯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한강 리버버스’ 이야기다. 정작 서울 시민들은 시큰둥하던 리버버스 사업은 많은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불도저처럼 전진하더니, 4월부터 배를 만들어서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운항을 시작한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 서울시가 공개한 한강 리버버스 재원표 ⓒ 서울특별시

 

 

▲ 2023년 3월, 서울시가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한강르네상스2.0) 프로젝트 추진계획 자료 ⓒ 서울특별시

 

리버버스에 꽂힌 오세훈 시장, 너무 낙관적인 계산만

 

2023년 3월 9일, 오세훈 시장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한강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대관람차 ‘서울링’ 조성, 노들섬 재개발, 한강 아트피어 조성, 곤돌라 도입 등 무려 55개에 달하는 사업들을 자랑한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 화려한 청사진에는 정작 문제의 리버버스가 존재하지 않았다.

 

불과 며칠 뒤, 유럽 출장길에 오른 오 시장이 영국 런던 템스강에서 ‘우버 보트’를 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다. 우버 보트는 템스 클리퍼스라는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수상 버스인데, ‘우버 택시’로 잘 알려진 우버와 파트너십을 맺어서 ‘우버 보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 시장은 이 우버 보트에 반했는지 “리버버스가 탐난다”, “한강에서도 20~30분이면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 서울시가 2023년 7월 공고한 서울 리버버스 도입 추진방안 용역의 과업내용서 ⓒ 서울특별시

 

그런데 말뿐인 줄 알았던 리버버스 구상은 빠르게 현실화되기 시작한다. 오 시장이 귀국한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4월 19일, 서울시는 “김포골드라인 혼잡 해소”를 명목으로 서울~김포 리버버스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다(하지만 리버버스 도입의 명분이 되었던 김포는 당장 운행 노선에서 빠지게 된다).

 

곧이어 2023년 7월, 서울시는 리버버스 도입 추진 방안 연구용역을 추진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연구용역의 내용이다. 과업지시서를 살펴보면 선착장 위치부터 요금체계까지 운영 전반에 대해 연구하고, 타당성 조사와 경제성 분석까지 망라한 용역보고서를 10개월 내로 마쳐야 한다고 되어 있다. 제대로 된 검토보다는, 서울시가 원하는 내용의 ‘답정너’ 보고서를 쓸 업체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지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이 용역은 한 차례 유찰을 거쳐 한국종합기술이라는 건설엔지니어링 업체와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오 시장의 또 다른 프로젝트인 ‘서울항 조성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수행하던 곳이기도 하다).

 

어이없는 것은 이 연구용역이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인 2023년 8월, 서울시가 ‘리버버스 조례’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만약 적자(운항결손액)가 나면 리버버스를 운영할 민간사업자에게 시 재정을 지원하여 메우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사업 타당성도, 요금 체계도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시는 결국 2023년 10월, <리버버스 운영과 환경친화적 선박 보급 촉진에 관한 조례>를 발의한다. 오 시장이 런던에 다녀온지 겨우 반년 만의 일이었다.

 

 

▲ 2023년 10월 서울시가 제안한 리버버스 운영과 환경친화적 선박 보급 촉진에 관한 조례안에 첨부된 비용추계서 ⓒ 서울특별시

 

이 조례에는 비용추계서가 첨부되어 있는데, 이 내용을 살펴보면 서울시가 리버버스 이용객 수를 어떻게 예측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탑승인원 200명짜리 선박 10척을 하루에 총 108회 운항하는데, 초기 승선률을 20%로 잡고 매년 2% 씩 탑승객이 늘어난다고 가정한다. 그러면 5년 후인 2029년에 승선률이 30%에 달하게 되는데, 매일 6500명, 매년 235만 명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된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계산이 현실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런던광역시의회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오 시장에게 영감을 준 우버 보트는 2022년 1월 9일부터 9월 17일까지 252일간 총 337만 명이 탑승했다고 한다. 하루에 1만 3천 명을 태운 셈이다. 매일 6500명을 태우겠다는 리버버스 탑승 목표치의 딱 두배인데, 우버보트가 20척이 넘는 선박을 운행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그럭저럭 들어맞는 수치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버 보트는 이미 1999년부터 시작해 25년의 운항 경험을 축적한 교통수단이고, 템스강과 한강의 여건 차이도 있다. 템스강 곳곳에는 지하철역과 도로에 맞닿은 23개의 선착장이 있고, 운항 노선 역시 4~6개다. 템스강은 폭이 200~300m에 불과하기 때문에 강남북의 선착장을 빠르게 오갈 수 있고, 겨울에도 얼어붙지 않기 때문에 우버 보트는 1년 중 363일을 운항하고 있다.

 

이러다간 ‘돈 먹는 하마’ 될 수도 있다 

 

▲ 런던 템스강의 우버보트 노선도. 23개의 선착장과 선착장과 연결된 대중교통 수단을 표시하고 있다. ⓒ 우버보트

 

반면, 서울은 수상 교통수단을 운행한 경험이 부족하다. 2007년, 오세훈 시장이 야심차게 도입했던 한강 수상택시는 2022년 총이용객이 1400여 명에 그칠 정도로 처절하게 실패했다. 지자체가 수상 교통수단을 운영해 본 경험도, 시민이 이용해 본 경험도 적다.

 

한강 둔치 공원의 존재로 인해 선착장과 지하철역의 거리가 멀 수밖에 없고, 넓은 강폭을 자랑하는 만큼 선착장이 남북으로 많아질 수록 운항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한강은 1년에 보름 가까이 결빙 현상이 일어난다. 애초에 1년 365일을 모두 운항한다고 가정한 서울시의 비용추계서가 허황된 이유다. 결국 리버버스 이용객이 서울시의 계획처럼 순탄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한강 리버버스의 장점도 있다. 서울시는 편도 3000원이라는 저렴한 요금을 내세워 리버버스의 대중교통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장점은 반대로 수익성 약화라는 단점을 안게 된다. 서울시의 계획대로 리버버스가 1년에 235만 명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성장하더라도, 운항 요금으로 인한 수익금은 70억 원에 불과하다. 리버버스 운영 비용이 계획상으로만 쳐도 매년 150억 원이 넘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택도 없는 금액이다.

 

서울시도 이를 고려해 운항 요금보다 선내 광고나 선착장 편의 시설 수입 등 부대사업으로 운영료를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서울시의 청사진대로 되더라도, 2029년까지 매년 10억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한다. 그리고 조례에 따라 민간사업자의 적자는 서울시 재정으로 메워야 한다. 서울시는 2028년까지 44억 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만약 이용객 수가 계획대로 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상황이다.

 

 

▲ 리버버스 운영조례안 비용추계서와 재정수지분석 비교 (2024년 5월 1일 서울시의회 송재혁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 인용) ⓒ 송재혁

 

더 큰 문제는 서울시가 이리저리 숫자를 주물럭거리면서 비판을 회피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1일 서울시의회 송재혁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적자투성이’ 비용추계서에 대한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2027년부터 흑자 전환이 될 것이라는 오세훈 시장의 발언에 맞추어 갑작스럽게 비용 산정 기준을 바꾸기 시작했다. 선박 내용연수를 15년에서 30년으로 늘리는가 하면, 보험료나 선박수리비 역시 큰 폭으로 축소했다. 탑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비용이라도 일단 줄이고 보자는 식의 태도다.

 

황당한 것은 가장 기본이 되는 선박 가격 역시 발표할 때마다 이리저리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사업을 발표한 23년 4월에는 20억 원가량이라던 선박 가격이 10월의 비용 추계서에서는 50억 원으로 책정되었다가, 24년 2월 기자간담회에서는 43억 원, 3월의 재정수지 분석 자료에서는 36억 원 등으로 이리저리 날뛰다가, 4월 선박 착공식에서야 44억 1백만 원이라는 계약 금액이 정확하게 발표되었다. 총 10척을 도입할 예정이고, 서울시 재정이 직접 들어가는 선착장 조성 예산이 208억 원이니 가장 기본적인 선착장과 선박을 갖추는 것에만 650억 원 가까운 비용이 드는 셈이다.

 

오세훈 시장, 서울시민들의 진짜 요구를 들어라

 

▲ 서울시가 발간한 [2023년 데이터에 담긴 서울교통]에 실린 서울시민 일 평균 대중교통 이용 건수 ⓒ 서울특별시

 

막대한 예산 낭비라는 비판에 대해 오 시장은 한강 리버버스는 공공이 이용하게 될 대중교통 수단이기 때문에 초기에 적자가 발생해도 감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설령 서울시의 발표대로 2029년에 리버버스 이용객이 하루 6500명, 연 평균 235만 명으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서울의 버스와 지하철 이용자만 매일 1000만명에 달한다는 것에 비추어본다면 리버버스의 교통 분담률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리버버스 10척(440억 원)의 금액이 시내버스 200대(저상버스 1대 당 2억 2천만원 )에 맞먹는 가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 시장의 욕심으로 일평균 10만 명이 탑승할 교통수단 대신 6500명 짜리 배를 선택한 것이나 다름 없다. 오 시장이 교통공공성을 운운하는 것이 우스운 이유다.

 

정작 매일 출퇴근 전쟁에 내몰리는 평범한 서울시민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한강변 아파트’ 사는 사람들이나 탈 만할 리버버스 말고, 우리 동네를 지나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증차하고, 배차 간격 단축하며, 털털거리는 노후 차량을 교체하는 것이다.

 

오 시장이 언제쯤 그 사실을 깨닫게 될지 모르겠다. 아니, 역시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 아닐까.

 

*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한강 리버버스 사업의 또다른 특이한 지점은 운영 주체로 ‘서울교통공사’도 아닌 ‘서울주택도시공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급증하는 현 시기에, 주거약자를 위한 주거복지 확충에 힘써야 할 SH공사가 예비비 수백억 원을 끌어 쓰면서 리버버스 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지난 3월 13일 열린 <SH공사 공공성 위기 긴급토론회> 영상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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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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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악성민원 방지’ 명분, 국민 알권리 위협 말라

2024.05.28

조민지 정보공개위원회 위원

정부가 ‘악성민원 방지’를 명분으로 정보공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오히려 국민의 알권리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어 우려스럽다.

최근 정부는 악성민원 방지와 민원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부당하거나 과다한 정보공개청구는 심의회를 거쳐 종결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명분과 달리 이미 현행 법 내에서도 이 문제는 해소할 수 있다. 정보공개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되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종결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다. 과다 청구를 할 경우에는 정보를 나눠서 공개하는 방식으로 탄력적인 대응도 가능하다. 민원성 내용은 정보공개가 아닌 민원으로 처리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있다.

그런데도 ‘부당하거나 과다한’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기준으로 각 공공기관에 설치된 정보공개심의회에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해 청구를 쉽게 종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런 대책은 악성민원 방지라는 본연의 목적과 달리, 정부의 자의적 청구권 통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부당하거나 과다한’ 청구의 기준이 불명확하다. 이를 심의회의 주관적 판단에 맡긴다면 공개 원칙은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 심의회에 외부 전문가가 포함되더라도 위원회 구성을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한 중립성 확보가 어렵다. 엄밀히 말하면, 결정권자는 기관장이기에 심의회 판단을 따를 필요도 없다. 이 때문에 정부에 불리하거나 민감한 청구가 반복될수록 ‘종결’ 처리는 악용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청구권 거부를 남발하고 있다. 대법원은 수감자의 강제노역 회피 목적 등 악의적인 청구에 대해 청구권 행사를 제한한 바 있는데, 공공기관이 이를 확대해석해 다량 청구자의 청구권을 임의로 제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막연히 청구가 부당하거나 과다하다는 이유로 종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까지 마련된다면, 국민의 알권리는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자의적 기준에 따라 종결 처리가 남발될 경우 알권리 침해에 대한 구제가 어렵다는 점이다. 부당한 처분에 불복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요하는 행정심판이나 소송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시민들이 하기에는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커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행정심판은 ‘종결’ 처리에 대해 접수조차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정부 대책은 악성민원을 차단하겠다는 명목하에 국민 전체의 정보접근권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현 정부가 정보공개청구를 대하는 태도다. 법원의 공개 판결에도 불구하고 검찰 특수활동비는 계속 비공개되고 있고, 대통령실의 직원 명단조차 비공개되어 소송 중이다. 이는 권력기관의 비공개 관행과 이번 개정 추진이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악성민원 방지라는 명분 뒤에 정부에 불리하거나 민감한 사안에 대한 국민 접근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물론 악성민원에 대한 통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그 해법은 소수 문제 사례의 선별적 대응에 있지, 청구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데 있지 않다. 무엇보다 알권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가치다. 이를 짓밟는 어떤 시도도 결코 용인될 수 없다. 악성민원을 차단한다는 미명하에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봉쇄하려 든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훼손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정보공개법은 제도의 취지에 맞게 투명한 정부 구현과 국민의 알권리 실현의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축시키는 정부 주도의 법 개정은 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 이 글은 경향신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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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민지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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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사례공유회] 슬러기시해커스, 적게 시간쓰고 많이 활동하자!

2024.05.28

슬러기시해커스, 적게 시간쓰고 많이 활동하자!
: 비영리 활동의 업무자동화, 기술 적용사례 발표

일시 및 장소

6/20(목) 오후2시-4시
인권재단 사람 지하1층 (서울특별시 은평구 증산로17가길 15-7) / 온라인 송출 병행

프로그램

  • 슬러기시해커스 소개
  • 사례1) 시민소통 자동화: 스티비 뉴스레터 신청자-도너스 연동-커뮤니케이션 자동화 (녹색연합)
  • 사례2) 홍보/데이터/모금 업무 자동화 사례 및 활동가 업무소통채널 반복 업무 알림봇 (참여연대)
  • 사례3) 의약품 모니터링 알림봇 등 사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 사례4) 복지로 사이트 사업정보 수집, 확인서발급 자동화 사례 (사단법인 비투비)
  • 사례5) 구글시트를 이용한 언론 보도 모니터링 (한국여성의전화)
  • 사례6) 정부사이트가 영 불편해서 DIY 해봤습니다: 정보공개치트키 (정보공개센터)
  • 참여자가 해결하고픈 문제(사전설문) 5분 솔루션 & 질의 응답

행사 취지

슬러기시 해커스는 게으른 비영리 해커들의 커뮤니티로, 공익활동과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우리의 미션을 단순하게 말하자면, “엑셀과 싸우는 시간을 줄여 세상과 싸우자”는 것입니다. 매월 정기적으로 모임에서 비영리 영역의 활동가와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등이 함께 만나 데이터 수집이나 업무 자동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머리를 맞대어 방법을 찾아나갑니다.

2023년 1월 커뮤니티를 시작한 이후 1년간 우리는 여러 단체들과 함께 더 적게 일하고, 그만큼 더 풍부하게 활동하기 위한 고민과 사례들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2024년 여름, 슬러기시해커스에서는 해커로서 문제를 해결한 조직과 활동가들이 비영리 활동에 기술이  왜 필요한가, 사용했더니 이렇게 좋더라! 하는 생생한 경험담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기술과 함께하는 게으른 비영리 활동이란 어떤 것인지, 크고 작은 단체에서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지 함께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예정입니다.

▶참가신청하기
https://tally.so/r/3lNo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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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 재산현황 분석… 서울에 아파트·건물 소유한 지자체장은 누구?

2024.05.28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지난 3월 28일 공직자들의 정기재산변동신고내역이 관보를 통해 공개됐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자체장의 경우 기관장이 공석인 대전 중구, 경남 밀양시와 지난해 10월에 재보궐 당선돼 10~12월 중 재산공개를 한 서울시 강서구를 제외한 17개 광역단체장과 223개 기초단체장의 재산을 공개했다. 이들의 재산내역에 대해 살펴본다.

서울 소유 건물 95건 중 서울 외 지역 단체장 소유 55건


부동산은 공직자의 재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다. 이번에 공개한 공직자 신고내역 중 전국의 도지사, 시장, 구청장, 군수 240명의 재산 분포를 살펴보면 아파트/상가/주택 등 건물이 전체 재산액의 41%를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대다수 공직자들이 건물의 경우 실거래가보다 한참 못 미치는 공시지가로 공개해 실제 재산보다 축소공개 한다는 지적이 있어 온 만큼, 실제 공직자 재산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전국 지자체장 240명의 재산 유형별 합계 및 분포> 2024.03.28. 공직자 정기재산변동신고내역 참고 ⓒ 정보공개센터


그중에서도 서울은 대표적 부동산 투기 지역이다. 서울에 부동산을 여러 채를 가지고 있거나, 거주/거소하지 않는 데도 가지고 있다면 자산증식을 목적으로 한 부동산은 아닐지 추측해 볼 수 있다.
지자체장 중 서울에 부동산 소유 현황은 전체 95건이다. 중복계수를 막기 위해 가족과 함께 공동으로 소유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제외한 수치다.

소유지역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강남구가 13명(14건)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은 송파구가 8명(10건)으로 뒤를 잇는다. 이들은 모두 서울에서도 부동산값이 가장 높은 축에 든다는 지역들이다. 반면 강서구와 동대문구에는 지자체장이 소유한 부동산이 단 한 건도 없다. 95건 중 서울시와 24개 자치구(강서구청장 제외) 단체장이 소유한 건물은 총 40건이며 이중 17건은 소속 지역 외에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장의 서울 부동산 소유 95건 중 서울 외 지역의 단체장이 소유한 건물은 총 55건이다.

▲ 지자체 단체장의 서울 내 부동산 보유 현황 지자체장 소유 건물이 가장 많은 곳은 강남구, 송파구 순이다. ⓒ 정보공개센터



지자체장 중 서울에 건물을 가장 많이 소유한 사람은 최경식 남원시장이다. 그가 신고한 재산 총액은 203억여 원으로, 그는 서울에만 6개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구로구 구로동에 본인소유 복합건물(주택+상가) 4건, 동작구 사당동에 배우자 소유 상가 1건, 양천구 목동에 본인소유 이편한세상 아파트 1건이다. 그는 서울 외에도 경기도 광명시에 주상복합아파트 1건을 소유하고 있다. 남원시에는 본인과 배우자가 각각 아파트 전세를 두고 있다. 전세 2건의 보증금을 포함해 그가 신고한 건물 재산은 총 136억 9천만 원이다.

최경식 남원시장 뒤를 이어 소유 건물을 3건 이상 소유한 지자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 문헌일 서울 구로구청장,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 유성훈 서울 금천구청장, 유희태 전북 완주군수,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 이승로 서울 성북구청장, 전성수 서울 서초구청장으로 총 8명이다.

강원도지사와 대구 달성군수는 ‘강남 아파트’ 이웃사촌

소속된 지자체와 상관없이 재산상으로 이웃사촌인 경우도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최재훈 대구 달성군수는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조성명 강남구청장 역시 이웃사촌이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이필형 서울 동대문구청장과 김장호 경북 구미시장은 강남구 청담동에 각각 삼익아파트와 삼익상가를 갖고 있다.
박남서 경북 영주시장과 박경귀 충남 아산시장은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아파트의 이웃지간이다.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과 김성수 부산 해운대구청장은 서대문구 북아현동 이편한세상신촌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 네이버부동산에서 찾은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실거래 현황 ⓒ 네이버

올해 처음 공개되기 시작한 공직자 가상자산

지난해 말부터 공직자의 가상자산 거래내역 신고가 제도화되면서 올해부터 공직자들의 가상자산 보유 내역이 처음으로 공개됐는데 지자체장 중 14명(가족포함 17명)이 가상자산에 대해 신고했다. 특이한 점은 가상자산의 경우 본인 재산인 경우는 한건도 없었고 모두 가족들 보유 건으로 확인됐다.

▲ <전국 지자체장 240명 중 회원권 보유 현황> 2024.03.28. 공직자 정기재산변동신고내역 참고



오세훈 서울시장 부인 1억2천만 원 반얀트리 회원권 구입

보통의 서민들은 재산으로 갖기 힘든 골프, 콘도, 헬스 회원권을 보유한 지자체장들도 눈에 띈다. 회원권을 보유한다고 신고한 지자체장은 총 24명(32건)이다. 이 중 회원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장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 정문헌 종로구청장으로 각기 3개씩 갖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해 4건을 보유했었으나 1년 사이 배우자의 골프회원권이 만료되어 3건으로 줄었다.

반면 지난해에는 없었는데 회원권 재산이 새롭게 생긴 경우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배우자는 반얀트리클럽앤스파 헬스 회원권을 1억2천만 원에 구입했다.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은 일본에 있는 아이와미야자키 리조트의 700만 원 골프회원권을 상속받았다.

지자체장이 보유한 회원권은 정문헌 종로구청장처럼 골프와 콘도 회원권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골프를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만큼, 비판적으로 살펴봐야 할 지점이다.

▲ <전국 지자체장 240명 중 회원권 보유 현황> 2024.03.28. 공직자 정기재산변동신고내역 참고



공직자 재산, 더 쉽게 공개해야 더 잘 살펴볼 수 있다

지자체장의 재산 내역에는 서민들의 생활과는 동떨어진 부분들이 많다. 거주 목적이라 볼 수 없는 아파트나, 비싼 건물을 서울에 여러 채 소유하거나, 대다수 시민들은 사용하기 어려운 고액의 골프, 콘도, 헬스 회원권을 보유한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과정과 내역이 모두 불법적이거나 부당하다고 볼 순 없다. 그러나 이들의 삶이 시민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공직자 재산 등록 및 공개 제도는 공직자의 재산형성과정의 부당함이나 특혜 여부를 감시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장치다. 그러나 현행 공개 수준으로는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 어렵다. 부동산의 경우 공시지가 기준의 축소 신고, 주식과 가상자산처럼 변동성이 큰 항목들의 재산규모의 신고기준, 감시와 분석을 어렵게 만드는 PDF형태의 공개방식 등은 개선이 필요한 지점들이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등 선출직 공직자들의 재산내역을 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PDF로 공개된 재산자료를 스프레드시트로 데이터정제해 공개했다. 공직자 재산 신고 제도는 권력에 대한 시민적 감시와 통제의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 2024 지자체장 재산, 데이터로 보기

👉 2024 국회의원 재산, 데이터로 보기

👉 선출직 공직자의 돈과 이력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오픈 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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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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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의대 증원 회의록’ 없다던 정부의 진짜 문제

2024.05.27
▲ 지난 1월 31일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27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가 열리고 있다.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왔으나 회의록은 없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장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회의록’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의료계는 법원에 의대 증원 취소 및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하면서, 정부가 의대 정원에 대해 논의한 보건의료정책 관련 회의록과 교육부에서 대학별로 정원 2000명을 배정한 배정위원회 회의록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집행정지 소송은 의대생의 학습권보다 필수의료, 지역의료 회복이라는 공익이 우선한다는 판결을 받으며 기각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결정 과정에 대한 불신과 정당성을 지적하며 집단행동을 이어갈 태세다.

의료계 입장과는 별개로, 정책에 영향을 받는 수많은 시민들이 정책 결정 과정과 회의 내용에 관심을 갖는 것은 타당하다. 판단의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문제해결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고, 더 제대로 된 공론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가장 큰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소모하고 있는 해당 사안에 대해 그 결정 과정에 누가 참여했고, 입장과 근거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언론과 시민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뉴스1 기자의 보건의료정책심의회·의사인력전문위 등의 회의록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회의록을 별도 관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통지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직무를 유기했다는 이야기거나, 기록이 있는데 폐기한 것이라면 공공기록물관리법 제19조의2, 공공기록물 은닉·멸실 등에 해당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큰 논란이 되었다.

정부는 작성 의무가 있는 회의록은 존재한다고 뒤늦게 해명하며 이를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존재하는 문서에 대해 허위로 답변한 것은 그 자체로 명백한 위법이며 바로 잡아야 할 행태이다.

정보공개를 회피하기 위해서든, 관리와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든 행정기관에서 있는 기록을 ‘부존재’로 통지한 것은 기관이 허위로 정보를 유포하는 꼴이기 때문에 이는 허위공문서작성에 해당한다. 사실상 정보공개청구는 각 업무를 실제로 담당하는 일선 담당자들에게 배정되기 때문에, 기록에 대한 파악이 덜 되었다고 보기에 여러 의문점이 존재하고, 공개를 회피하기 위해 해당 기록을 ‘관리하지 않는’ 내부 기록으로 치부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게다가 정부가 정보공개를 회피하기 위해 자료가 없다고 거짓 주장하는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소송에서도 검찰은 1심 때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자료가 없다고 주장했다가, 재판부의 제출명령에 뒤늦게 말을 바꿔 자료를 내놨던 바 있다. 시민들이 행정기관의 정보 관리나 여러 체계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일단 ‘없다’고 발뺌을 하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행정기관의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13일 보건복지부를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고발했다.

결과적으로 보건의료정책심의회(보정심) 회의록,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전문위) 회의록이 법원에 제출되었다. 하지만 이는 회의록이 시민들에게 공개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며, 심지어 2개 회의마저도 의대증원 관련 정책이 구체적으로 도출되기까지의 여러 회의 중 일부분에 해당한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와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왔지만, 이 회의에 대해서는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고, 합의된 내용만을 보도자료로 기록해 공개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에서 진행한 의대정원배정위원회 회의 역시 법적으로 회의록을 생산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결과를 요약한 ‘결과 보고’ 문서만을 제출했다.


‘기록 안 남겨도 되는 회의’는 누가 결정하나

동일한 사안에 대한 정책 결정 과정을 담은 회의임에도 어떤 회의록은 남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요약하자면 주요 직책자들이 참석하지 않는 한, ‘주요한 회의’가 무엇인지를 행정에서 자의적으로 판단해 기록을 하지 않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아래 9가지 회의에 대해 ‘회의록’을 작성해야 하며, 회의록에는 회의의 명칭, 개최기관, 일시 및 장소, 참석자 및 배석자 명단, 진행 순서, 상정 안건, 발언 요지, 결정 사항 및 표결 내용에 관한 사항을 기록하여야 한다.

1. 대통령이 참석하는 회의
2.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회의
3. 주요 정책의 심의 또는 의견조정을 목적으로 차관급 이상의 주요 직위자를 구성원으로 하여 운영하는 회의
4. 정당과의 업무협의를 목적으로 차관급 이상의 주요 직위자가 참석하는 회의
5. 개별법 또는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위원회 또는 심의회 등이 운영하는 회의
6.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및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34조에 따른 교육장이 참석하는 회의
7. 공공기관(지방공기업 및 출자기관 포함)의 장 및  「고등교육법」에 따라 설립된 학교의 장이 참석하는 회의
8. 제17조제1항 각 호(법률 및 조례 제/개정, 행정절차법에 따라 행정예고를 하여야 하는 사항, 국제기구 또는 외국정부와 체결하는 조약ㆍ협약ㆍ협정ㆍ의정서, 대규모 개발사업, 기타 국가기록원 등에서 내용 및 결과를 기록물로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사항) 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항에 관한 심의 또는 의견조정을 목적으로 관계기관의 국장급 이상 공무원 3인 이상이 참석하는 회의
9. 그 밖에 회의록의 작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주요 회의

현재와 같은 법체계에서는, ‘의료인력 확대’라는 사회적으로 너무나도 중요한 정책에 대해, 가장 주요한 이해관계자인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회의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행정기관에서 기록이 필요한 ‘주요 회의’가 아니라고 주장하면 명백한 위법이 되기 어렵다. 그래서 협의체에 참여한 지난 의협 집행부에서는 내부 보고를 위한 전체 회의 기록을 남겨두었지만, 오히려 공공기록으로서는 아무런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황당한 일이 발생해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 2023년 5월 기준 국가기록원이 지정한 속기록 의무생산 회의 83개 목록 ⓒ 국가기록원

한편 행정이 편의대로 회의록 자체를 남기지 않을 수 있는 것에 더해, 회의에서 발언 요지를 얼마나 상세히 기록하는지 역시 공무원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겨진다.

공공기록물관리법 제17조에 따라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의 장이 지정하는 회의는 속기록이나 녹취록을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2023년 8월 기준 83개에 불과하고, 매년 최저임금과 중위소득액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중앙생활보장위원회 등 관심이 집중되는 민생 회의조차 포함되지 않는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시민들의 삶에 중요한 결정이 이뤄지는 회의라 하더라도 회의 내용에는 ‘이견 없음’, ‘○○으로 의결함’ 등 아무런 정보가 없는 회의록이 부지기수인 이유다.

하지만 속기록 의무 생산 회의를 더 많이 지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렇게 의무적으로 남기는 속기록에 대해서는 요건에 따라 최대 15년까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행정에서 이러한 조항을 악용할 경우 결정 과정에 대한 접근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패러다임 전환 필요한 ‘정책 회의’ 기록과 공개

사실 행정에서 다루는 어떤 회의든 ‘주요 회의’가 아닌 것은 없다. 쓰레기통을 어디 설치할지 논의하는 것만 해도 행정에서의 결정은 수십에서 수천만 명의 일상과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주요회의를 가려서 회의록과 속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행정에서의 모든 회의는 기록하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행정에서의 모든 회의는 공공기관의 모든 정보가 공개 원칙인 것과 마찬가지로 공개를 원칙으로 두는 것이 필요하다.

현행 기록관리와 정보공개 운영 체계에서는 행정이 결정 과정에 대한 공개를 꺼리는 관료주의 문화 때문에 회의 기록도 부실하게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심의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소관 법률에서 공개 회의 운영을 규정하고, 회의 방청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회의체의 경우에는 의사회의록과 속기록 역시 상세하고 체계적으로 기록되고 수일 내에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결정 과정을 누구나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모든 주와 연방에서 ‘회의공개법’을 도입하고 행정기관의 모든 회의를 공개토록 하고 있다. 만약 회의를 비공개하여야 할 경우, 위원 전체에 공개/비공개 표결을 부친 뒤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이후 법률자문관이 해당 회의가 비공개 예외 조항에 해당하는 사안인지 공적으로 검토하여 남겨야 하며, 녹음이나 발언 내용 등 회의록을 필수적으로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워싱턴주 ‘회의공개법’ 입법취지에서는 주에 있는 공공위원회, 이사회, 협의회 및 기타 공공기관이 국민의 사업 수행을 돕기 위해 존재하며, 따라서 공개적으로 기관의 행정과 심의는 공개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 주의 주민들은 자신을 위해 복무하는 기관에 주권을 양도하지 않는다. 주민들은 권한을 위임할 때 공직자에게 주민들이 알아야 할 것과 알아서는 안 될 것을 결정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만든 기구들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지속적으로 얻고 공직자에게 자신의 견해를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 워싱턴주법 42.30.010 : 입법 선언


의사를 증원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에서 필수의료, 지역의료의 실현이 정말 필요한 국민들은 왜 ‘관전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지 우리는 따져 물을 필요가 있다. 일부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만 있고, 시민들이 인상비평 외에 의견이나 판단을 가지기 어려운 지금의 상황은 의료정책과 의사 확대를 둘러싼 논의의 과정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공공기관이 설명의 책임을 충실히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실 회의록에 대한 여러 법적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우리에게는 결정 과정에 대한 ‘알 권리’가 있고, 이것이 행정의 편의에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공공 정책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어떤 입장이 나왔는지, 그 근거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누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함께 알 수 있을 때 구성원으로서의 주권과 더 나은 의사 형성이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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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조은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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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무기 수출입 통계 비공개처분 행정소송 기자회견

2024.05.22

 

2024년 5월 22일, 무기 산업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 ‘아덱스저항행동’이 무기 수출입 통계를 비공개한 관세청을 상대로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보도자료 및 기자회견 내용

 

2023년까지 한국무역협회의 국가별 수출입 통계에서 무기류의 수출입 액수를 찾아볼 수 있었지만, 올 해 1월부터 돌연 무기류에 대해서만 국가별 수출입 금액이 비공개 되기 시작했습니다. 알고보니 관세청의 요청으로 이 정보가 비공개 된 것이었는데요, 해당 정보에 대해 관세청에게 정보공개 청구를 하였으나, 관세청은 ‘국방 등 국익 침해’를 사유로 이를 비공개하였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관세청의 비공개 처분은 무기 산업에 대한 시민들의 감시를 회피하기 위한 정보 은폐로 판단하여, 오늘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였습니다.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의 기자회견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시민의 알권리 확대와 정보공개를 통한 권력감시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입니다.

오늘은 정보공개법의 관점에서 무기 수출입 통계를 비공개하는 것이 왜 문제인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모든 정보는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하고, 다만 예외적으로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세청은 한국의 국가별 무기 수출입 통계에 대해 ‘국방 등 국익 침해’를 근거로 비공개 처분을 내렸습니다.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국가안보 및 국방 분야에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관세청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해당 정보는 구체적인 무기의 명세나 수량을 공개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어느 국가와 얼마 어치의 수출입이 있었는지 금액을 표기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원래부터 공개하지않았던 정보도 아니고, 과거에는 공개하고 있던 정보입니다.

관세청의 주장대로라면 해당 정보가 공개되어 있던 과거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이 현저히 침해되었어야 하는데, 과연 그렇습니까? 오히려 그동안 정부는 해외에 무기를 얼마나 수출해왔는지 자랑해오지 않았습니까?

공공기관이 어떤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할 때는, 구체적으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하지만 관세청이 든 비공개 근거는 아주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연성을 따지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방산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감시와 반대를 틀어막기 위해, 정보를 은폐한 것에 불과합니다.

2024년 현재 전쟁과 학살로 고통 받는 세계 시민들의 외침에 조응하여, 한국에서도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시민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시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군수산업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가능하도록 어느 나라에 어떤 무기를 수출하고 있는지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해야 할 시점입니다.

오늘 제기할 소송에 대한 법원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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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공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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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대검ㆍ법무부 상대 3차 정보공개소송 및 검찰 자료 불법폐기에 대한 항고장 접수

2024.05.17

대검ㆍ법무부 상대 3차 정보공개소송 및 검찰 자료 불법폐기에 대한 항고장 접수

– 대검ㆍ법무부의 특활비 자료 비공개에 대한 정보공개소송 소장 접수

–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1차 소송, 대검 각 부서 특활비 비공개에 대한 2차 소송에 이은 3차 소송 제기 –

– 검찰 특활비 자료 불법폐기에 대한 불기소(각하)결정에 대한 항고장도 접수 –

 

1.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함께하는 시민행동)들은 5월 16일 서울행정법원에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상대로 특수활동비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라는 취지의 정보공개소송 소장을 접수했다소송의 원고는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이다또한 3개 시민단체들은 이날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 불법폐기 고발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이 불기소(각하)결정을 한 것에 대한 항고장도 접수했다.

 

2. 작년 4월 13일 대법원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에 대한 일부 공개판결이 확정된 이후, 6월 23일부터 자료공개가 시작됐다.

그러나 자료검증 과정에서 대검찰청이 대검찰청 각 부서(운영지원과와 검찰총장 비서실을 제외한 각 부서)의 특수활동비 지출내역기록부와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하고현재 2차 정보공개소송(대검찰청 각 부서 특활비에 대한 정보공개소송)이 진행중에 있다.

그런데 대검찰청은 지난 4월 12일 ‘2023년 6월 이후의 특수활동비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에 대해서도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2023년 4월까지의 특수활동비 정보에 대해서는 정보공개 결정을 이미 했었는데, 2023년 6월 이후의 자료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한 것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023년 6월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격려금 명목으로 특수활동비를 뿌린 사실이 드러난 바 있는데그 시점부터의 자료에 대해서 대검찰청은 비공개를 하고 있는 것이다이는 검찰 특수활동비 오ㆍ남용을 은폐하기 위한 방탄 비공개로 볼 수밖에 없다이에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5월 16일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3차 정보공개소송이 시작된 것이다.

 

3. 대검찰청 뿐만 아니라 법무부도 특수활동비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에 대한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다이에 하승수 공동대표는 5월 16일 법무부가 ‘2017년 이후에 사용한 특수활동비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에 대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소장도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했다.

 

4.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 불법폐기 고발건에 대해 지난 4월 18일 불기소(각하결정을 내렸다불기소 이유를 보면자료 폐기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그런데 실무관행을 이유로 각하 결정을 한 것이다.

그러나 범죄가 관행이라면그것은 범죄의 조직적ㆍ집단적 성격을 뒷받침하는 것이므로더욱 엄중하게 수사해야 마땅한 것이다뇌물수수나 절도가 관행이라고 해서 처벌받지 않아도 된다고 할 것인가더구나 폐기가 관행이라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다면다른 공공기관들이 자료를 무단폐기해 놓고 폐기가 관행이라고 주장할 경우에검찰이 어떻게 수사ㆍ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이에 시민단체들은 5월 16일 서울중앙지검에 항고장을 접수했다.

 

5. 작년 6월 23일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가 공개되기 시작한 때로부터 11개월이 되어 가고 있다그동안 시민단체들과 뉴스타파의 검증을 통해서 자료 불법폐기뿐만 아니라 명절 떡값이임(퇴임)전 몰아쓰기연말 몰아쓰기회식비 등으로 유용부서별 나눠먹기비수사부서 지급자의적인 격려금.포상금 지급 등 숱한 세금 오ㆍ남용 사실들이 드러났다또한 국민 5만명이 동의해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는 국민동의 청원이 성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과 법무부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이미 대법원까지 확정된 판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여전히 특수활동비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 이들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심지어 사법부의 판결조차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현재의 검찰이다.

이에 3개 시민단체들은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각종 불법의혹세금 오ㆍ남용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고책임자들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때까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려고 한다. 5월 16일 3차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하고자료 불법폐기에 대해 항고장을 접수한 것은 물론이고, 22대 국회에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 문제가 논의될 수 있도록 국민적 여론을 모아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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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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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정보공개센터, 회의록 정보공개청구에 ‘없다’고 거짓통보한 보건복지부 고발

2024.05.13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집단행동 관련 중대본 회의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2024.5.7/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보정심 및 전문위 회의록을 생산 관리하고 있다고 브리핑한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

 

  • 정보공개센터는 5월 13일, 의대 증원 관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 등 정보공개청구에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허위 통지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을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대전지방검찰청에 고발했습니다.

 

  • 지난달 언론사 뉴스1이 보정심·의사인력전문위 등의 회의록을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보건복지부는 ‘회의록을 별도 관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구한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통지서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답변이 명백한 허위 통지였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5월 7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브리핑에서 “회의록을 작성·보관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보정심과 의사인력전문위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른 법정 위원회로 회의록 작성이 의무화돼 있습니다. 회의록이 당연히 존재해야 함에도, 없다고 통지한 것은 정보공개를 회피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 최근 정부가 정보공개를 회피하기 위해 자료가 없다고 거짓 주장하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소송에서도 검찰은 1심 때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자료가 없다고 주장했다가, 재판부의 제출명령에 뒤늦게 말을 바꿔 자료를 내놨습니다. 보건복지부 역시 정보공개를 회피하기 위해 자료가 없다고 거짓 통지를 했다가,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자 말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행태를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정보공개법은 위법한 공개 거부나 회피 등 부당한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위반하더라도 처벌 규정이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거리낌 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하지만 정보공개에 대한 통지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행정기관의 공적 문서인 만큼, 허위 통지는 명백히 형법 제22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허위공문서작성에 해당합니다.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정보공개 운영 안내서’ 역시 공무원이 공개하는 정보를 인위적으로 조작하거나, 허위로 공개한다면 형법 제227조 등에 따른 처벌 대상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센터가 보건복지부에 대한 고발에 나선 것은 허위 통지로 정보공개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정부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입니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어떤 과정을 통해 거짓 통지가 이루어졌는지 밝히고, 책임을 물어 재발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건의료 정책의 결정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것은 행정의 기본적인 의무입니다.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과 그로 인한 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주요한 회의는 중계나 방청을 시행하고 속기록을 충실히 남겨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제22대 국회에서는 이번 회의록 논란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반면교사 삼아 회의공개법 제정을 통해 정책 논의와 결정 과정에 대한 시민의 알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보도자료 및 고발장

by
    김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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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지방의원 연봉 7400만원? 이례적 대폭 인상의 속사정

2024.05.07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지방의회 의정활동비 인상… 신뢰 회복 우선돼야


▲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 ⓒ 정보공개센터

지방의원의 월급이라 할 수 있는 의정비가 지난 10년간에 유례 없는 인상률을 기록하게 되었다. 행정안전부 ‘내고장알리미’에 따르면, 2024년 광역의회 의정비는 1인 연평균 6538만원, 기초의회 의정비는 1인 연 평균 4539만원으로 2023년 대비 평균 10.1%, 12% 씩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원이 매월 정액으로 받는 의정비는 직무활동에 대한 ‘월정수당’과 의정 연구 등에 사용되는 ‘의정활동비’로 구성되어 있는데, 최근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으로 의정활동비를 인상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그 결과 전체 17개 광역의회 중 15개, 전체 226개 기초의회 중 91%인 207개 의회가 인상된 의정활동비 상한선을 그대로 적용하여 지방의원의 의정비가 대폭 상향된 것이다.


지방의회는 2003년 이후 20년간 의정활동비 지급 기준이 동결되어 왔기 때문에,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의정활동비 상한선을 광역의회는 월 15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기초의회는 월 11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지방의원의 의정활동 보상 수준을 현실화하고, 유능한 인재의 지방의회 진출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2014~2024년 연도별 광역의회 의정비 현황(단위 : 만원, 연간금액) / 출처 : 행정안전부 ⓒ 정보공개센터


물론 지급 범위의 상한선을 제시한 규정이기에 반드시 그에 맞춰 의정활동비를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전국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의정활동비를 상한선에 맞춰 최대로 인상했다.

특히 경기도의회와 서울시의회는 인상된 의정활동비 상한액을 그대로 적용했고, 의정비를 구성하는 또다른 항목인 월정수당 역시 인상되었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경기도의회 연간 의정비는 1인당 7411만 원, 서울시의회는 1인당 7405만 원에 이르게 되었다. 이는 전국 지방의회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해당 의회들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전국 최고 수준의 의정비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한액에 맞춰 의정활동비를 최대한 인상했다.


▲ 2023년 기준 의정비 상위10개 기초의회 현황(단위 : 만원, 연간금액) / 출처 : 행정안전부 ⓒ 정보공개센터


기초의회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2023년 기준 가장 많은 의정비를 받는 10개 기초의회는 이미 연간 5000만 원 이상의 의정비를 지급받고 있음에도 의정활동비를 상한액에 맞춰 최대한 인상했다. 이로써 해당 기초의회 의원들은 2024년 부터 연간 최소 480만원에서 최대 548만원 까지 인상된 의정비를 지급받게 된다.


의정활동비 제도 개선 필요


▲ 지방의회 청사 배지. 자료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이는 지방의회의 신뢰 회복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행보로 보인다. 지난 1월 발표된 국민권익위원회의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조사 결과, 지방의회의 종합청렴도는 68.5점(100점 만점)으로, 행정기관 및 공직유관단체의 80.5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경기도의회와 서울시의회는 가장 낮은 등급인 5등급과 4등급을 기록했다.


일부 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 부정 청탁, 성추행 등의 문제로 지방의회의 도덕성과 신뢰도는 이미 크게 훼손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객관적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의정활동비를 인상하는 것은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지방의회가 의정활동비 인상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논리도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지난 10년간 의정비는 꾸준히 인상되어 왔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기초의회 의정비는 연평균 1.6%, 광역의회는 1% 인상되었다. 2023년 기준 기초의회 의원은 1인 연평균 4053만 원(월 338만 원), 광역의회 의원은 1인 연평균 5940만 원(월 495만 원)의 의정비를 수령하고 있다. 이는 2023년 임금근로자1인 평균임금 연 3600만 원(월평균임금 300만 원으로 계산)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공무수행을 위한 여비, 의정활동 수행을 위한 의정 운영 공통 경비, 정책개발비, 정책지원관제도 등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과 제도도 다양하게 뒷받침되고 있다.


또한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광역의원은 연간 최대 5000만 원, 기초의원은 연간 최대 3000만 원의 정치후원금도 합법적으로 수령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의정활동과 별개로 의원 개인의 영리활동이 가능하도록 겸직도 허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번 의정활동비 인상의 타당성은 매우 떨어져 보인다.


▲ 2023년 대비 2024년 의정비 ⓒ 정보공개센터


무엇보다 의정활동비 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의정활동비는 월정수당과 달리 소득세 과세 대상이 아닌, 의정활동 수행에 필요한 경비를 보전하는 성격으로 비과세 대상의 소득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사용내역에 대한 정산과 증빙자료 제출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 하에서는 이러한 의무사항이 부재하다. 이는 의정활동비가 제 목적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미 지방의원의 의정비는 매년 꾸준한 인상 폭을 이루고 있으며, 의정비 지급 외에도 의정활동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지방의회가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의정비 인상의 타당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의정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의정활동의 내실화와 활성화를 위한 종합적인 제도 개선 노력이 선행될 때 비로소 의정활동비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동의를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지방의원 의정비 현황 데이터보기(2014-2024)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도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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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민지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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