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식당명 첫 글자만 공개하라는 판결, 부끄럽다

2025.06.19

얼마 전, 정보공개 업무를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에게 전화가 왔다. “그럼 이제 정보공개 여부를 결정할 때,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식당의 매출 감소를 걱정해야 하냐?” 고 했다. 특히 업무추진비는 이미 대부분 공공기관이 언제 어느 식당에서 얼마를 왜 썼는지 홈페이지에도 올려놓고 있는데, 그럼 그건 어떻게 되는 거냐는 말도 이어졌다. 이게 다 이해할 수 없는 판결 때문이다.

2025년 6월 12일, 법무부 업무추진비 정보공개 소송에서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식당명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므로 첫 글자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비공개하라는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선 공무원의 말마따나 국민의 세금이 쓰인 곳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판례와 정보공개의 방향에 반하고 있는 결정이다. 더불어 재판부가 법무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비공개 주장을 용인함으로써, 앞으로 공공기관이 국민의 세금으로 쓴 내역을 은폐할 핑계를 준다는 점에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제도에 역행한 법무부 업추비 먹칠 공개


2022년 10월, 뉴스타파,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은 ‘법무부 각 부서가 집행한 업무추진비 카드집행 상세내역’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가맹점 상호와 업종구분, 출납공무원의 이름 등을 까맣게 가린 채 공개했다. 해당 정보가 공개되면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업무에 지장을 주며, 개인정보와 영업비밀의 유출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정보공개청구를 주관한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변호사는 법무부를 상대로 먹칠 공개는 알권리 침해라며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1심 재판부는 정보공개청구의 기본 취지에 맞게 식당 상호명 등이 공개돼도 수사와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고, 본 정보가 개인정보나 영업비밀이 아니라며 공개로 판결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수많은 판례에서 업무추진비 내역은 공개라는 일관된 판단이 있기도 하다. 

더욱이 업무추진비는 국민들의 세금 오남용 감시를 돕고,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보여주기 위해 대다수의 공공기관이 집행의 일시와 집행처, 집행 금액 등의 상세 내역을 선제적으로 공개하고 있을 정도로 공개가 일반화된 정보 중 하나다. 정보공개를 거부한 법무부마저도 홈페이지를 통해 장차관과 실국장이 쓴 업무추진비 집행 상호명과 금액 등을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상황에서 각 부서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이 특별히 비공개돼야 할 명분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법무부는 비공개 해서는 안 된다는 재판의 판결과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국장급 이상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부서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숨기기 위해 항소를 했다. 그리고 얼마 전인 지난 6월 12일, 서울고등법원은 식당 이름의 첫 글자를 제외하고 비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위에서 언급한 지자체 공무원은 이 판결이 나오자마자 연락을 한 것이다. 그동안 예산집행 내역을 공개하기 꺼리는 공무원들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된 것은 모두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설득해 왔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는 현장의 토로였다. 


이유도 기준도 없는 식당명 한글자 공개


2심 재판부는 법무부의 업무추진비 비공개 사유 중 수사방해(4호), 업무에 지장(5호), 개인정보 유출(6호) 주장에 대해서는 공개가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다만 상호명이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7호) 상호명의 첫 글자만 공개해도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공개법의 입법취지도 충분히 살리고, 가맹점 등 정보 주체의 이익을 조화롭게 보장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을 꼼꼼히 살펴본다. 식당명을 비공개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각 부서 업무추진비가 공개된다는 것은 특정 음식점에서 사용한 정부구매카드 사용금액이 모두 공개되는 것인데, 그것은 해당 음식점이 법무부 특정 부서 공무원들에게 음식을 제공한 사실과 그것에 해당하는 매출액이 모두 공개되는 것이므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이다. 하지만 이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장차관과 실국장이 업무추진비를 쓴 식당이 이미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차관이 밥 먹은 식당은 되지만, 일선 부서 공무원이 밥 먹은 식당이 공개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두 번째는 ‘법무부 업무의 특성을 고려할 때, 특정부서가 특정 시기에 특정 식당에 간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식당에 언론의 시선이 집중되거나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 일반 소비자들이 해당 식당을 꺼리게 될 수도 있으니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 역시 이유가 되지 않는다.

2000년 대구지법의 판결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는 공적 활동에 소요되는 것으로 식당 위치와 명칭, 집행액 등이 공개된다고 해서 영업상의 지위를 위협받는다거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된다거나, 이익이 현저히 침해받을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판결은 도리어 업무추진비의 목적을 벗어난 자의적이고 방만한 예산 집행의 여지를 미리 차단하고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를 보장함으로써 집행의 합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공개의 필요가 크다고 적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판결들이 준용되어 뉴스타파를 비롯한 세 단체가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진행한 업무추진비, 특수활동비 등 예산집행 내역의 정보공개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업무추진비 상호명과 주소를 포함한 집행장소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검찰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소송에서 역시 재판부는 업무추진비가 집행된 장소가 공개되어도 문제가 없다며 공개 판결을 했다. 

2심판결은 마지막으로 ‘법무부가 있는 과천청사는 근처 상업지구가 크지 않고, 식당들이 매출의 상당분을 업무추진비에 의존하고 있는데, 만약 이것이 공개된다면 실제 각 식당의 매출액과 과세액이 공개되는 셈이기 때문에 사업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나친 우려다. 모든 공무원이 개인 돈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업무추진비로만 밥을 먹고 있다는 셈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업무추진비의 부적절한 집행은 없는지 감사 등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미 서울특별시와 각 구청은 기관장과 실국장 뿐만 아니라 각 부서가 집행한 업무추진비 내역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 이곳들은 주변 식당들에게 영업비밀을 유출하고 있다며 진즉 항의를 받았어야 한다. 

이 판결에서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이 부분이다. ‘식당의 이익 침해는 식당명을 전부 공개했을 때 발생하는 것이므로 첫 글자만 공개한다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운영의 투명성도 확보하며 업무추진비를 쓴 식당의 이익도 조화롭게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건데, 상호명은 비공개지만 첫 글자는 비공개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 말이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 간다. 

  • 김밥천국 → 영업비밀이라 안 됨
  • ㅇㅇㅇㅇ→ 알권리침해라 안 됨
  • 김ㅇㅇㅇ→ 이 정도로 공개하는 건 괜찮음


이라는 건데, 이미 많은 공공기관이 공개하고 있는 식당명 공개가 왜 영업비밀이고, 그 와중에 첫글자는 또 왜 공개하라는 걸까.

고등법원의 이 판결은 법무부가 어떻게든 공개를 막기 위해 식당명을 첫 글자에 한해서만 공개해달라는 취지에서 한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에는 어떠한 법적 근거나 기준이 없다.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 비공개 자체가 부끄러운 일 


법무부 업무추진비 공개 소송을 맡은 하승수 변호사는 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 “판결이 후퇴했다”며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것이 벌써 3년 전 일이다. 상고를 하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어느 기관은 홈페이지에서도 공개하는 이 정보를 받기 위해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간의 판례에 따르면 상고는 공개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는 것은 소송에 소요된 비용을 법무부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자의적인 비공개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쓰지 않아도 될 국민의 세금을 쓰게 되는 것이다. 

업무추진비 공개는 이제 상식이다.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1998년 이래 수많은 시민들이, 이러한 방향을 만들어왔다. 이에 맞추어 정책도 함께 움직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법무부 등 일부 기관에서는 업무추진비를 비공개하고 있다. 그 자체로 부끄러운 일이다. 

업무추진비 공개는 이제 상식이다.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1998년 이래 수많은 시민들이, 이러한 방향을 만들어왔다. 이에 맞추어 정책도 함께 움직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법무부 등 일부 기관에서는 업무추진비를 비공개하고 있다. 그 자체로 부끄러운 일이다. 

법무부 업무추진비 상호명을 비공개해도 된다는 판결이 나온 6월 12일. 다른 재판부에서는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의 집행한 업무추진비에 대한 사용처, 사용금액, 사용일시 등  상세 내역을 비공개할 수 없다는 판결이다. 금융감독원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장소와 집행액 등을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했지만, 비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이익보다 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이익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이것에 비추어 보면 법무부 업무추진비 판결은 비공개로 보호되는 이익보다 비공개로 야기될 문제가 더 커 보인다. 이미 업무추진비는 대통령 등 최고 보안이 요구되는 직위를 제외하고, 사용 내역을 세부 정보까지 투명하게 공개해 왔다. 하지만 이 판결로 인해 일선 공공기관에서 그동안 공개해 왔던 관행을 어기고 정보를 은폐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제 대법원의 판결이 남았다. 대법원은 반드시 부끄럽지 않은 판단을 내려야 한다. 

by
    정진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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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 판결문 접근권 개선 공동 헌법소원심판 청구하다

2025.06.16
김정희원 애리조나대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와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판결문 접근성에 관한 헌법소원청구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강성국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김정희원 교수, 정보공개센터 조민지 사무국장·이리예 활동가.(사진: 경향신문)

정보공개센터는 김정희원 애리조나대 교수, 박지환 변호사, 송민섭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 공동으로 6월 13일 현재 법원의 제한적인 판결문 공개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헌법재판소에 접수했다.

이번 헌법소원 이유는 현행 ‘판결문 검색·열람을 위한 특별창구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대법원 내규’ 등이 헌법 21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중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데 있다.

헌법 109조에 따르면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모든 시민들이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사법부의 판결을 확인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확인하거나 비평함으로 사법부를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다는 시민 권리를 헌법 조항으로 명문화 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헌법의 취지와 달리 시민의 권리가 제한되고 있다. 시민들이 원하는 판결문을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은 판결문 사본 제공신청을 하거나, 인터넷 열람시스템을 이용하거나 법원도서관 직접 방문해 이용하는 방법으로 크게 세 가지다. 하지만 판결문 사본을 취득하거나 인터넷 열람을 위해서는 사건번호를 알거나 제한된 키워드 검색으로 찾아야 하는 등 구체적인 정보가 없으면 판결문 접근 자체가 어렵다. 판결문 전체를 검색할 수 있는 법원도서관은 전국에 1곳뿐이다.

그런데 이 법원도서관은 일반 시민들은 이용할 수 없다. 법원 도서관은 열람 가능 대상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대상자 1호가 ‘검사, 검찰 공무원, 변호사, 법무사, 대학교수’, 2호가 ‘중앙 및 지방정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 3호는 ‘법원도서관장의 승인을 받은 언론사 소속 기자’ 등이다.

일반 시민들은 사용 신청을 하더라도 불승인 처리가 된다. 이들 허가된 대상자들도 사전 방문예약을 통해 80분 동안만 판결문을 검색할 수 있다.이들도 판결문을 내려 받거나, 사진으로 찍거나, 인쇄하거나 심지어는 일부분을 직접 손으로 적을 수도 없다. 그저 필기구를 이용해 사건번호를 지정된 종이에 메모하는 것만 허용된다.

헌법재판소가 이번 판결문 접근권에 대한 헌법소원을 신속히 받아들여 시민들의 알권리를 다시 확인하고 법원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판결문에 접근 할 수 있도록 법원도서관 운영의 폐쇄성을 개선하여야 한다.

by
    강성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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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논평] 대통령기록관은 이관과정과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고, 공개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2025.06.16

지난 6월 4일 제20대 대통령기록물 이관이 완료됐다. 4월 4일 헌법재판소 선고로 대통령이 탄핵당한 후 2달 만의 일이다. 이관 완료 후 대통령기록관은 보도자료(제20대 대통령 기록물 이관 완료)를 통해 총 1,365만 건의 대통령기록물을을 이관받았다고 발표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기록물을 이관한 셈이다. 기록물 건수가 많다는 것이 곧 국정을 철저히 기록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불필요한 기록이 이관 대상으로 선정되어 자원을 낭비했을 수 있고, 한 건의 기록으로 추산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억지로 건수로 산정하여 ‘수량 부풀리기’를 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난 논평(대통령기록물 한 건이라도 더 온전하게 이관하고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에서 ‘기록물 수량 부풀리기’를 경계하고, 이관 통계는 상세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기록관의 이관 보도자료는 이러한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에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제20대 대통령기록물의 이관 과정과 활용 계획을 다시 한번 설명하기를 대통령기록관에 요구한다.

1. 대통령실 이관 수량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대통령기록관은 역대 가장 많은 수량인 1,365만 건을 이관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제19대 대통령기록물 1,116만 건보다 249만 건이나 많다. 내용을 살펴보면 행정정보데이터세트 663만 건, 시청각기록물 583만 건이 기록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행정정보데이터세트와 시청각기록물의 양이 많은 것이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의미 있는 기록물이 이관되었는지, 기록물 정리 상태는 어땠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간 지속적으로 수량 부풀리기의 대상이 되었던 행정정보데이터세트와 시청각기록물이 이관 수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철저한 확인과 설명이 필요한 지점이다.
정책결과 과정과 결과가 담겨 있는 전자 및 비전자 문서는 대폭 수량이 줄었다. 특히 종이문서는 인사검증 기능이 2022년 법무부에 신설되어 이관대상에서제외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수량이 매우 적어 전자적으로 생산되지 않은 기록물이 등록되지 않고 무단 폐기된 것은 아닌지 의심케 한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은 21만여 건으로 전체 수량의 1.6% 수준이고, 비밀기록은 77건에 불과하다. 지정기록물의 양이 적지만, 역대 정부와 달리 지정기록물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던 인사검증 기록물이 제외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절대 적지 않다. 비밀기록물은 비상식적으로 적다. 혹여 국정운영에 꼭 필요한 비밀기록물이 지정기물로 포함되었거나, 이관에서 누락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다.

2. 이관 과정과 결과는 적절히 설명되지 않았다.
제20대 대통령기록물 이관은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두 번째 이관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기록물 이관에 국민적 관심이 높았다. 비상계엄을 결정했다는 국무회의 회의록, 영부인이 받았다는 명품가방, 비상계엄 모의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비화폰 서버 등 다양한 기록물이 이관되는지 관심이 집중되었고,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에 대한 점검, 웹기록 이관 등 이관 과정에 대해서도 의문이 적지 않았다. 권한대행의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에 대해서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내란 진실 규명의 관점에서 부당하다는 주장과 함께 대통령기록물법 개정안이 다수 제안되었다. 이번 대통령기록관의 보도자료는 이러한 국민적 관심을 전혀 해소해 주지 못하고 있다. 탄핵 사유로 인한 첫 번째 이관이었던 제18대 대통령 이관에서 단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권한대행의 기록이 얼마나 충실히 이관되었는지 알 수 없고,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언제, 누가, 어디까지 지정했는지도 알 수 없다. 지정기록물의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목록 지정 여부, 지정 최종 결정 과정 등 최소한의 국민적 관심은 설명해야 한다. 보도자료에는 제19대 대통령 이관 보도자료에는 있던 주요 기록물 소개조차 없다. 이관에 대한 설명이 오히려 후퇴한 것이다. 국민은 어떤 기록물이 이관되었는지 어떤 정보도 확인할 수 없다. 이는 대통령기록물 관리를 국민에게 위임받는 전문기관의 최소한의 사명을 저버린 것이다.

    경호처 기록물 이관에 대한 설명도 매우 부족하다. 그간 경호처 기록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이번 이관에는 비상계엄,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 저지 등과 관련해 비화폰 서버 등의 기록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번 경호처 기록물 수량은 527만 건으로 19대 47만 건에 비해 10배 이상 많다. 이것이 단순히 출입기록 등 행정정보데이터세트 등에 의한 수량 부풀리기의 결과인지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이번 이관 과정에서 경호처 기록물의 이관 연장이 있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그간 경호처에 대해 기록물 폐기 등 증거인멸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의혹에 관해 확인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은 이제 대통령기록관의 몫이다.

    3.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조속히 서비스 해야 한다.
    이관이 끝난 지금, 이관받은 대통령기록물을 어떻게 활용하고 각종 요구에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마련하고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 중요하다. 지난 6월 10일 공수처는 ‘채 해병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하여 이미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해 제20대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열람한 바 있다. 이는 앞으로 제20대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열람 요구 등이 계속될 것을 예고한다. 실제로 내란, 김건희 특검법에는 특별검사가 지정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는 요건을 기존 대통령기록물법보다 완화해 놓았다. 이들 특검의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 열람 외에도 국회, 시민단체, 국민 등의 정보공개 요구에도 대응해야 한다. 기존처럼 정리를 이유로 장기간 목록조차 서비스하지 못한다면, 대통령기록관의 역량 부족을 넘어 내란 등의 진상규명을 대통령기록관이 방해하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 이는 대통령기록관리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진다.

      제20대 대통령 기록물 이관은 종료되었다. 그러나 대통령기록물의 관리는 이제 시작이다. 첫째, 대통령기록관은 이관 과정과 내용에 대한 의혹에 대하여 상세한 설명을 해야 한다. 둘째, 서비스 계획을 수립하고 계획대로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해야 한다. 셋째, 이관되지 않은 기록물의 추가 이관, 수사기관으로부터의 목록 수령 및 기록물 인수 등 대통령기록물법 제12조에 따른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리는 조속히 대통령기록관이 그간의 이관 과정과 내용, 앞으로 계획을 국민 앞에 상세히 설명하기를 바란다. 이는 대통령기록관을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다. 이러한 과정이 국민에게 대통령기록관의 필요성을 인정받고,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기록관리단체협의회도 대통령기록관리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관심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2025.06.16
      기록관리단체협의회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 / 한국기록학회 / 한국기록관리학회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
      (사)한국기록전문가협회 / 문화융복합아카이빙연구소 / 한국 기록과 정보·문화학회

      by
        기록관리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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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 겨울엔 광장에서, 여름엔 호프에서🍻 정보공개센터 후원회원의밤!

      2025.06.16


      🏃정보공개센터는 오늘도

      내란 관련 기록보존과 진상규명,

      새 정부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중대재해 기업 명단 공개,

      오픈와치를 통한 권력감시 데이터 확대 등

      투명하고 책임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3일, 반헌법적 계엄령이 선포되었을 때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들은 곧장 여의도로 달려가 국회를 지켰습니다

      그로부터 123일간, 겨울이 다 가도록 광장을 만들고 지키며,

      내란의 실체를 파헤치고, 역사의 기록을 지켜냈습니다

      하지만 정보공개센터의 활동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내란 관련 기록이 봉인될 위기에 있고,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없는 일터에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주민들 몰래 개발이라는 이름의 환경파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다시 찾은 지금이야말로,

      투명하고 책임있는 사회를 세울 시간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새 사회는 정공센에!

      ‘국민주권정부’가 들어선 올 여름,

      호프에서 왁자지껄, 여러분과 함께 정공센이 할 일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 말이죠…👇

      🙅내란 청산과 재발 방지
      – 반헌법적 내란 진상규명을 위한 기록보존
      – 공공기록 관리 시스템 전면 개선


      🙆새 정부의 투명성 확보
      – 차기정부의 정보공개·공공기록 정책 의제화
      – 정보공개법 완전 개선 입법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알 권리
      – 중대재해 발생 기업 명단 완전 공개
      – 중대재해 정보공개 확대를 위한 법·제도 개선


      🌐지역사회 환경파괴 감시
      – 전국 단위의 난개발 감시
      – 시민의 대응력 강화


      📊시민을 위한 데이터 확대
      – 정보로 권력을 감시하는 🔗오픈와치 기능 확장
      – 지방의회 투명성 강화


      광장에서 겨울나기를 마친 우리, 여름엔 호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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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의 호프는 여기서!

        일시: 2025년 7월 10일 (목)

        장소: 태성골뱅이신사 청계광장점

        서울특별시 중구 다동길 43 1층 137호-159호

        종각역 5번 출구, 을지로입구역 2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추신: 냉방 완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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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평] 금융감독원 업무추진비 공개 판결, 당연한 판결, 마땅한 결과다

      2025.06.13

      금융감독원 업무추진비 공개 판결,

      당연한 판결, 마땅한 결과다

       

       

      – 법원 “이복현 전 금감원장 업무추진비 상세내역 공개하라” 정보공개센터 승소 

      – 금감원의 “언론 취재·민원인 집회 우려” 등 비공개 사유 모두 기각 

       

      6월 12일, 서울행정법원은 금융감독원의 금융감독원장 업무추진비 비공개 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하며 정보공개센터의 손을 들어주었다.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결이다.

       

      정보공개센터가 2024년 4월, 이복현 당시 금감원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정보공개청구했을 때, 금감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등의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소송 과정에서는 금감원장이 자주 방문하는 장소가 공개되었을 경우, 언론의 돌발 취재와 민원인들의 집회로 인해 해당 업장에 영업방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황당한 논리까지 내놓았다.

       

      그런데 다른 공공기관들은 모두 업무추진비 상세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사용일자, 사용금액, 사용장소, 사용목적, 인원 등을 건별로 세분화해서 말이다. 유독 금감원만 집행 건수와 금액 통계만 공개하며 예산 집행 내역에 대한 감시를 불가능하게 만들어왔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금감원이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조차 거부해온 사실이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은 “자료 건수가 방대해서 제출이 어렵다”는 핑계로 시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에게도 업무추진비 내역을 감추어 왔다. 오죽하면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마저 금감원에게 국회 자료 요구에 성실히 임하라고 의견을 낼 정도였다.

       

      1998년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이후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 공개는 기본 중의 기본이 되었다. 특히 200년대 초반, 시민사회단체들의 판공비 공개 운동 이후에는 공적인 책무를 수행하는 기관의 예산 사용 내역은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되었다. 그럼에도 금감원이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마저 무시하고, 시민의 알권리를 묵살한 것은 상식에 역행하는 특권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서울행정법원은 금감원이 이복현 전 원장 재임 시기인 2022년 6월부터 2024년 4월까지의 업무추진비 상세내역을 모두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공공기관의 예산 집행 투명성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임을 명확히 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공공기관들이 이런 당연한 판결에도 관례적으로 항소해 불필요한 사법 비용을 낭비해왔다. 이번 만큼은 달라야 한다. 금감원은 항소 없이 판결을 받아들이고, 즉시 정보를 공개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참고자료]

      ■ 판결문 링크 (사건번호 : 2024구합76188)

       

      ■ 소송 경과(사건번호 : 2024구합76188)

      – 2024. 4. 30. : 금감원장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

      – 2024. 5. 29. : 금감원의 비공개 결정

      – 2024. 8. 1. :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 제기 (소송대리인 : 로피드법률사무소 하희봉 변호사)

      – 2024. 10. : 금융감독원, 국회 국정감사에 업무추진비 자료 제출 거부

      – 2025. 6. 12. : 1심 원고 전부 승소 판결

       

      ■ 금융감독원이 공개해야 할 정보

      • 대상기간 : 2022년 6월 1일 ~ 2024년 4월 30일 (이복현 전 원장 재임 시기)
      • 공개항목 : 사용일시, 집행처이름(상호명), 집행처주소, 집행금액, 집행인원, 결제방법, 집행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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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 기록이 이상하다… 대통령기록관은 왜 감추나

      2025.06.11

      [그 정보가 알고 싶다] 1365만 건 이관 완료 발표했지만, 정작 검증 가능한 정보는 철저히 차단

      지난 4월 10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라 현 정부의 대통령기록물 이관을 위한 현장 점검이 시작된 세종시 대통령기록관 내 대통령기록 전시관 모습.연합뉴스

      대통령기록관이 지난 4일 제20대 대통령기록물 1365만 건의 이관 완료를 공식 발표했다. 전자문서, 종이문서, 행정정보 데이터, 웹기록, 시청각기록 등 다양한 형태의 기록물이 포함된 이관이었고,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그런데 이번 이관 수량을 보면 매우 이례적인 패턴이 확인되었다. 대통령비서실 시청각 기록물은 제19대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581만 건에 달하며 전체 기록물의 42.6%를 차지했다. 대통령경호처 전자기록물 역시 11배 이상 급증해 527만 건에 이르렀다.

      ▲역대 대통령기록물 이관현황25년 6월 4일 대통령기록관이 발표한 <제20대 대통령기록물 이관 완료>보도자료를 기반으로 기록물 유형별 비율 재가공. 괄호는 수량임.정보공개센터

      반면, 제16대에서 제19대까지 주요 비중을 차지했던 대통령비서실의 전자기록과 웹기록물은 현저히 줄었다. 수치만으로 기록관리의 적절성을 단정할 수 없지만, 이 같은 비정상적 패턴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는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헌법을 위반한 비상계엄으로 탄핵된 정부인 만큼, 해당 정부에서 생산된 기록 전체가 제대로 이관 되었는지가 반드시 확인되어야 한다.

      ‘핵심 정보’ 비공개… 기록물 은닉·누락 확인할 길 없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대통령기록관에 이관 과정과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하지만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물 이관과 관련한 형식적인 내용만 공개하고, 정작 시민이 기록물 이관 과정의 적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핵심 정보를 모두 비공개 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요구였던 “2024~2025년에 생산한 대통령기록물 현황” 정보공개 청구부터 막혔다. 어떤 기록이 언제, 얼마나 생산되었는지 알아야 이관을 제대로 잘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생산현황을 모르면 실제로 생산된 모든 기록이 이관되었는지, 아니면 일부가 은닉되거나 누락되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센터는 이미 공개된 취임 직후(2022년 5월) 부터 2023년까지의 생산 현황을 제외하고 나머지 기간(2024~2025년)에 대한 정보를 청구했지만, 대통령기록관의 답변은 “해당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대통령기록물법 제10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이관 대상 대통령기록물 목록으로 대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법적으로는 이러한 대체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통령기록관은 정작 그 목록마저 비공개로 결정했다. 생산 현황도 모르고, 이관 목록도 볼 수 없다면 이관해야 할 기록물의 종류와 수량이 얼마나 있었는지 시민들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각종 기록 은폐와 멸실 의혹이 지금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된 기록이 누락 없이 이관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통계조차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관과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난달 대통령기록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라 4월 9일~16일 대통령비서실, 경호처, 자문회의 등 28개 기관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점검은 기록물의 정리·보존 상태, 위법 행위(은닉, 멸실 등) 여부를 확인하는 핵심 절차였다. 대통령기록관은 “특이사항 없이 점검이 마무리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구체적인 점검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중”이라는 사유로 비공개 처리했다. ‘특이사항 없다’는 결론만 발표하고, 정작 그 근거가 되는 점검 내용과 과정은 모두 감춘 것이다.

      이미 점검이 완료되어 결과까지 발표된 사안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는 사유로 비공개 처리한 것은 사실상 무기한 비공개를 의미한다. 현장점검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확인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특이사항 없음’을 판단했는지, 각 기관별 구체적인 점검 결과에 대한 정보는 모두 차단당한 것이다.

      대통령기록관이 당장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할 것

      이관작업을 위한 용역 계약 내용도 과도하게 비공개되고 있다. 대통령기록관 정보목록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관작업을 위해 웹기록물·비전자기록물·전자기록물 3가지 분야로 나누어 이관 및 등록작업 용역계약이 진행되었으며, 관련 계약은 이미 4월 23일~24일 체결되었다. 정보공개센터는 대통령기록관이 제시한 기록물 이관 및 등록작업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먼저 비전자기록물 이관 및 등록 사업의 ‘제안요청서’를 청구했다.

      그런데 대통령기록관은 “계약 등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2026년 1월 31일까지 비공개한다고 통보했다. 센터가 청구한 ‘제안요청서’는 보통 용역계약을 체결할 당시 발주기관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 작업 내용 등이 담긴 문서다. 특히 해당 정보는 나라장터(국가종합조달시스템)에 입찰공고를 등록할 시점에 함께 공개되는 기본 정보이기도 하다. 계약 체결 이전부터 공개되는 문서조차 비공개한 조치는 대통령기록관 본연의 업무에 대한 시민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기록물이 얼마나 만들어졌는지도, 현장 점검에서 무엇을 한 것인지도, 이관을 위한 용역 계약을 어떻게 체결했는지도 모두 비공개한 대통령기록관의 결정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대통령기록관이 행정수반의 기록을 잘 정리해 효율적으로 열람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라면, 그 전제가 되는 기록의 생산과 이관 과정부터 시민이 검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대통령기록관은 형식적 발표에만 그치고, 그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는 철저히 감추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기록물은 통상적인 ’20대 대통령의 기록’이 아니다. 반헌법적 비상계엄 시도라는 중대한 범죄행위와 직결된 핵심 증거이자, 향후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다. 따라서 기록이 누락 없이 모두 이관되었는지, 이관 과정에서 위법 행위는 없었는지에 대한 검증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핵심 정보가 모두 비공개된다면, 대통령기록물의 공개와 활용은 불가능해지고, 이는 곧 민주주의를 위한 기록 관리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대통령기록관은 지금이라도 비공개 결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이관목록, 생산현황, 점검결과, 계약 관련 문서 등을 즉시 공개하고, 시민이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이 질문할 수 없는 기록, 확인할 수 없는 절차는 더 이상 ‘공공기록’이라 부를 수 없다.


      해당글은 오마이뉴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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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민지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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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명] 대통령기록물 무단폐기, 업무방해 지시한 정진석, 윤재순 엄중 수사하라

      2025.06.09


      6월 4일 취임직후 첫 출근한 이재명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집무실이 ‘무덤’ 같다고 말했다. 인수인계 인력은 커녕 기본적인 사무기기와 용품들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없는 죽은 공간임을 비유한 것이다.

      6.3 대선 전까지 대통령실에 근무했거나 각자 부처로 복귀한 파견 공무원들에 따르면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윤재순 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각 부처에서 대통령실로 파견나온 정부부처 공무원들에게 최소한의 인수인계 인원 남기지 않고 전원 복귀를 지시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철수하며 컴퓨터를 초기화하고 프린터 등 사무기기들도 연결되어 있지 않아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 종사자은 첫 출근부터 기본적인 문서 작성과 사무행정에 큰 차질을 겪었다. 이는 의심의 여지 없이 악의적인 처사다. 내란과 탄핵으로 멈춘 국정이 한 시라도 빨리 재개되어야 하는 지금 정진석과 윤재순의 행위는 차기 정부에 대한 업무방해이며 이들이 저지른 행위는 국민의 생활에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대통령기록물과 공공기록물들의 범죄적 무단 폐기 정황이다. 대통령실 공무원들이 복귀하며 근무 당시 대통령실에서 생산한 문서와 자료를 파기했고 PC에 저장했던 자료들도 모두 초기화 되었다. 또한 대통령실에서 사용한 @president.go.kr 이메일 계정도 일괄 삭제했다.

      현재 파기되거나 PC 초기화로 삭제된 기록 및 자료들은 정상적으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 된 후 남은 사본인지, 이관되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내란 및 다른 범죄행위들과 관련된 정보인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6월 9일 정진석과 윤재순을 수사기관에 업무방해 및 대통령기록물법 등으로 고발한 상태이다.

      대통령기록물법 제30조제1항제1호에서는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심의나 폐기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폐기한 행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2항에서는 대통령기록물을 손상ㆍ은닉ㆍ멸실한 자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정진석과 윤재순을 신속하고 엄중하게 수사해 이들의 의도와 죄의 유무를 국민들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혀주기를 바란다.


      2025년 6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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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차별없는 세상, 개인 선의만으론 안 된다

      2025.06.03


      4월1일, 내가 쓴 기자협회보 칼럼 제목이 <우리는 혐오와 배제, 차별을 가르고 광장을 채운다>였다. 내란청산 사회대개혁비상행동의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평등하고 안전한 집회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것이 단지 집회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혐오와 차별을 가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애씀인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4월4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은 파면되었고,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정부를 넘어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시작점에 서 있다. 시민들은 그동안 산적해 있던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고 사회를 바꾸자고 요구했고, 각 대통령 후보들은 공보물과 연설, 그리고 토론회 등을 통해 자신의 공약을 발표하며 새로운 사회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참담한 사건이 벌어졌다. 5월27일 대통령 후보 3차 토론회에서 이준석 후보가 성폭력적 발언을 내뱉었고, 이 말이 생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송출된 것이다.


      그 토론회를 보며 제일 먼저 떠올린 질문은 ‘토론회에서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지?’였다. 대통령의 내란으로 갑자기 치러진 대선이었다. 윤석열을 파면하고 세상을 바꾸자고 겨울 내내 광장에서 외친 시민들 덕분에 치를 수 있게 된 선거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온 이가 여성을 대상화하고, 여성이 겪을 수 있는 폭력을 대상화하고, 현장의 참석자와 TV 토론회를 보고 있던 유권자 모두에게 언어 성폭력을 저질렀다. 한 명의 유권자, 여성으로서 모욕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내 두 번째 질문이 따라왔다. ‘어떻게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저 말이 걸러지지 않았지?’이다. 첫 번째 질문이 대통령 후보 개인의 정치적 신념과 자질에 대한 의문이었다면 두 번째 질문은 명백한 혐오표현이 전혀 컨트롤되지 않는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다.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지만, 그날 토론회를 다시 떠올려본다. 그 자리에는 각 후보뿐 아니라, 사회자가 있었다. 주제에 맞지 않는 토론으로 방향이 옮겨가거나, 일부가 발언권을 독점하거나 토론이 쏠리지 않도록 진행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당일 토론회의 주제에도 부합하지 않고, 성폭력·성희롱적 발언이 방송을 통해 송출되고 있는데도 사회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조차도 유권자들의 판단 영역이었기 때문에 제지하지 않았던 건가 하고 추측을 해본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발언의 심각성을 고려해 해당 내용이 정리될 때나 전체 토론회를 마무리할 때라도 설명을 붙여야 했다. 대통령 후보 토론회 사회자의 역할이 후보들의 남은 발언 시간을 알려주는 타이머가 아니라면 말이다.

      한두 명만 이 같은 생각을 한 건 아닌가 보다. 기자협회보 보도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이번 토론회 주관방송사인 MBC를 징계해 달라는 민원이 700여 건 접수됐다고 한다.

      지난 칼럼에서 썼듯, 잠시 내란청산 사회대개혁비상행동 상황실에 파견돼 집회를 주관했었다. 집회 때마다 가장 신경 써서 전달하고 수시로 확인한 것은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마이크를 타지 않도록 발언자·공연자에게 안내 사항을 전달하고 점검하는 거였다. 활동가든, 국회의원이든, 시민이든, 공연자든 마이크를 쥔 모두에게 발언자 가이드라인을 전달하고 잘 보이는 곳에 부착했다. 이를 어긴 발언자에게는 사과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다못해 급히 만든 연대체인 비상행동 상황실도 혐오표현 없는 광장을 위해 시스템을 만들고 노력하는데, 생방송 TV 토론회를 주관하는 공영방송사와 선거관리위원회가 이조차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통령 후보쯤 된다면 저런 발언을 할 리 없다는 믿음과 한 적도 없다는 이력 때문에 시스템이 없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로 확인되었다. 생중계 토론에서 혐오표현을 하는 대통령 후보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컨트롤하는 시스템이 충분치 않다.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차별을 막고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는 개인의 선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배제와 혐오가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과 인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의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혐오표현에 거리낌 없는 대통령 후보도 나와서는 안 되지만, 그것이 그대로 송출되는 방송 또한 다시는 나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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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임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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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성명] 유정복 인천시장의 선거 개입 규탄한다

      2025.06.02

      [성명] 유정복 인천시장의 선거 개입 규탄한다

      유정복 시장 국민의힘 선거운동원과 단체사진 촬영은 선거법 위반

      중앙선관위에 인천선관위의 조치 적절성에 대한 의견서 제출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인천광역시장)은 사전 투표 첫날인 지난 5월 29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선거운동원들과 단체사진을 촬영했고, 이 사진을 국민의힘 인천시당 손범수 위원장이 SNS에 게시해 선거운동에 활용했다. 선거운동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유정복 회장이 김문수 후보의 선거운동원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사실상 사용하도록 허용한 것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려는 행위로서 공직선거법 제85조를 위반행위로 볼 수 있다.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사안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유정복 회장은 현직 인천시장으로서 선거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할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한 처신을 한 만큼,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할 것이다.

      김문수 후보가 지난 29일 인천을 방문해 새얼아침대화에서 정책 발표회를 한 후 선거운동을 벌렸다. 유 회장은 이 행사에 참석 후 행사장을 나서며 국민의힘 인천시당 손범규 위원장과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했고, 손범규 국민의힘 시당위원장은 해당 사진을 ‘많은 응원을 부탁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SNS에 게시했다.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사진에 대한 선거법 위반 여부 문의를 받고 손 위원장에 “시민들이 오해할 수 있다”며 “게시글을 내리는 게 좋겠다”라고 연락을 했고, 이에 따라 손 위원장은 게시물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 게시물이 10시간 동안 게시된 후였다. 인천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여부를 엄중히 따지지 않고 봐주기를 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유 회장은 대선 후보 출마 당시, 인천시 정무직 공무원들이 허위로 사표를 제출하고 선거운동에 참여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 중 3명은 선관위로부터 고발된 상태이다. 또 유 회장은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 회장 시절 인천시 명의로 국민의힘 시도지사 업무를 홍보한 혐의로 고발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유 회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정책 연설 행사에 참여하고 행사 후 선거운동원들과 단체 사진을 찍는 행위는 선거 중립 의무가 있는 광역자치단체장의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행위일 뿐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특정 정당이 아닌, 17개 광역단체장들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법은 근거로 설립된 기구이다. 유 회장은 인천광역시장을 넘어 17개광역시도 단체장들을 대표하기에 더욱 언행에 신중해야 했다. 대선 과정의 유 회장의 행보를 볼 때 국민의힘의 시도지사협의회장인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유정복 회장은 이번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다. 유 회장이 ‘지나가다 우연’을 핑계로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사퇴 요구에 직면할 것이다.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와 인천시선관위 조치의 적절성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이 국민의힘을 대표하려 하기보다 대한민국시도지사들을 대표하는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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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논평]대통령기록물 한 건이라도 더 온전하게 이관하고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2025.05.30

      제21대 대통령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기록관은 새 대통령 임기 개시 전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기록물 이관을 완료해야 한다. 그동안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기록관리 쟁점을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비상계엄과 관련된 기록을 보존하기 위하여 기록물 폐기금지를 요구했고,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대통령실과 대통령기록관에 ‘적극적인’ 이관을 주문했다. 다음 주면 이관 작업은 끝난다. 그간 제기되었던 기록관리 쟁점을 얼마나 이행했는지 점검하고, 뒤따를 과제를 제안한다.

      1. 대통령기록 생산기관 기록관리는 부실했고 부실은 점검되지 않았다.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은 12월 12일부터 20일까지 대통령실, 국방부 등 비상계엄과 관련된 기관을 상대로 긴급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특이사항은 발견 되지 않았다고 결과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대통령기록물에 관한 각종 의혹이 뒤따 랐다. 늑장 현장점검은 점검의 실효성을 의심케 했다. 국무회의 회의록을 작성해야 하는 행정안전부 의정관은 비상계엄을 의결했다는 회의 내용을 작성하지 않았고,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회의의 속기록이나 녹음기록을 생산하지 않았다. 쪽지라고 불리는 지시문서와 주요 직위자의 메모 등 해당 회의의 기록이 관리되고 있는지 여전히 확인 되지 않고 있다. 멸실 가능성이 크다. 비상계엄과 관련된 결정적 증거일 경호처의 비화폰 서버 기록, 대통령실 CCTV 기록 등이 사라지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해당 기록이 행정정보 데이터세트나 시청각기록물로 관리되고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고, 이제라도 관리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4월 4일 대통령 파면 이후 대통령기록물 이관이 시작되었지만 부실은 점검되지 않았다. 4월 9일부터 16일까지의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대통령실 등 28개 기관) 대상 현장점검에서 대통령기록법 제20조의2 “이동 및 재분류 금지”는 무용했다. 4월 4일 파면 직후 당일에 대통령실 웹사이트가 갑자기 모든 메뉴를 숨기고 ‘점검’에 들어간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동 및 재분류 금지는 기록의 물리적 변경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관준비 과정에서도 이상 징후가 엿보인다. 대표적으로 대통령기록관이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한 이후 등록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대통령실이 평소 기록관리의 기본인 기록물 등록조차 소홀히 해왔다고 추정할 수 있고, 이는 기록관리 부실이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정황이다. 이런 사항이 점검도 시정도 되지 않은 채 용인되고 있다.

      2. 대통령기록관은 이관 기록을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았고 ‘주는 대로’ 받고 있다.


      4월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대통령기록관장은 ‘디올백’과 목걸이가 이관 대상에 포함되었는지를 묻는 국회의원의 질의에 “특정 물건이 기록물인지 여부는 생산기관에서 판단할 사항”이며, 점검 시 포함 여부를 “개별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무책임한 답을 했다. 궐위 시 대통령실은 이관 대상 기록을 확인하고 대통령기록관은 이를 점 검하는 절차를 거쳐 ‘적극적으로’ 이관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대통령실이 ‘주는 대로’ 이관한다는 의미다. 이런 태도라면 비화폰 서버 기록이나 대통령실 CCTV 기록처럼 사회 적으로 주목받는 기록뿐만 아니라, 이관 대상 여부와 가능성이 불투명한 다양한 유형의 기록들, 그리고 각종 미등록 기록들에 대해 대통령기록관이 법률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제18대 박근혜 대통령기록물 이관 과정에서도 우리는 같은 현상을 보았다. 대통령기 록관은 ‘주는 대로’ 받을 뿐 아무것도 점검하고 확인하고 요청하지 않았다. 당시 국정 농단 기록은 그렇게 이관됐고, 권한대행은 무분별하게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을 남발했 다. 이러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궐위 시 이관 대상 기록물의 확인 및 목록 작성 의 무와 대통령기록물의 이동 및 재분류 금지, 생산기관에 대한 점검 의무” 등을 2021년에 법률 조항으로 신설하였다. 그러나 대통령기록관은 그 조항을 즉각 적용했어야 할 이번 윤석열 대통령 궐위 상황에서 법에 명시된 권한조차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고 있다.

      3. 대통령 권한대행 기록물을 적극적으로 관리하여 이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12월 14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이 네 차례나 바뀌었다. 한덕수와 최상목 전 권한대행은 내란 혐의 피의자로 출국이 금지되었다. 피의자 혐의 의 권한대행 기록물 이관은 제18대 대통령 권한대행 기록물 이관과도 다르다. 피의 자가 본인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도 있는 기록을 온전히 이관한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권한대행 기록물에 대한 점검과 특정 등 더 정교하고 투명한 절차가 요구된다. 하지만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제5조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며 국무총리실, 기획 재정부, 교육부 등에 대해서는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번 대통령 권한대행 시기에는 헌법재판관 임명 등 여러 중요한 정치적, 행정적 결정이 있었다. 단순히 부처에서 보고한 기록만을 대통령기록물로 이관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모든 업무 수행을 둘러싼 기록을 철저히 파악하여 이관해야 한다. 권한대행 업무지원단에서 접수한 기록만을 소극적으로 이관하는 것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4.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을 하지 말아야 하며 지정을 하더라도 최소 화해야 한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지정은 퇴임 직전에 대통령의 결재로 확정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은 대통령기록관리의 원칙과 입법취지에 반하므로 반대한다. 그 러나 선례에 따라 이주호 권한대행이 그 권한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지정을 최소화하고 더 이상의 지정 행위를 멈춰야 한다. 반헌법적 비상계엄 등은 어떻게든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지정기록물 목록의 지정은 매우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는 지정의 적합성을 확인하는 데 필수적이다. 목록공개는 향후 대통령지정기록물의 합리 적 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파면당한 윤석열 정부일지라도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는 다해야 한다.

      이관 후에 대통령기록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모든 권한대행을 포괄하는 타임라인을 만들어 일반기록 물과 지정기록물을 구분·관리하여 국민에게 현황을 공개해야 하며, 지정기록물의 적극적 관리에 임 해야 한다. 

      대통령기록관은 지정기록물에 대한 적극적 관리를 위하여 자세를 바로잡고 제도를 정비하여 실행함으로써 대통령기록물관리 전문기관으로서의 법률적 책임과 역사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5. 제20대 대통령기록물 이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실에서 기록관리를 담당한 메시지비서관은 2024년 12월 27일에 퇴직하였다. 후임 인선에 대한 보도는 없다. 실무담당자였던 정모 행정관은 대통 령기록관장 지원을 앞두고 2025년 2월 20일 원래의 소속기관으로 복귀했다고 알려졌다. 지 금 대통령기록물 이관을 책임진 비서관은 누구이고 행정관은 누구인지 의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통령실 웹사이트 점검(폐쇄), 형식적인 지도점검, 기록물의 무단폐기 의심에 누가 책임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중차대한 일에 책임자가 누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관 결과와 관련하여 가장 경계해야 할 사항은 이관 수량 부풀리기다. 과거에 기록관리 부실을 은폐하고 이관 성과를 거짓 홍보하기 위하여 무의미한 정보를 구태여 대통령기록물로 포장하여 이관함으로써 이관 수량을 부풀린 사례가 있었다. 수량 산정 기준 적용을 엄격 하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이관 수량을 부풀리려는 시도도 경계해야 한다. 이관은 기록의 품질로 증명하는 것이지 수량으로 거짓 홍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관이 완료되면 이관 통계를 상세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일반·지정·비밀기록물의 수량을 구분하고, 보좌·경호·자문·인수기관 등 생산기관별, 유형별 통계도 구분해야 한다. 권한대행 기록은 시기를 나누어 일자와 시간을 추적하여 통계를 작성해야 한다. 기록물 건 산정의 기준이 모호한 행정정보데이터세트, 웹기록 등의 경우도 산정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지정 유형과 상세 건수를 공개하는 것은 목록의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가능하다. 이관 결과 집계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는 것과 나아가 주요 기록물의 서비스 계획과 일정을 제시하고 이행하는 것은 대통령기록관의 의무이며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일이다.

      대통령기록물 이관은 새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는 6월 4일 이전에 완료되어야 한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이 기간에 대통령실과 대통령기록관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일하느냐에 따라 역사에 남아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기록이 달라진다. 대통령기록관은 전문기관의 윤 리와 책무를 잊지 말기 바라며 기록관리단체협의회도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2025년 5월 30일

      기록관리단체협의회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 한국기록학회 한국기록관리학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한국기록전문가협회 문화융복합아카이빙연구소 한국 기록과 정보·문화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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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관리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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