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국회의원의 수상한 법안… 뭘 더 감추려 하십니까

2024.02.07

정보공개 청구를 제한하려는 위험한 움직임들

 

 

몇 달 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디브레인(dBrain,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상의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국고계좌 입출금내역, 업무추진비 카드승인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3년여의 소송 끝에 검찰이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자료들을 공개했지만 예산유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정보들은 판례를 무시한 채 지우고 공개하거나, 자료가 폐기되었다며 공개하지 않거나, 기간이 오래되어 영수증이 휘발되었다며 백지에 가까운 수준으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2023년 6월 23일 검찰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집행 증빙 영수증 사본

 


디브레인에 들어있는 정보는 데이터 형태로 존재하니 세월에 삭아 글자가 휘발될 일 없고, 시스템에 차곡차곡 쌓여 잘못해서 잃어버리거나 할 일이 없으니 우리가 받은 불완전한 종이 더미 자료들과 비교 대조해 맞춰보면 검찰 예산집행을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대검과 중앙지검은 기대했던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유 중 하나는 ‘정보부존재’, ‘기관이 보유 및 작성 관리하지 않는 정보’라는 이유다. 정부가 쓰는 디브레인을 본 적이 없다 보니 정보공개청구를 정확히 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꼼꼼하게 공부한 후 다시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대검과 중앙지검은 공개하지 않았던 특활비와 업무추진비 자료를 공개하게 될까.

 

디브레인에 대해 공부하고 다시 청구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답변조차 받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동일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요청하는 악성 민원인이라며 바로 정보공개청구를 종결시켜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 대표발의로 정보공개법 개정안(의안번호 : 2126286)이 발의되었다. 핵심 내용은 “정보공개 제도의 취지를 벗어난 부당하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악의적인 반복/중복 청구 등 오남용 사례로 인하여 공공기관 업무 담당자의 고충 및 행정력 낭비가 심화되고 있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에 “정보공개 청구인의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를 금지하고 이러한 정보공개 청구는 종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보공개 청구권자는 “공공기관에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의무를 가지게 되고, 공공기관은 “정보공개 청구가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해당 청구를 종결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가 무엇인가

 

지금도 어떤 정보공개청구는 기관에 의해 종결되기도 한다. 다만 민원으로 처리된 것을 다시 청구하거나, 이미 공개 여부가 결정된 것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청구할 때 등으로 제한적이다. 그런데 개정안은 이 두 가지에 더해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일 경우에도 정보공개 처리를 하지 않고 종결해 버리겠다고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정보공개청구를 10건 하는 건 괜찮지만 11건부터는 과도한 것인가.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군수님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는 괜찮지만 대통령님이나 검찰총장님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는 부당한 것인가.

 

그 어떤 것도 과도하거나 부당하지 않다. 아직 우리 사회는 무엇이 부당한 것인지,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가 무엇인지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다. 정보공개 청구권은 세계인권선언과 헌법에서 그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본권인 알권리와 직결된다.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정보공개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시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법 개정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의 연정선으로 시민의 알권리를 위축시키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문제다.

 

지난 2일 KBS 뉴스는 <“해도 너무해”… 정보공개청구 하루에 75건>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6개월여 동안 557건의 정보공개청구를 한 시민을 춘천시가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보도했다. “매일같이 2~3건씩 정보공개를 요구한 셈”이라는 것이다.

 

정보공개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로써 국가와 공공기관에는 정보공개의 의무를, 모든 국민에게는 정보공개청구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정보공개와 알권리는 자유로운 의사 형성을 위한 표현의자유(헌법 21조), 각 개인의 지식의 연마와 인격도야에 가급적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헌법 10조) 및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헌법 34조)와 맞닿아 있다.

 

이러한 기본권적 속성으로 인해 정보공개법에는 청구인들에 대한 제한사항이 많지 않다. 공공기관이 예외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들을 명시해 놓았을 뿐이다. 정보공개청구를 많이 한다고 해도 제한이나 제약 또한 없다. 정보공개청구는 2006년 온라인 시스템이 생겨나며 늘어났고 2014년 정부가 결재문서원문공개를 시작하면서 양적 질적으로 확대되었다. 모두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결과다.

 

춘천시는 이 시민의 정보공개청구가 업무방해라고 했지만, 업무방해 성격이 있는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세계태권도 문화축제 예비비 사용 문서, 자원봉사자 모집 협조요청 문서, 임차 및 계약심사 요청 문서 등 하루에 청구한 문서 제목만 75개’라며 처리에 ‘건당 평균 6일씩’ 소요된다고 하지만, 이 시민이 청구한 것은 춘천시 업무 과정에서 이미 만들어진 문서로 공개여부 판단까지 마친 것들이기 때문에 공개를 위한 준비에 별도의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다.

 

설령 시간이 소요된다 하더라도 이는 법이 정한 공공기관의 의무 사항으로 업무의 일부이지, 업무를 방해한 사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위 KBS 보도에도 “단순히 과다 청구로만 처벌을 하기는 어렵다”는 경찰의 발언이 담겼다. 

 

 

민주주의와 알권리를 위협한다

 


이렇듯 충분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쟁점 사안에 대해 행정이 업무방해 운운하며 시민을 상대로 수사 의뢰를 한 것은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시민의 권리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정보공개청구가 “부당하거나 사회통념 상 과도한 요구”인지를 판단하는 일차적 주체는 공공기관의 담당 공무원이다. 결국 공무원 마음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종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자칫 법에서 보장한 권리를 행사하려다 경찰 수사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일부 공공기관의 사례가 확산되고, 법마저 개정된다면 시민의 정보공개 청구를 공무원 마음대로 짓밟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일부 정보공개청구인이 민원성 청구, 증명할 수 있는 정도의 악의적 청구를 남발하면서 공무원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정보공개 청구 시 수수료 납부 후 청구 처리를 수행하도록 하고, 악성 민원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공개 업무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대다수 정보공개 업무 담당자들이 민원 업무 등 여러 보직을 겸임하는 상황을 인력 충원 및 전문성 강화 등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정보공개는 시민의 참여를 높이고 정부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장치이다.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대신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는 국회와 공공기관의 움직임은 민주주의와 알권리를 위협한다. 시민의 정보공개청구를 일방적으로 업무방해로 단정하거나 악성 민원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협의의 장이 시급하다.

by
    정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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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넷 성명] 알권리 틀어막는 정보공개법 개정안 반대한다

2024.01.31

 

알권리 틀어막는 정보공개법 개정안 반대한다

 

 

최근 국회에서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 대표발의로 정보공개법 개정안(의안번호 : 2126286)이 발의되었습니다. 핵심 내용은 “정보공개 제도의 취지를 벗어난 부당하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악의적인 반복/중복 청구 등 오남용 사례로 인하여 공공기관 업무 담당자의 고충 및 행정력 낭비가 심화되고 있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에 “정보공개 청구인의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를 금지하고 이러한 정보공개 청구는 종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보공개 청구권자는 “공공기관에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의무를 가지게 되고, 공공기관은 “정보공개 청구가 부당하거나 사회통념 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해당 청구를 종결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종결 처리를 할 수 있는 경우는 민원으로 처리된 내용을 재차 정보공개 청구하거나, 이미 정보공개 여부가 결정된 정보를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청구하는 경우 등에 한정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부당하거나 사회통념 상 과도한 요구”를 집어넣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시민의 기본권인 알권리를 ‘부당’하다거나 ‘사회통념 상 과도’하다는 모호하고 확정적이지 않은 문구로 제한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공공정보는 공개가 원칙이며,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에서 정해놓은 사유가 있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 정보공개제도의 취지입니다. 정보공개 청구권은 기본권인 알권리와 직결되는 만큼, 비공개의 근거 역시 법률로서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회통념’ 따위의 명확하지 않은 문구를 들어 공개여부를 결정하기도 전에 시민의 정보공개 청구를 종결시키는 것은 정보공개제도의 취지와 어긋나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부당하거나 사회통념 상 과도한 요구”인지를 판단하는 주체가 공공기관의 담당 공무원이기 때문에, 결국 공무원 마음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종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정보공개청구를 했던 시민은 이의신청조차 할 수 없게 됩니다. 같은 내용을 다시 정보공개 청구하면, 이번에는 반복 청구라는 이유로 다시 종결처리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시민의 정보공개 청구를 공무원 마음대로 짓밟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일부 청구인이 민원성 청구, 악의적 청구를 남발하면서 공무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정보공개 청구 시 수수료 납부 후 청구처리를 수행하도록 하고, 악성 민원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공개 업무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무엇보다도 대다수 정보공개 업무 담당자들이 민원 업무 등 여러 보직을 겸임하는 상황을 인력 충원 및 전문성 강화를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대신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으로 발의된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반대합니다.

 

2024.01.31.

재산공개와 정보공개 제도개선 네트워크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경실련, 세금도둑잡아라,
참여연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함께하는 시민행동

by
    재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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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권단체 공동성명] 언론의 자유 탄압하는 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 규탄한다!

2024.01.30

경찰청/서울교통공사 규탄 시민사회 긴급 기자회견

2024년 1월 31일(수) 11시, 경찰청 앞(서대문역 인근)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연대, 블랙리스트 이후, 정보공개센터, (사)오픈넷,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포럼, 민변 언론위원회 등 언론단체와 인권단체 공동주최

1.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행동(선전전, 기자회견)마다 서울교통공사(이하 교통공사)와 경찰의 폭력적인 강제 퇴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통공사와 경찰은 평화로운 기자회견에서도 물리력을 사용하여 활동가들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급기야 지난 1월 24일에는 취재하는 기자들까지 강제로 끌어냈습니다. 기자라는 신분을 밝혔음에도 “이게 무슨 기자, 끌어내”라며 기자임을 알면서도 모욕하며 취재방해 등 언론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습니다.

2. 기자회견을 취재하는 기자에 대한 물리력 행사는 이번 한 번만이 아닙니다. 지난 1월 21일에도 비마이너와 경향신문 기자의 취재를 방해했습니다. 이러한 언론의 자유 침해는 전장연 선전전 및 기자회견에 대한 일상적인 탄압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교통공사의 물리력 행사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공권력이 아닌 교통공사 보안직원들이 헌법 상 권리인 신체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불법적인 교통공사의 물리력 행사를 제지하지 않고 함께 하였습니다. 언론의 자유 침해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언론에 보도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입니다.

3. 이에 인권단체, 언론단체 등 시민사회는 1월 31일 오전 11시 경찰청 앞에서 <언론의 자유 탄압하는 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 규탄한다! 경찰청/서울교통공사 규탄 시민사회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합니다.

by
  • 정보공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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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정업무경비 회식비 등으로 유용 의혹

2024.01.25

검찰 특정업무경비 유용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정보공개센터는 검찰 예산검증을 계속 하고 있는데요. 검찰 특정업무경비에 대한 검증 내용을 함께하고 있는 검찰예산검증공동취재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2024. 01. 25. 10:30 뉴스타파 리영희홀)

우리는 지난 2023년 6월 이후 전국 검찰청에서 공개받은 특정업무경비를 분석하던 중 특정업무경비를 수사활동에 사용한 것이 아니라 회식비 등으로 유용한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특정업무경비를 간담회 등 업무추진비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기획재정부 지침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으로 업무상 배임과 허위공문서 작성죄도 성립할 수 있는 사안압니다.

검찰의 자료 공개 과정에서 휘발되어 식별이 불가능한 수준의 영수증을 공개하고, 예산을 집행한 음식점 상호와 결제시간을 가리고 줘 검증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회식비 사용, 쪼개기 결제 등 심각한 유용사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드러난 일부 사례를 보자면, 고양지청의 경우 2023년 2월 6일 경기도 파주의 한 장어집에서 쓴 85만2천원을 쪼개기 결제를 하면서 일부는 업무추진비로 일부는 특정업무경비로 사용했습니다. 이는 업무추진비 용도로 쓰는 것이 금지된 특정업무경비를 간담회 회식비로 사용한것으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천안지청에서도 발견됩니다. 2023년 1월 10일 천안지청장은 <음악동호회 간담회> 명목으로 천안시 내 모 참치집에서 회식을 하며 디너정식과 소주 맥주 등을 먹고 마셨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나온 회식비 65만원을 각각 업무추진비에서 40만원, 특정업무경비에서 25만원을 집행했습니다.

충주지청 역시 같은날 같은장소에서 연이어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를 결제했는데, 2021년 10월 15일 한 초밥뷔페에서 업무추진비 20만원을 결제했는데, 업무추진비 집행 후 곧바로인 14초 뒤에 특정업무경비로 30만원을 결제했습니다.

이 밖에도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로 서로 쪼개며 집행한 유사한 사례를 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정업무경비는 수사활동에 쓰라고 별도로 배정된 예산입니다. 그런데 이 특정업무경비를 회식비로 사용한 것은 심각한 예산 유용입니다. 이번에 우리가 찾아낸 것은 검찰 특정업무경비 유용의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휘발된 영수증, 결제시각과 상호명을 가린채 공개한 영수증 만으로도 이정도가 드러난 것을 보면, 특정업무경비에 대해서도 예산 오남용이 만연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사원이 나서서 검찰의 특정업무경비 실태에 대한 전면적 감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업무상 배임 및 특정업무경비를 회식비로 써놓고 수사활동에 사용한 것 처럼 서류를 작성한 경우가 있다면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에 대해 수사도 필요합니다.

만약 검찰이 스스로 수사를 하지 않겠다면 그동안 우리가 요구해왔던 특별검사 수사범위에 특정업무경비 유용도 포함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검찰이 특정업무경비 자료의 공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정보공개청구한 2017년부터 2023년까지의 특정업무경비 증빙자료를 모두 공개한 검찰청은 전국 67곳 중 21곳에 불과합니다. 대검찰청은 2018년 6월까지의 자료만 공개했고,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9월까지의 자료를 공개했을 뿐입니다.

 

철저한 검증을 위해서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부터 신속하게 특정업무경비 자료를 공개해야 합니다.

우리는 현재까지 검찰의 특수활동비 자료 불법폐기 및 세금 오남용을 밝혀내 왔으며, 특정업무경비 유용도 함께 밝혔습니다. 앞으로도 검찰의 예산 오남용에 대한 진상규명이 철저하게 이뤄지고 응분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대까지 추가적은 검증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특정업무경비 유용에 대한 구체적 사례가 담긴 보도자료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도자료] 검찰 특정업무경비 검증결과 발표 : 회식비, 쪼개기 등 유용사례 발견

by
    검찰예산검증공동취재단, 정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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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특수활동비 자료 불법폐기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2024.01.16

 

2024년 1월 16일, 정보공개센터는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녹색연합, 참여연대 등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의 특수활동비 자료 불법 폐기 의혹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를 받아낸 이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2017년 상반기 특수활동비 자료 상당수가 존재하지 않았음을 지적한 바 있는데요, (쉽게 정리한 ‘검찰 예산 자료 증발과 부실공개’ 문제 살펴보기) 이후 뉴스타파의 취재를 통해 단순히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뿐 아니라 검찰 조직 전체에서 조직적으로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가 사라졌음이 확인 되었습니다.

 

정보공개센터와 단체들은 5만 명의 시민들과 함께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특수활동비 자료 불법 폐기 의혹에 대해 특검을 도입하고, 국정조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였지만,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입니다.

 

 

검찰의 자료 불법 폐기에 대한 공소시효가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국회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기에, 단체들은 검찰 스스로 특수활동비 불법폐기 문제에 대해 명확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취지로 오늘 고발장을 접수하였습니다.

 

검찰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 과연 제대로 수사를 할 것인지 의심이 가긴 하지만, 이번 고발에 대한 수사를 통해 검찰이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만약 서울중앙지검이 공소시효 만료시점까지 사건을 깔아뭉갠다면, 시민단체들은 특검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공소시효에 대한 특례 조항을 둬서라도 반드시 불법적 자료 폐기에 대해 책임을 묻겠습니다.

고발장

 

by
    김예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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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원 각하 결정에 대한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 성명

2024.01.10

[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원 각하 결정에 대한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 성명]

 

산업기술보호법이 짓밟고 있는 알권리 회복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부당하게 기술유출재판받는 개인 및 기업들을 위한 위헌소송 당사자 모집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는 2020년 3월, 산업기술보호법 제9조의2(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 비공개), 제14조 제8호(산업기술이 포함된 정보에 대한 목적 외 용도 사용/공개 금지), 제34조 10호(정보공개 청구 업무를 수행하며 산업기술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된 자의 직무상 알게 된 비밀 누설/도용 금지)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해당 조항들이 헌법상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 등에 반하여, 국민의 알권리, 생명/건강권,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6월, 각하 결정을 내렸다. 제9조의2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공개 사유와 절차가 마련되어 있음을 이유로, “기본권침해는 국가 기관 등의 정보 비공개 결정 등에 의해 비로소 발생하는 것일 뿐”(직접성 요건 결여)이라 했다. 제14조 제8호, 제34조 제10호에 대해서는 청구인들에게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어 부적법”하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판단에는 아쉬움이 크다. 헌법소원 요건인 ‘직접성’, ‘자기관련성’에 대한 형식논리에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 제9조의2 제1항 단서와 제2항에 따른 예외적 공개는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이해관계인의 의견” 청취,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및 관계 부처의 장의 동의”, “위원회 심의”를 거쳤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구색 맞추기에 불과할 뿐, 실질적 공개 절차를 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제9조의2 제1항 본문에 의해 직접적으로 “국가핵심기술 관련 정보” 모두에 대한 비공개 조치가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한다.

 

 

제14조 제8호와 제34조 제10호는 각각 “산업기술 관련 소송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적법한 경로를 통하여 산업기술이 포함된 정보를 제공받은 자”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보공개 청구, 산업기술 관련 소송 업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산업기술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된 자”에게 적용되는 것인데, 헌법재판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분은 현행 대통령령에 대한 특정한 해석을 전제로 판단하였다. 대상 조항은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을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어, 청구인들은 ‘명확성 원칙’과 ‘포괄위임금지 원칙’ 위반을 주장했다. 따라서 대통령령의 개정이나 관련 해석의 확장 여지까지 고려하여 ‘자기관련성’의 범위를 넓게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위 조항들은 여전히 유효하게 살아 있다. 모든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사업장에 관한 모든 정보를 “국가핵심기술 관련 정보”라는 무적의 비공개사유를 앞세워 은폐할 수 있다. 그 관련성 판단은 사실상 해당 정보를 은폐하고 싶은 사람들 측에 맡겨져 있다. 또한 적법하게 “산업기술이 포함된” 혹은 “산업기술에 관한” 정보를 취득한 자가 그 정보를 토대로 어떤 공익적 활동에 나서려면, 여러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법이 관련 행동에 대해 무거운 형사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 정보수사기관의 사전적 강제조치까지 가능하도록 하면서 그 대상 범위를 너무 모호하게 정해두었기 때문이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제14조 제8호와 제34조 제10호의 적용 범위를 좁혀 판단한 것은 향후 해당 조항의 적용과 하위 법령 개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34조 제10호와 관련하여 “정보공개법상 정보를 공개하는 결정은 정보공개법 제9조 (비공개 대상 정보) 등을 검토하여 이루어지고 공개된 정보는 더 이상 비밀 정보로 보기 어려우므로, 위 ‘정보공개 업무’에는 정보공개를 청구하여 정보를 열람하는 업무는 포함되지 않는다. “고 명시적으로 판단한 부분은 반가운 일이다. 10호 전단의 내용에 대해 이러한 유권해석이 존재하지 않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정보를 취득한 자에게조차 이 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위축효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산업기술보호법의 이러한 독소조항들은 제20대 국회가 만들어냈다. 관련 법안의 발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주도했지만, 2019년 8월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 통과는 민주당, 정의당을 포함한 다른 원내 정당들이 만장일치로 함께 이루어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시민사회 단체들이 대책위를 구성해 문제를 제기하자, 민주당, 정의당 의원들은 ‘그런 법인 줄 전혀 몰랐다’고 했다. 그리고 15명의 국회의원은 2020. 2.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사회의 문제제기에 깊이 공감한다. 반성하며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겠다. 올바르게 다시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뿐인가. 제21대 국회는 2022년 2월, 이러한 독소조항들을 그대로 원용하면서 그 대상 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는 새로운 법(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기까지 했다.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했다. 국회는 문제를 바로 잡기는 커녕 오히려 더 키우고 있다.

 

 

대책위는 산업기술보호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의 이러한 문제를 계속 알리며,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위 독소조항들에 근거한 정보 비공개 결정이나 형사 기소가 이루어질 경우, 관련 재판에서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하거나 헌법재판소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을 제기하고자 한다. 산업기술보호법 혹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근거한 정보 비공개(일부공개) 결정을 받았거나, 영업비밀성이 없는 기술정보를 이용하였음에도 두 법으로 인해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기업 혹은 개인의 제보를 기다린다.

 

 

아울러, 국회에도 계속 법 개정을 촉구하는 바이다. 헌법재판소가 제14조 제8호와 제34조 제10호의 시행령 조항에 근거하여 청구인들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법의 악용가능성을 시행령이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고 산업기술을 보호하려면 시행령이 한정한대로 법조항을 개정하면 될 일이다. 이미 그런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 법안을 심의하는 회의 한 번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에만 20개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대부분 국가핵심기술과 산업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거나 적용범위를 넓히고 있다. 공익적 활동을 제한하는 잘못된 용도로 사용되지 않고, 산업기술 보호에 충실한 법을 위해서라도 악법조항에 대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람의 생명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문제들을 손쉽게 은폐할 수 있는 법이다. 이 법이 짓밟고 있는 알권리를 회복하여야 한다.

 

 

 

2024110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

 

 

참여단체 :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사단법인 오픈넷, 생명안전 시민넷, 일과건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각하 이유인 ‘자기관련성’을 보완하여 재차 위헌소송을 하기 위해 부당하게 ‘기술유출’ 등 사유로 재판 받고 있는 개인과 기업 당사자를 찾습니다.

     

     

    문의 :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상수(010-9401-1370), sharps@hanmail.net

     

by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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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충격과 공포’ 부산엑스포 최종 PT, 부산시민 지우고 대통령 연설 넣었나?

2024.01.05

 

 

지난해 11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3회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압도적인 표를 받으며 최종 개최지로 선정되었습니다. 부산의 엑스포 유치 실패 원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가운데, 이날 총회 최종 프리젠테이션(PT) 영상에 대해 혹평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배경음악으로 한 33초 짜리 영상은 지휘자 정명훈, 소프라노 조수미, 가수 김준수와 싸이, 이정재 등 유명인과 연예인들이 등장해 부산의 투표 기호였던 숫자 1을 계속해서 강조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 영상이면서 부산의 모습은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다”, “부산 엑스포인데 왜 아무 상관 없는 강남 스타일이 나오냐”, “한국은 연예인 말고는 자랑할게 없는 나라냐”, “뜬금 없이 숫자 1만 강조하는게 정말 촌스럽다” 는 등 영상의 처참한 퀄리티에 분노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세금을 어디다 썼냐”, “업체에 사기당한 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 KTV의 BIE 총회 한국 프리젠테이션 중계 영상
☞ 엑스포 최종 PT 홍보 영상

 

정보공개센터는 누가 어떻게 이런 영상을 만든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단 측에 ▲ 최종 프리젠테이션 기획 내용이 포함된 문서(계획안, 회의자료 등) ▲ 프리젠테이션 내 영상 제작 계약 업체명 / 계약 금액 / 과업지시서 등을 정보공개 청구하였습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단에 정보공개 청구한 내용과 그 답변

 

 

유치지원단 측에서는 최종 프리젠테이션을 작업한 업체가 에이치에스애드(HS애드)라고 밝혔고, 해당 업체가 6월 20일의 제4차 PT와 11월 28일의 최종 PT, 그리고 6월 21일에 열렸던 BIE 공식 리셉션 등을 모두 포함하여 53억 4700만 원에 계약했음을 알려왔습니다.

 

유치지원단이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HS애드는 단순히 영상을 제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BIE 총회에 대응하여 PT 전략을 짜고, 메시지를 구성하고, 영상과 슬라이드, 스피치 내용을 개발하는 등 BIE 총회를 대상으로 하는 공식적인 PT 전반을 담당하였습니다.

 

▲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단이 공개한 HS애드의 엑스포 PT 관련 과업내용

 

HS애드는 LG그룹 계열의 광고기획사들이 통합되어 탄생한 회사로 40년 넘는 사업경력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광고회사입니다. 엑스포 PT 영상이 논란이 되면서 “차라리 한국관광공사가 했던 ‘범 내려온다’ 영상을 그대로 쓰지 그랬느냐”는 반응도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 Feel the Rhythm of KOREA 캠페인 역시 HS애드가 기획하고 제작한 영상입니다. 이미 한국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전달해 본 경험이 있는 광고기획사라는 뜻입니다.

 

HS애드는 보건복지부와 함께한 ‘노담 캠페인’이나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 했어요”, 배달의민족의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광고로도 잘 알려진 업체입니다. “업체에 사기당한 거 아니냐”라고 말하긴 어렵겠죠.

 

HS애드의 기획안과 실제 영상 비교해보니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단이 공개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5차 PT 영상 구성 및 연출 보고’ 기획안(HS애드 제작)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문제였기에 이렇게 ‘충격과 공포’의 영상이 나왔을까요? 유치지원단이 함께 공개한 ‘2030 세계엑스포 최종 프리젠테이션 기획안’을 살펴보니 어느 정도 해답이 보입니다. 유치지원단은 HS애드가 기획안을 짰고, 해당 기획안을 바탕으로 회의를 진행하였다고 밝혔습니다. 기획안 표지를 보면 최종 PT를 한달 여 앞둔 10월 18일에 회의가 열렸음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반영하여 HS애드가 최종 PT 영상을 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회의록이 있다면 해당 기획안에 대해 어떤 피드백이 오갔는지, 기획안이 실제 최종PT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유치지원단 측은 회의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2030 세계엑스포 최종 프리젠테이션 기획안 링크로 접속하면 전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단이 공개한 기획안의 PT 구성안

 

이 기획안은 총 49장에 달하는 슬라이드 형식으로 11월 28일 열린 최종 PT의 오프닝 영상부터 스피치, 캠페인, 스토리 영상, 엔딩 영상까지 20분가량의 프리젠테이션 전체에 대해 그 방향과 메시지, 구체적인 스피치 내용과 영상 콘티까지 자세하게 담고 있습니다.

 

기획안을 살펴보면 스피치와 캠페인 내용은 큰 변화 없이 HS애드 측에서 처음 기획안을 작성했던 방향대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오프닝 스피치 때 마스코트 부기와 함께 한국 거주 외국인 청년들이 무대에 등장하여 발언한 정도를 제외하면 연출상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부분은 없습니다.

 

 

최종 PT 브릿지 영상 콘티 기획안

 

영상의 경우 구체적인 콘티와 레퍼런스 자료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최종 PT에서는 총 세 개의 영상이 등장했는데, 그중에서 유엔군 참전 용사의 이야기를 담은 브릿지 영상의 콘티 기획안을 살펴보면 영상의 콘셉트와 장면별 내용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논란이 된 엔딩 영상 역시 영상의 콘셉트 설명과 구체적인 콘티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유명 인사와 연예인이 출연하여, 부산의 기호인 숫자 1을 강조하는 전체적인 내용은 콘티 단계에서부터 그대로였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획안에 따르면 대중문화와 첨단 기술, 스포츠 분야 등에서 미래를 선도하는 한국과 부산의 이미지와 함께 보팅 넘버 1을 소개하여 잔상 효과를 남기겠다는 취지인데, 투표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2차, 3차까지 가게 되었을 경우를 염두에 둔 ‘N차 투표 번호 인식’ 전략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는 N차 투표 없이 한 번에 후보지가 결정되었기도 하고, 경쟁 후보지였던 리야드가 전혀 다른 방식의 영상을 제작했던 것과 비교하면 과연 HS애드의 전략이 효과적이었는지 부터 의문이 듭니다.

 

 

콘티에 없던 ‘강남스타일’과 케이팝 스타

 

 

더욱 문제인 것은 실제 공개 영상은 콘티보다 더욱 엉망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콘티와 비교하여 어떤 차이가 발생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엔딩 영상의 전체 콘티

 

 

먼저 콘티의 흐름을 살펴보면 먼저 미래 도시 부산의 모습을 CG로 보여주고, 순차적으로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영상의 슬로건인 ‘YOUR CHOICE YOUR FUTURE, BUSAN IS READY’를 자막으로 띄우는 형태입니다. 인물과 인물이 교차하는 과정에 지휘봉이나 무대의 스포트라이트, 부산의 야경과 건축물 등을 숫자 1로 형상화하면서, 마지막으로 부산 곳곳의 모습을 비춰주다가 부산 불꽃 축제를 배경으로 배우 이정재가 등장해 손가락으로 1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영상이 마무리 됩니다.

 

엔딩 영상 음악으로 흘러나온 ‘강남 스타일’은 콘티 단계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배경 음악에 대한 설명이 따로 적혀 있지 않은데, 기획안의 ‘실행 전술’ 부분을 참고하면 본래는 아바(ABBA)처럼 1970~80년대 음악 중 세계적으로 유행해 익숙한 멜로디의 팝송을 활용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도대체 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길래 부산 엑스포 홍보 영상에 ‘강남 스타일’이 흘러나오게 되었는지 더욱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콘티와 실제 영상의 가장 주된 차이는 케이팝 스타들이 대거 추가되었다는 점입니다. 본래 콘티 단계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프라노 조수미, 지휘자 정명훈, 가수 김준수와 싸이, 여성 셀럽 1인, 그리고 배우 이정재입니다.

 

 

그런데 실제 영상에서는 여기에 더하여 제로베이스원, 드림캐쳐, 몬스타엑스, 태민 등 케이팝 아이돌들이 연달아 등장하면서 ‘부산’을 외치는 장면이 추가되었습니다. 이렇게 나오는 인물의 숫자가 확 늘어나다 보니 영상의 구성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연예인과 숫자 1, 부산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초점을 잃은 영상이 되었습니다.

 

엔딩 영상에 출연한 몬스타엑스. 배경이 부산임을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영상 초반부에 여러 인물을 몰아서 배치하다 보니, 인물의 배경으로 함께 비춰줘야 할 부산의 모습이 사라졌습니다. 예를 들어 가수 김준수가 나오는 장면은 콘티에서 “빠른 속도로 카메라가 전진하며 부산의 모습을 보여주고 하늘로 줌인 되며 시아준수 your future 컷 등장”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영상에서 김준수는 부산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 없이 CG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부산을 배경으로 숫자 1과 이정재가 등장하는 엔딩 영상 콘티

 

 

콘티에서는 분명 숫자 1이 부산의 건축물과 자연 풍경, 야경과 도심 뷰와 함께 보여지도록 되어 있는데, 막상 영상에는 숫자 1의 배경도 CG로 대체되어 있습니다. 도시의 야경 속에서 등장해야 할 싸이나, 불꽃 축제를 배경으로 등장해 손가락을 들어올려야 할 이정재 역시 정작 실제 영상에서는 모두 배경을 날린 상태로 나타납니다. “33초 영상에 부산은 9초 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부산 시민 빠지고 대통령 연설 넣은 오프닝 영상

 

재밌는 것은 전반적으로 콘티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 제작된 오프닝 영상에서도 딱 한 가지 콘티와 다른 내용이 존재하는데,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 장면이라는 점입니다.

 

오프닝 영상의 콘티

 

오프닝 영상의 윤석열 대통령 연설 장면 캡쳐

 

콘티에서 “다양한 언어로 부산으로 초대하는 부산 시민들의 모습”으로 설명된 장면이 실제 영상에서는 빠져 있습니다. 그 대신에 들어간 장면이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엑스포를 홍보하는 4초 분량의 영상입니다.

“사용 소스는 검토 후 선정하였으나, 유치지원단의 최종 의견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로 짐작해 보았을 때, 결국 최종 PT 영상의 내용을 정하는 회의에서 특정한 영상 소스를 넣고 빼라는 유치지원단 측의 의견 개진이 있었고 이에 따라 전체적인 영상의 내용들이 결정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홍보 전문가가 아닌 이상 HS애드의 기획안이 엑스포 유치전이라는 목적에 걸맞게 짜여진 내용이었는지 판단하긴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콘티의 내용과 실제 영상 중 어느 쪽이 더 짜임새가 있는지, 부산의 매력을 잘 전달하고 있는지 비교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광고사에서 제시한 콘티 보다, 유치위원회 측의 피드백이 반영된 결과물 쪽의 퀄리티가 낮다는 것은 결국 유치위원회의 실력이 부족했음을 보여줍니다.

 

5000억 원 넘는 예산을 쓰면서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는 정부가 기본적인 프리젠테이션 영상마저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애초에 엑스포를 개최할 만한 능력이 있는 정부였는지 되묻는 시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잼버리 참사’를 생각해 보면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것을 오히려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는 비아냥에, 한국 정부 스스로가 한국에 대해 관심이 없으니 맨날 케이팝 스타들에게만 의존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여론이 들끓자 엑스포 유치를 위한 활동 전반을 수행했던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는 공식 홈페이지(www.expo2030busan.kr)와 SNS 등을 황급히 폐쇄하였습니다. 유치위원회가 국무총리 산하의 민관 합동 기구로, 산업부 소속의 유치지원단을 꾸려 예산을 배정받아 활동한 공식기구였음에도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웹사이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입니다. 일단 시민들의 비판을 피하고 보자는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잼버리 참사’와 ‘엑스포 사태’는 그동안 메가 이벤트에 목매던 정부의 전략이 얼마나 대책 없는 것이었는지를 드러내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보다, 흔적을 지우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더 눈에 띄는 것을 보니 앞으로도 국민들이 부끄러워할 일이 반복될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마저 듭니다.

by
    김예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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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권익위, 이럴거면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 왜했나?

2024.01.02

[논평] 권익위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의견

  • 전수조사 통해 밝혀진 국회의원 가상자산 거래액, 빙산의 일각일 것
  • 투명한 재산 등록 및 공개, 가상자산 등 투기성 자산에 대한 백지신탁 강화 필요

지난 2023년 12월 29일, 권익위가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회의원 18명이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진 신고 내역과 다르거나 소유, 변동이 있음에도 미신고한 의원이 10명이었다.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보유 의혹이 불거진 지난 5월, 국회가 재산등록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시키고, 이해충돌 심사대상에 가상자산도 추가하는 관련법(공직자윤리법, 국회법)을 통과시켰지만, 법 개정 전 국회의원이 보유한 가상자산 규모와 부패 의혹 실태를 알기 어려워, 이번 전수조사는 많은 기대를 모았다.

전수조사 결과, 임기 중 가상자산 거래 의원 11명, 누적 매수 625억원(매도 631억원)으로 드러났으며, 거래 금액의 90%를 차지하는 김남국 의원을 제외한 10명의 누적 매수액도 70억원(매도 68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여야가 전수조사 범위를 국회의원 본인 재산으로 한정해, 조사 범위에서 제외된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의 경우 더 많은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가상자산 보유로 인한 이해충돌 의혹 및 가상자산 관련 입법청탁도 존재했을 것으로 의심된다. 권익위가 전수조사 목표를 가상자산 보유 실태에만 두어, 관련법 입법 로비 여부 등 부패 의혹을 살피지 않아 조사의 실효성이 의심된다.

이처럼 권익위 전수조사의 한계가 명백하게 드러났으므로, 국회는 가상자산 재산등록 및 공개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입법화에 힘쓰고, 국회의원의 투기 및 자금 은닉 등을 막는 법 개정을 해야 한다. 가상자산을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시키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지난 12월부터 시행됐고, 이에 앞선 작년 5월, 가상자산을 국회 이해충돌 심사 범위에 담은 국회법 개정도 이뤄졌다. 그러나 수시 매매로 인해 재산등록 시점에 가상자산 미보유 시, 재산공개 관보에서 누락되어 실질적 감시가 어렵다. 따라서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제출받은 가상자산 매매 내역을 공개하고, 고위공직자의 경우 매매 및 백지신탁을 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by
    재산공개와 정보공개 제도개선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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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국회의원 활동 기록, 전부 다 폐기될지도 모릅니다

2023.12.22

국회기록물법과 국회기록관이 필요한 이유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 권우성

대통령부터 지방기초단체까지 국민을 대신해 국가를 운영하는 공공기관들은 자신들의 정당성과 행위를 국민들에게 어떻게 증명할까? 바로 ‘기록’이다. 기록이라는 단어의 피상적 의미는 건조한 사실관계나 사료를 지칭하는 말 같지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기록이 국가기관과 공공기관 행위의 명분과 그 책임을 증명하는 유일한 증거라고 하면 기록은 그저 단순한 사료가 아닌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담지 하는 요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런 기록의 중요성 때문에 국민을 대행하고 있는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의 경우 2007년 시행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그리고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2000년부터 시행된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아래 공공기록물법)에 따라서 업무 간 생산하거나 접수해 보유한 기록들을 엄격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원 의정활동기록 관련 법규 없어서 관리 안 돼

그러면 국민을 대의하는 국회와 국회의원의 경우는 어떨까? 국회와 국회의 각 기관은 국가기관에 포함되어 공공기록물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리고 공공기록물법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국회는 ‘국회기록물관리규칙’을 별도로 두고 있다. 이 규칙의 적용을 받는 국회 소속기관으로는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가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정작 국민들의 삶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300명의 국회의원(실)은 공공기록물법과 국회기록물관리규칙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고,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세비를 받아 생계를 유지하고,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공무수행을 하는 한,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기록물은 어떤 예외적인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결국 ‘공공기록물’이다.

즉 현재는 국회의원이 공식적으로 국회 소속기관에 제출하는 최소한의 기록을 제외하면 그보다 훨씬 많은 온갖 종류의 국회의원 의정활동기록들이 공공기록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국회의원이 의정활동 간 생산되거나 제출한 회의록과 정책연구, 상임위원회 공식자료, 의원외교 등 최종적인 형태의 기록들을 제외하면 이 기록을 형성하기 위한 훨씬 더 많은 공공정보들, 즉 행정부에게 제출받은 자료들이나, 지역구 정치활동에 관련된 자료들 등 공공기록물법과 국회기록물관리규칙으로 관리되는 기록들보다 몇 배나 더 많은 공공기록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기록물들은 공통된 관리 법규 없이 국회의원 각자에게 공개와 비공개, 보존과 폐기 여부가 영구적으로 맡겨진 상태다.


▲ 제19대와 제20대 국회의원실 의정활동기록물 수집현황 국회기록보존소에 따르면 제19대와 제20대 의원실 중 국회기록보존소로 의정활동기록을 기증 이관한 의원실은 제19대에 20개 의원실, 제20대에 14개 의원실에 지나지 않는다. ⓒ 정보공개센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까지 수많은 의정활동기록들이 국회의원의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되거나 의원 본인과 보좌관 및 비서관들에 의해 사유화되는게 일반적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민의 알권리가 더 확대되는 것이 가로 막히고 의회정치 발전을 지체 시키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작용들은 자연스럽게 의정활동기록을 수집해 공개함으로 국민의 알권리와 의회정치 발전을 도모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국회기록보존소가, 체계적인 기록 이관이 아닌 의원들의 자율적인 ‘기록 기증’에 과도하게 의존하도록 만들고 있다.

국회의원 의정활동기록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2018년 현경대 전 의원(11대, 12대, 14대, 15대, 16대)과 이종찬 전 의원(11대, 12대, 13대, 14대)은 각각 자신들이 보유하던 의정활동기록물들을 국회기록보존소에 기증해 기증 된 기록물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현경대 전 의원의 경우에는 1987년 개헌 당시 국회 헌법개정안기초소위 위원장을 맡아 30년이 넘게 보관하던 기록물 386점을 기증했다. 1987년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한 ‘헌법개정요강안 주요 쟁점 검토 보고’ 문서, 여야 중진의원 8인 회담의 협상 내용을 반영한 중간보고 문서, 현경대 의원 자필 메모 등 당시 여당인 민정당의 헌법특별위원회 구성에서부터 1987년 제9차 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기까지의 과정들이 세세하게 드러난 헌정사의 귀중한 사료다.

▲ 이종찬 전 의원(현 광복회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3년 운암 김성숙 학술심포지엄’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직 인수위 위원장, 국가정보원장 등을 지낸 이종찬 전 의원은 평생 보관해 왔던 의정활동 관련 자료 6500여 점을 국회도서관에 모두 기증했다. 여기에는 1985년 ‘학원안정법’ 시안, 1986년 ‘국회 프락치 사건’ 조사철, 1987년 ‘6·29 민주화 선언’ 직전 노태우 대표에게 전달한 메모와 선언문 수기본 등 격동의 한국 현대사 주요사건들에 관련된 기록들과 지금까지 다른 사료들에서 발견된 적 없었던 비사(祕史)도 다수 포함하고 있었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3김 중 한 명으로 현대사의 굵직한 정치가였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기록물 기증이 이루어졌다. 김 전 총리의 장녀 김예리 여사는 김 전 총리 사망 1주기를 맞아 국회도서관과 기증협약을 맺고 김 전 총리가 남긴 기록물 일체를 기증했다.

여기에는 김 전 총리 정치 활동의 원동력이 되었던 옛 청구동 자택 서재에 보관된 책 약 7000여 권과 각종 기록물과 사진, 비디오 등 수천 점이 포함되었다. 김 전 총리가 보관하던 기록물 역시 지금까지 학계나 언론 등에 공개된 적이 없는 자료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처럼 국회의원 의정활동기록물들은 그 자체로 당대의 역사이며 동시에 후대의 국민의 삶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들이다. 이런 중요한 기록들이 앞의 사례들처럼 우연한 계기로 기증 되지 않았다면 여전히 국민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빛을 보지 못한 채 소실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드디어 시작된 국회의원 의정활동기록 제도화 논의

▲ 의정활동기록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개회사 중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박주민 의원실

지난 15일 때마침 국회에서는 (재)바보의나눔 후원으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정보공개센터)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한 ‘국회의원 의정활동기록 제도화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국회의원 의정활동기록들의 유형별 특징과 현재 보유 및 관리되거나 수집되지 않는 현황들을 분석했다. 서 대표는 의정활동기록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되어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의회정치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인력과 자원이 척박한 기존 국회도서관 산하 국회기록보존소를 의정활동기록 전담 기관인 ‘국회기록관’ 등으로 분리해 독립기구화”해서 인력과 자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의정활동기록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 중인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 정보공개센터

또한 서 대표는 국회의원과 의원실 직원들이 체계적인 의정활동기록 관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행정부의 공공기록물법과 같이 의정활동기록의 개념과 범위 그리고 체계적인 관리 기준들의 법적 근거를 포함하는 ‘국회기록물법’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참여한 김장환 국회기록보존소 기록연구관은 “국회의원실 보좌직원의 현실은 인수인계의 부재, 상당 부분 잦은 인원교체 등 기록의 중요성을 생각할 여력이 없을 정도로 특수한 업무환경에 놓여 있어, 기록관리 자체가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며 “현재도 21대 국회의 종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지만, 어느 의원실도 의원실 기록을 어떻게 정리하고, 이관할 것 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고 일선 현장의 고충을 전했다.


” 국회기록보존소로 넘겨도 정말 괜찮아?” – A 의원실 보좌관


김장환 연구관은 의원실 입장에서 “기록이 남겨짐으로써 갖게 되는 (정치적)위험요소 때문에 (의정활동기록)법제화에 반대할 것 같다”는 우려를 이야기 하기도 했다. 의원실에서 제도화에 동의하기 위해서는 “기록이 남겨지고, 기록보존소로 이관됨으로써 철저히 비밀이 보장되고, 기록보존소 역시 정치적으로 이용 당하지 않도록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역시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 의정활동기록 제도화 토론으로 참여한 이종호 오마이뉴스 데이터저널리즘 기자 ⓒ 정보공개센터


이종호 <오마이뉴스> 데이터저널리즘 기자는 국회와 국회의원실의 정보를 활용하고 감시하는 입장에서 “국회의원의 이해충돌을 감시하기 위해 피감기관에서 자료 목록 공개”가 중요하다며, “(행정부)피감기관에 따로 정보공개 청구하면 일부 공개가 가능할 수 있지만 반복적으로 큰 행정인력이 소요된다”라고 말했다. 의정활동기록 제도화의 필요성을 설명한 것이다.

또한 “의정활동기록의 제도화는 정치인 검증의 중요한 수단과 전환점이 될 수 있다”라며 “의정활동기록의 체계적인 관리 체계에 의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위해서 의원 별 참여 정도를 지수화 해서 의원 평가나 공천 점수 등에 반영하면 효과적”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1948년 제헌 국회 이래로 얼마나 많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기록들이 소실되었을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이제라도 의회정치의 발전을 위해 이런 손실을 막아야 한다. 당장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부터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정보공개센터는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내년 5월 총선 이후에도 22대 국회에서도 의정활동기록 제도화 논의를 지속하고, 국회의원 및 국회 기관들과 협력해 국회기록물에 관련한 법률 등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오마이뉴스 <그 정보가 알고싶다> 시리즈에도 게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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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성국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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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논평] 숱한 불법과 오ㆍ남용에도 검찰 특활비  유지가 말이 되는가?

2023.12.22

숱한 불법과 오ㆍ남용에도 검찰 특활비  유지가 말이 되는가?

 

12월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4년 예산에서 검찰 특수활동비는 매우 소폭으로 삭감된 채 유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밀수사에 사용되어야 할 검찰 특수활동비가 실제로는 기밀수사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되었고, 숱한 불법과 세금오ㆍ남용이 드러난 상황인데도 대부분의 검찰특수활동비가 유지된 것이다.

 

명절떡값, 연말 몰아쓰기, 퇴임전 몰아쓰기, 정기적 나눠먹기, 비수사부서 지급, 기관장 셀프수령, 정수기렌탈비, 휴대폰요금, 기념사진 비용, 핼러윈 케이크, 스타벅스 음료 구입, 회식비 등을 기밀수사에 직접 사용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검찰은 특수활동비를 기밀수사에 제대로 써 왔다는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검찰 특수활동비가 유지된 것에 대해 우리 시민단체들은 매우 유감임을 표명한다.

 

이는 국민들이 낸 세금이 오ㆍ남용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예산심의를 해야 할 국회가 자신의 역할을 방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검찰총장과 검찰간부들의 ‘쌈짓돈’으로 전락한 검찰 특수활동비는 폐지되어야 한다. 꼭 필요한 수사비가 있다면 특정업무경비로 쓰면 될 일이다.

 

또한 우리 시민단체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불법과 오ㆍ남용에 대해 국회가 특별검사를 도입하는데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특히 대검찰청과 일선검찰청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된 자료 불법폐기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우리 시민단체들은 내년에도 검찰 특수활동비에 대한 감시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국민세금을 사용하는 곳에 성역은 없어야 하고, 검찰이 법위에 군림하면서 국민세금을 마음대로 써 온 행태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2023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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