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쉽게 정리한 ‘검찰 예산 자료 증발과 부실 공개’ 문제 살펴보기

2023.06.30

  • 2024년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80억원을 전액 삭감하는 2025년 예산안이 통과 되었습니다. 2023년 6월,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를 받아내 검증한지 1년 반 만의 일입니다. 정보공개센터는 검찰총장의 통치자금으로 오용되고, 검사들의 회식비 등으로 남용된  검찰 특수활동비비가 부활하는 일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해 나가겠습니다.

1.

정보공개센터는 그동안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뉴스타파와 함께 ‘어벤져스’ 팀을 꾸려 감시의 사각지대인 권력기관에 대한 예산감시 프로젝트 활동을 함께 해왔습니다. 2019년 10월, ‘어벤져스는’ 그동안 꽁꽁 숨겨져 있던 검찰 예산을 살펴보기로 하고,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기간 동안의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과 증빙 자료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이 기간은 상당 부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하고 있던 시기와 겹칩니다. (2017년 5월 ~ 2019년 7월 서울지검장, 2019년 7월 ~ 2021년 3월 검찰총장 역임) 검찰총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김수남(2015년 12월 ~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문무일(2017년 7월 ~ 2019년 7월) 총장이 있던 기간이구요.

특수활동비는 그 이름처럼 비밀스러운 예산입니다. 기밀유지가 필요한 활동인 정보수집이나 사건 수사, 외교 안보 등에 쓰는 돈이라, 주로 청와대, 국가정보원, 국방부, 검찰, 국회, 감사원, 국세청, 외교부 등이 책정하고 있는 예산이죠. 그 성격 상 일반적인 예산과 달리 집행 기준이 완화되어 있습니다. 현금 집행이 가능하고, 따로 영수증 증빙 없이 언제, 누구에게, 무슨 목적으로 돈을 줬는지 기록하고 수령증을 받는 정도로 관리합니다. 그러다보니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쓰거나, 사비로 유용하는 사건들도 많이 일어났고요. (참고 기사 : 특수활동비와 권력의 흑역사 그리고 검찰)

특정업무경비 역시 예산의 목적은 비슷합니다. 수사, 감사, 조사 등의 특정업무를 수행할 때 쓰도록 만든 예산인데, 특수활동비와 다른게 있다면 영수증 등의 지출증빙 서류를 보다 구체적으로 남겨야 하고, 카드 사용이 원칙이라는 것입니다. 특수활동비가 ‘기밀’, ‘특수’ 예산이라면, 특정업무 경비는 좀 더 상시적인 업무에 쓰는 예산이고, 그만큼 집행 기준이 까다롭습니다.

업무추진비는 예전에 쓰던 말로 ‘판공비’입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기관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사용일자, 시간, 사용목적, 집행장소, 주소, 사용인원까지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국방부 장관, 공수처장, 검찰총장 정도만 예외적으로 전체 사용건수, 사용 일자, 금액, 인원, 사용목적 정도로 제한적인 정보를 공개합니다.

2.

검찰은 ‘어벤져스’의 정보공개 청구에 비공개로 응답했고, 이후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행정소송이 이어졌습니다. 법원에 나선 검찰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습니다. ‘공개할 경우 범죄 수사 등 직무를 수행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이유였습니다. 또,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는 ‘집행내역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아니, 아무리 집행 기준이 널럴한 특수활동비라지만 엄연히 국민의 세금을 쓴 건데 집행내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되는 얘기죠. 법무부에 따르면 검찰 특수활동비의 집행은 감사원 특수활동비 집행 지침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데, 이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를 언제, 누구에게, 왜 줬는지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가 살펴보니, 역시 특수활동비 집행에 대한 기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검찰이 거짓말을 한 것이죠. 이 사실이 드러나자 ‘집행 내역이 없다는 것이지, 사용 내역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궤변을 늘어놨습니다. (관련 기사 :  최초 소송, 검찰 예산의 ‘빗장’을 풀어라)

결과적으로 대법원까지 간 끝에, 법원은 검찰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집행 자료에 대해 일부는 비공개하고, 일부는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문이 말하는 공개 범위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특수활동비의 집행일자(현금수령일), 집행금액(수령한 현금액수)를 공개해라. 


2) 특정업무경비의 집행일자, 집행장소, 집행금액 등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해라.


3)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과 카드사용내역, 영수증을 공개하는데, 대신 업무추진비 집행정보에서 카드번호/승인번호, 그리고 행사 참석자 등의 성명/직책 등의 개인정보는 가려라.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일단 공개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특히 업무추진비의 경우 검찰의 주장인 ‘수사와 관련한 정보’라기 보다는 공식적인 행사나 간담회에서 쓴 돈이니, 일반적인 공공기관과 유사하게 정보공개를 하라는 내용의 판결이라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경찰청장도 홈페이지에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고 있는데, 검찰총장은 유독 ‘수사와 관련한 정보’라고 주장하는게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였거든요.

3.

판결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시간을 끌었습니다.대법원 판결이 4월 23일에 났는데, 6월 23일에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하더군요. 해당 자료의 사본을 줄건데, 복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검찰이 꽁꽁 숨기던 예산 정보가 공개되는 6월 23일이 되었습니다.

막상 자료를 받아보니 많은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1) 일단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기간의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가 아예 없었습니다. 검찰이 밝힌 2017년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예산은 총 160억인데, 내역이 남아있는 5월부터 12월까지의 총액이 86억입니다. 그러니까 1월부터 4월까지, 74억원으로 추정 되는 금액에 대한 특수활동비 자료가 아예 없다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2017년 6월부터 8월까지의 증빙 자료 일부도 없었습니다.

2) 마찬가지로 서울중앙지검 역시 1월부터 5월까지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가 아예 없었습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이후인 2017년6월부터 7월 기간은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이 있는데, 45건, 총액 4460만원에 해당하는 특수활동비의 수령증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7월에 쓴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은 타이핑이 아니라 수기로 작성한 부분이 있는데, 총액 부분은 완전 틀려 부실 집행이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3) 판결문에는 분명히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과 영수증을 공개하고, 그 중 행사참석자의 개인정보와 카드번호 등만 가리라고 되어 있는데 막상 검찰이 준 업무추진비 영수증에는 ‘상호명’이 가려져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영수증 절반 이상이 사실 상 내용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백지 영수증’ 이었습니다. 우습게도 검찰 구내식당에서 사용한 영수증들만 유독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영수증의 절반 이상이 이런 식의 백지 영수증입니다.

6월 29일, ‘어벤져스’는 검찰의 사라진 기록과 부실한 정보공개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판결 취지에 따라 관리하는 자료 모두 공개했다, 2017년 9월 특수활동비 관리 제도가 개선되기 전 특수활동비 자료 일부는 가지고 있지 않아 주지 못했다, 업무추진비 영수증에 상호명을 가린건 ‘집행명목’이 비공개 대상 정보라는 판결에 따른 것이다’ 라는 문자를 기자들에게 뿌렸습니다. 이런 검찰 측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쓴 기사들도 많이 나왔구요.

아주 어처구니 없는 변명입니다. 단체들이 문제 제기를 한 것은 ‘그러니까 왜 2017년 9월 이전 특수활동비 자료가 없느냐’입니다. 예산을 집행했으면 자료가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아무리 특수활동비라고 할지라도 당연히 돈을 썼으면 집행 내역과 증빙 자료가 있어야 하는 것이 예산 집행의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없다는건 1) 애초에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를 남기지 않았거나, 2) 집행 자료를 분실했거나, 3) 기록물 폐기 절차 없이 자료를 무단으로 폐기했거나, 셋 중에 하나입니다. 세 가지 경우 중 무엇이 되었든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동안 예산 집행의 규칙을 무시했거나, 아니면 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상호명을 가린 것에 대해서, ‘집행명목이 비공개 대상정보’이고, ‘상호명이 공개될 경우 집행명목이 노출될 수 있다’라고 주장한 것은 더 웃기는 일입니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집행명목이 비공개 대상정보’라고 한 부분은 ‘특정업무경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업무추진비 영수증을 통해 지출금액과 사용처를 안다고 해서 수사방법 등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서 업무추진비 사용처를 공개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판결문의 업무추진비 집행처 공개 관련 내용 일부

심지어 ‘집행명목’을 가려야 한다는 특정업무경비에 대해서도 판결문은 ‘집행장소’는 공개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판결문의 특정업무경비 집행장소 관련 내용 일부

검찰은 ‘사용처’, ‘집행장소’라는 단어를 협소하게 해석하여 ‘주소’는 공개했다고 변명하지만, 판결문의 전체 맥락에서 봤을 때 상호명 역시 공개 정보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뿐 아니라 영수증 대다수가 내용을 알아볼 수 없는 ‘백지 영수증’인데, 이에 대해 검찰은 ‘시간이 지나 잉크가 휘발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대다수 공공기관이 예산 집행 내역 증빙을 위해 영수증을 꼼꼼히 관리하고, 전자전표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검찰이 얼마나 예산을 엉망으로 관리하는지 자임하는 꼴에 불과합니다.

4. 

보통 공공기관에서 이런 문제가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을 할텐데, 이번에는 당사자가 검찰이라서 고발을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사라진 특수활동비 기록’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국정감사를 하거나, 특검을 통해서라도 수십억의 예산 자료가 증발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이번 검찰의 자료 공개가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감춰져 왔던 검찰 예산을 공개한 것 만으로도 굉장히 의미가 있는 선례가 되리라 봅니다. 그뿐 아니라 끈질기게 자료를 분석하다 보면, 그동안 검찰의 특수활동비가 어떻게 쓰여져 왔는지 대략적인 윤곽을 추정하고, 패턴을 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어벤져스’가 앞으로도 권력기관의 예산 감시 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가능하다면 후원을 통해 함께 해주시면 더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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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끝에 받아낸 검찰 예산 자료, 문서 증발과 백지 영수증까지 엉망진창

2023.06.29

2023년 6월 23일, 정보공개센터는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뉴스타파와 함께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예산 집행 자료 사본을 받았습니다. 3년 반 동안의 소송 끝에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검찰이 지출한 특수활동비의 집행일자와 집행금액, 특정업무경비의 집행일자, 집행장소, 집행금액 및 지출증빙서, 업무추진비의 집행일자, 집행시간, 집행목적, 집행장소 등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받아냈고, 이를  종이 사본으로 공개하겠다는 검찰의 입장에 따라 1만 6천 쪽이 넘는 문서들을 받아온 것입니다.

6월 23일 받아낸 검찰 예산 자료

공개의 기쁨도 잠시, 막상 자료를 확인하니 실망과 분노가 밀려 왔습니다.  검찰이 공개한 지출증빙서류는 먹칠투성이에 중요 내용들은 다 가려져 있었고, 영수증 역시 글자가 거의 다 날아간 ‘백지’ 영수증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정보공개센터가 그동안 기초지방자치단체부터 국회에 이르기까지 여러 공공기관의 예산 집행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살펴봤지만, 검찰만큼 엉망으로 공개한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검찰의 특정업무경비 집행 내역 서류

검찰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집행 영수증

더 심각한 것은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의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74억원에 대한 지출 증빙자료가 아예 없고, 마찬가지로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의 서울중앙지검  특수활동비 기록 역시  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예산을 집행하면 증빙 자료를 남겨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검찰은 이 기간 동안의 증빙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렇게 자료가  없는 시점은 서울중앙지검장이 특수활동비를 유용한 이른바 ‘이영렬 돈봉투 만찬 사건’이 벌어진 시점과 겹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입니다.

사라진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증빙자료

역시 찾아볼 수 없는 서울중앙지검 특수활동비 증빙 자료

특수활동비 집행자료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는 그동안 증빙자료를 아예 남기지 않았거나, 이후에 분실했거나, 아니면 이를 무단으로 폐기했을 가능성이 점쳐 집니다. 어느  것이 되었든  기본적인 예산 집행과 기록 관리 규정을 어긴 심각한 문제이기에, 국회의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한 진상 규명이 필요한 사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 보도 영상을 통해 부실한 검찰 예산 공개의 문제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센터를 비롯한 단체들은 오늘 오후 1시 반  특수활동비 등 자료 증발 사실을 밝히고,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업무추진비 증빙자료의 상호명과 집행 시간대 등을 가린 정보 은폐 행위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가 검찰 특수활동비 등 예산 오남용 및 자료증발, 은폐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예산 집행 기준과 기록관리 시스템이 무너진 검찰에 대해 언론과 시민들의 비판과 감시를 요청했습니다.

기자회견 보도자료와  영상을 함께 링크합니다.

검찰 예산 기자회견 보도자료 20230629

기자회견 영상 중계 링크

검찰이 공개한 자료가 굉장히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분석 작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만간 분석 과정을 통해 찾아낸 문제들에 대해 따로 밝힐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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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전격분석②] 장애인 도의원, 1400만 주민이 사는 도시에 1명밖에 없다니…

2023.06.20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2021년 민선7기 기초의원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별로 흩어져 있는 지방의회 데이터를 시민들과 함께 수집하고 정제해 ‘전국 지방의회 의정감시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2022년 지방선거 1주년을 맞아, 전체 243개 광역 및 기초의회 현역 의원의 프로필을 모은 ‘2023 전국 지방의원 상세이력 데이터’를 공개합니다.

‘2023 전국 지방의회 감시데이터 구축 프로젝트’에서는 함께 모은 데이터를 토대로 지방의원들이 우리를 잘 대표하고 있는지, 예산 집행이나 법안 발의를 하면서 특혜를 받을 우려나 이해충돌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직접 분석해 봤습니다.


우리는 장애인 의원을 만나고 싶습니다.

-김김정현

▲ 2017년 4월 6일 장애인과 고령자 등 교통약자가 지하철로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교통약자 지하철 환승지도를 제작하기 위한 현장 점검으로 서울시 간부들과 시의회 의원이 휠체어를 타고 김포공항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했다. 장애인인 서울시의회 우창윤 의원이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김포공항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3년도 등록장애인 수는 265만 3000명으로 전년보다 8000명이 증가했다. 전체 인구 대비 5.2% 수준이며, 행정상 잡히지 않는 경증 장애인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날 수 있다.

2011년 장애인의 절반을 자치했던 지체 장애인 수가 감소하고 청각·발달·신장 장애인 수가 늘어나는 등 장애 유형 비율이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65세 이상 노년층이 증가함으로써 다양하고 세밀한 장애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그럼 이를 위한 의회에서 장애인은 얼마나 대표되고 있을까?

‘공직선거법’에 장애인 후보자 추천 관련 규정은 없다. 제56조(기탁금)·제57조(기탁금의 반환 등)를 통해,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기탁금을 절반으로 낮추고 기탁금 반환을 위한 유효득표율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유도 정책만을 시행한다. 그러나 각 정당이 선거에서 장애인을 공천하지 않으면,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이다.

‘전국 17개 광역의회 장애인 의원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를 살펴보면, 위 제도의 실효성이 얼마나 적은지 알 수 있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당선된 의원명단을 기준으로 충청북도 8.57%, 제주도 6.67%로 전국 총인구 대비 장애인 비율 이상의 당사자 의원이 존재한다.

다만 충북도의회 정원 35명 중 3명, 제주도의회는 45명 중 3명인 걸 알게 되면 결코 높은 비율이라 말할 수 없다. 절대적 인원수로는 서울시가 5명으로 가장 많지만, 총인구 중 5분의 1일 살고 있고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으로 수많은 혜택을 받아온 걸 고려하면 한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는 다른 곳에 비하면 양호하다. 8곳은 총정원 중 단 1명만 존재해 ‘장애인 의원이 있는 의회’라는 체면만 차리고 있다.

지방의회에 장애인 할당제가 필요한 이유

▲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17개 광역의원 장애인 당사자 의원의 수 및 비율 ⓒ 정보공개센터

 

그중 경기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경기도는 17개 시도 가운데 등록장애인만 약 55만 명으로, 장애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방정부임에도 장애인 의원은 156명 중 단 1명으로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비율로 따졌을 때 경기도민에게는 사실상 지역에서 장애인을 대표하는 의원이 1명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1400만 주민이 사는 도시에서 1인의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장애인 정치 참여의 불모지인 곳도 있다. 대구시와 전라북도는 장애인 의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새로운 장애인 정치인을 배출하지 못하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정치인이 의회에 남지 못한 채 사라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당을 넘어 의회 차원의 고민이 없는 사례도 있다. 인천시·강원도·충청남도·경상남도 4곳은 장애인 의원 수에 대한 정보부존재를 통보했다. 물론 기관이 개인의 장애·병력(病歷) 등 사적 정보를 수집하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보장정책 등 장애인 권익 증진에 나서야 할 곳이 정작 본 의회 내에 당사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지 않는다면, 관련 입법 활동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장애인 정치 참여 및 세력화는 2009년에 국내 발효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29조(정치, 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이행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고, 중앙·지방정부는 이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장애인 보조견의 국회 본회의장 출입 찬반과 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장애인 보조견의 훈련·보급 지원 등)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시설물 접근·이용의 차별금지)가 2008년에 시행되고 15년이 넘었지만, 이를 제·개정한 주체인 국회에서 불협화음이 들리는 건 고민거리를 준다. 이를 법에 무지한 입법기관이라는 아이러니로 볼 수도 있지만, 이런 생각을 안 해도 될 만큼 다양한 장애인이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실은 지방의회에 장애인 할당제가 필요한 이유다. ‘공직선거법’ 제47조(정당의 후보자추천) 3항과 같은 강제성 있는 할당제가 운용되어야 한다. 몇몇 정당의 당헌·당규와 같이 비례대표 명단 내 5~10% 장애인 추천 및 앞번호 배정을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지방의회의 낮은 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감안하면, 지역구 선거에 장애인 후보 추천도 선택사항으로 둘 수 없다.

지역을 대표하는 장애인 지방의원의 증가는 장애인 권리 확보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시민은 더 많은 장애인 지방의원을 만나고 싶다. 

 

*이 글은 김김정현 2023 전국 지방의원 감시데이터 구축 프로젝트 참여자가 썼으며 오마이뉴스 <그정보가알고싶다> 시리즈에도 게시됩니다.

2023 전국 지방의원 상세이력 데이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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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 ‘국민’ 아닌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

2023.06.19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가 은평시민신문에 연재하는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최근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는 정부가 ‘이태원 참사’ 외국인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참사와 관련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고, 의료비 등 지원도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사실은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오스트리아 국적자 재외동포 고 김인홍씨의 누나 김나리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

한국 정부는 외국인 피해자도 한국 국민에 준해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장례비와 구호금을 지원한 것에 그쳤다. 한국에서 오스트리아로 시신을 이송하는 과정에 여러 복잡하고 어려운 행정 절차가 있었음에도 이를 처리해주지도 않았고, 유가족에 대한 심리상담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외국인 유가족들은 희생자의 마지막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구급일지 발급 정책 역시 안내받지 못했다. 뒤늦게 구급일지를 발급 받을 수 있음을 알게 된 김나리씨는 구급일지를 발급 받고자 했으나, 소방서는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은 정보공개 청구 대상자가 아니라며 이를 거부했다. 김나리씨는 관련 기관에 항의한 끝에야, 겨우 구급일지를 받아 볼 수 있었다. 김나리씨는 그나마 한국어가 가능하고, 한국에 친척도 있기 때문에 상황이 좀 나았다. 14개 국적, 26명에 달하는 이태원 참사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 대다수는 한국어를 모를 것이고, 한국에 아는 사람도 없으니 제대로 지원을 받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CIA의 정보공개 메뉴

미국의 정보공개법인 ‘정보자유법’은 정보공개 청구권자를 ‘누구나(any person)’로 표현하고 있어, 미국 국민이 아니더라도 정부 기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 이웃 국가인 일본 역시 시민권에 국한하지 않고 ‘누구든지(何人も)’ 행정기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 독일, 스웨덴, 덴마크, 우루과이, 루마니아, 스위스, 멕시코, 아르헨티나,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브라질 등 수많은 나라들이 정보공개 청구권자를 ‘국민’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사람’으로 정해두고 있다. 따라서 한국인이 미국이나 일본 정부기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는 미국 CIA에 어떻게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지 설명한 글도 있다.)

하지만 한국 정보공개법은 청구권자를 ‘모든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고, 예외적으로 국내에 주소지를 두고 있거나, 연구 목적인 경우에만 외국인에게 정보공개제도를 열어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김나리씨처럼 국내에 주소지가 없는 외국인은 한국에서 가족이 사고를 당해도 어떤 경위로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한국 정보공개제도의 폐쇄성이 가지는 문제를 드러낸 사례다.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은 의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간섭없이 의견을 가질 자유와 국경에 관계없이 어떠한 매체를 통해서도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얻으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시민권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정보공개를 열어놓은 것은 이렇듯 알권리는 ‘국경과 관계없이’ 형성되어야 하는 보편적인 인권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개헌 논의가 있을 당시 마련된 문재인 정부의 10차 개헌안에는 그동안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으로 두었던 것을 ‘사람’으로 바꾸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종교와 사상의 자유 등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국민’에 한정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개헌안에서도 유독 ‘알권리’의 주체는 ‘국민’으로 제한되었다. 이미 수없이 많은 나라가 ‘누구에게나’ 정보접근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외국인에게 정보공개 청구를 허용하면 국가 기밀이 외국에 유출된다거나, 안보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러한 정보는 정보공개법의 비공개 조항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 정보에 해당한다. 굳이 외국인에게 정보공개를 제한할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재외동포청 출범을 축하하면서 “750만 한인 네트워크가 서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필요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재외동포와 대한민국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750만 재외동포 중 500만 명은 김나리씨와 마찬가지로 정보공개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외국 국적자들이다. 대통령의 말처럼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려면, 무엇보다 동포들에게 한국에 대한 기본적인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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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지방의원 전격분석①] 지방의회 1년, 의원들의 이력서를 모은 시민들!

2023.06.14

지방의회, 충격적인 그래프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2021년 민선7기 기초의원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별로 흩어져 있는 지방의회 데이터를 시민들과 함께 수집하고 정제해 ‘전국 지방의회 의정감시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2022년 지방선거 1주년을 맞아, 전체 243개 광역 및 기초의회 현역 의원의 프로필을 모은 ‘2023 전국 지방의원 상세이력 데이터’를 공개합니다.

‘2023 전국 지방의회 감시데이터 구축 프로젝트’에서는 함께 모은 데이터를 토대로 지방의원들이 우리를 잘 대표하고 있는지, 예산 집행이나 법안 발의를 하면서 특혜를 받을 우려나 이해충돌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직접 분석해 봤습니다.[기자말]

▲ 1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2022.6.1 ⓒ 연합뉴스/경기사진공동취재단

2022년 6월 1일 동시지방선거로 3900여 명의 광역시도 및 기초 시군구 의원이 당선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에 비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지역 주민들의 민의를 대표해 지자체의 예산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고, 행정이 제대로 일을 하고있는지 행정사무를 감사하고, 지자체의 법안인 조례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지방재정통합공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만 광역시도의 경우 2조 5천억 원~52조 원, 기초 시군구의 경우 3천억 원~4조 8천억 원의 예산이 시민들을 위해 집행됩니다. 세금이 필요한 곳에 잘 쓰이게 하고, 시민 입장에서 중요한 현안과 의견을 지역 정책에 반영하게 하려면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지방의원들을 잘 선출하고, 그들이 제대로 일하도록 지원하고, 감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에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2021년 민선 7기 기초의원을 시작으로 지자체별로 흩어져 있는 지방의회 데이터를 시민들과 함께 수집하고 정제해 ‘전국 지방의회 의정감시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2022년 지방선거 1주년을 맞아 전체 243개 광역 및 기초의회 현역 의원의 프로필을 모은 ‘2023 전국 지방의원 상세이력 데이터’를 공개합니다.

더불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함께 모은 상세이력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지방의원들이 우리를 잘 대표하고 있는지, 예산 집행이나 법안 발의를 하면서 특혜를 받을 우려나 이해충돌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직접 분석해 봤습니다. 앞으로 소개되는 사례들을 토대로 지역 곳곳에서 누구보다도 해당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이 직접 감시에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인구피라미드로 살펴보는 지방의원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지방의원들이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기초적인 성별, 연령 통계를 내보았습니다.

시도 광역의원(제주도 교육의원 포함)의 경우 2023년 5월 현재 재직 중인 877명 중 703명이 남성, 174명이 여성으로 남성 의원이 80%에 달했습니다. 구시군 기초의원은 2988명 중 1991명이 남성으로 67%에 해당했습니다.

연령의 경우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모두 50대가 각 42%, 40%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32%, 30%로 70%가 넘는 의원들이 50~60대에 쏠려있었습니다.
 

▲광역의원 연령 및 성비(2023.05기준) 2023 지방의원 데이터 구축 프로젝트로 모은 현직 광역의원들의 연령 및 성비 ⓒ 정보공개센터

광역의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은 만 24세(1999년생) 경기도 이자형 의원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의원으로 당선되었습니다. 국회의원 임종성 의원실의 입법보조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고, 민주당 경기도당의 대학생 위원장을 맡는 등 계속해서 당 활동을 해왔습니다. 

최고령 의원은 만 77세(1946년생) 충청남도 김복만 의원(국민의힘)으로 지역구 투표로 당선되었습니다. 충청남도의회 5선 의원입니다.
 

▲기초의원 연령 및 성비(2023.05기준) 2023 지방의원 데이터 구축 프로젝트로 모은 현직 기초의원들의 연령 및 성비 ⓒ 정보공개센터

기초의원의 경우 최연소 의원은 만 20세(2002년생) 경기도 고양시 천승아 의원으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당선되었고, 고양시에서 국민의힘 청년위원회 활동과 대학 내 방송국에서 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현재 대학을 휴학하고 의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고령은 만 80세(1942년생) 서울시 광진구 추윤구 의원(무소속)으로 광진구의회 6선 의원입니다. 20년이 넘게 같은 의회에서 구의원을 하고 있습니다.

수치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지방의원의 대부분이 50~60대 남성인데요. 다양한 시민들을 대표해서 의정활동을 하고있는 의원의 대표성을 생각했을 때 이러한 쏠림 현상은 문제입니다. 이렇게 특정 집단이 과대표 되면 연소자나 여성 등 소수 집단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덜 표현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 전체의 인구 피라미드와 의원들의 인구 피라미드를 비교해서 살펴보면 의회의 구성이 인구 집단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심각하게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알 수 있습니다.

▲광역의원 인구 피라미드(2023.05 기준) 광역의원들의 인구 분포도를 나타낸 피라미드 그래프 ⓒ 정보공개센터
▲ 기초의원 인구피라미드(2023.05기준) 기초의원들의 인구 분포를 나타낸 인구피라미드 그래프 ⓒ 정보공개센터

 

▲2023년 한국의 인구 구성 2023년 현재 인구 피라미드 그래프(통계청) ⓒ 통계청

우리나라의 양성평등기본법에서는 소수 성별의 정책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 및 지자체의 위원회 구성시 특정 성별이 6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민의를 대표해 정치 활동을 하는 의회에서는 이러한 최소한의 균형이 전혀 지켜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광역의회의 경우 17개 의회 중 세종시와 광주광역시를 제외한 15개 의회의 여성 의원 비율이 35% 미만이고, 경상남도의 경우 95%가 남성으로 심각한 ‘남초’ 정치집단이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기초의회 역시 226개 의회 중 70%에 해당하는 158개 의회는 여성의원의 비율이 40%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 정치인이 발굴되지 못하거나 의회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함께 고민해야할 여러 사회문화적 요인이 있겠지만, 많은 여성의원들이 활발하게 의정활동을 펼치는 의회들도 있습니다. 25개 기초의회는 여성의원이 50% 이상이며 경기도 과천시는 7명 중 6명의 의원이 여성입니다.

▶여성의원 비율 50% 이상 의회보기

이렇게 지방의원들의 성별 및 연령에 대한 통계를 살펴볼 때 현재 지방의원들의 인구 대표성이 현실과 굉장히 괴리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지방의회가 지역의 다양한 의제와 현안들에 대해 좀 더 실제적인 대표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논의와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정보공개센터의 ‘지방의원 전격분석’ 시리즈에서는 4회에 걸쳐 시민들이 직접 분석한 지방의원의 현황과 광역시 의원들의 입법활동 및 이해충돌 문제를 짚어볼 예정입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시리즈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3 전국 지방의원 상세이력 데이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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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변화를 위한 데이터·기술-캠프닷(dot)

2023.06.13

변화를 위한 데이터·기술-캠프닷(dot)은 공익활동가 데이터·기술이 결합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캠프입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6월 3일 ~ 5일, 2박 3일간 지리산 산내면에 위치한 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에서 캠프닷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참가자인 최성식님과 김재섭님께서 참여후기를 남겨주셨습니다. 2박 3일간의 캠프닷 경험을 공유드려요. 

변화를 위한 데이터·기술-캠프닷(dot) 페이지 바로가기(클릭)


‘나는 모르겠어’의 좋은 기운

이야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데이터·기술이 결합된 공익활동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각자의 책임감을 담은 대화 속에는 진동이 발생했고.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품고있었다. 진동은 위로 아래로 움직이며 에너지를 만들었는데. 한계점을 인지한 활동가 한 명의 무기력과 패배감을 위로해주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진동을 만든 대화의 물꼬는 금방 트였다. “캠프닷이 끝나고 돌아갈때 29명 한 분 한 분 모두와 말씀 나누고 가시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이 무색할 정도. 미소를 띈 눈인사로 서로를 소개한다. 삼삼오오 모여 하나의 세션이 피어난다. 정규 세션이 아닌데 말이다.  각자가 속한 세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시작됐다.

주체적으로 생각해보지 못한 주제가 기억에 남는다. 노년이 많은 시골마을에서 협업할 때 필요한 기술 개발과 적용. 비영리 조직 생산성 및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한 기술 사용과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도움. 지방의회 회의록 텍스트 분석. 데이터를 통해 식욕억제제 사용에 경각심을 주어야한다는 생각. 흥미롭게도 개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주제는 다르지만 풀어내는 과정은 비슷하다.

그래서 내 경험이 더욱 떠오른다. 함께하고 싶어지고 공감 간다. 이런… 다들 비슷한 걸까. 문제가 해결됐다. 지방의회 회의록 자연어처리. [함께 만들어가기] 세션이었는데. 7명에서 작당모의 했다. 회의록을 분석하고 챗 GPT로 필요한 파이썬 코드를 작성했다. 문제정의도 코드작성도 하나씩 누가 기여한지 모르는 등산로 돌탑처럼 만들어지는데 그 모습이 재밌어서 한참을 웃었다. 협력도 이야기도 힘이 됐다. 앞으로도 늘 순탄할 것 처럼.

이렇게 희망은 바램의 형상으로 떠올랐지만. 좌절은 패배의 목소리로 전달되었다. 과정보다는 결과에서 많았다. 나도 팀이 해체된 적이 있다. 만족할 성과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했는데도. 열악한 환경에서라도 계속하고 싶었는데도 그랬다. 대화 속에서 하나 둘 여태 간직하던 생채기를 꺼냈다. 나도 그랬다. 조직, 환경, 문화, 역량, 시선, 외부평가 등. 각자의 환경에서 생겨난 흉터. 상처의 시차도. 원인과 규모도 다르다. 하지만 느껴지는 감정은 비슷했다.

분위기

지리산도 우리들도 차분했다. 장소가 목적을 가진 행사 분위기에 주는 영향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고 나는 생각한다. 파타고니아와 요세미티에서나 보던 원근감. 지리산 산세가 눈앞에 있다. 미소, 달무리, 말랑말랑 등의 단어에 향수를 느끼는걸 보면 많이 들 지쳐있었나. 마음이 쓰인다. 행동 강령을 이야기 하려던 진임도 각자의 태도로 자율과 상식에 맡긴다. 표정들이 밝다. 환대한다. 서울이었다면? 많이 달랐을 것 같다.

실상사 담장으로 큰 느티나무와 지리산 자락에 듬성듬성 있는 집이 어우러지는데. 한적하니 아름답다. 각자 선택한 산책길을 걸으면서. 8가지 나물과 오미자차로 식사하면서. 웅장한 능선 사이에 자리잡은 보름달을 마주본 황토집 마당에서. 지리산 자연 속에서 요가, 건강, 정치, 비영리, 취미, 음식, 사랑, 교육, 경제. 등 이야기 하면서 기분 좋음을 숨기지 않는다.

각자의 태도가 만나 좋음을 만든다. 좋음 속에서 나눔과 공유가 일어난다. 기술과 데이터를 결합한 공익활동은 정해진 방법 없다. 적어도 내 경험은 그렇다. 찾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매번 쌓이는 단계 속에서 툴킷이나 캔버스 처럼 일정한 체계를 정립하며 방법을 정교화한다. 그래서 서로의 경험 공유와 나눔이 소중하다. 정보공개포털의 특정 페이지를 조회할 수 없는 문제의 기술적 해결. 비영리 조직의 자동화가 필요한 업무 시나리오와 서비스. 등이 공유 되었다.

기술로 변화를 만들려는 활동가에게는 정말로 중요하고 의미있는 시간이다. 걸어 잠근 문을 열어 젖히고 나와, 불가능과 답답함 같은 것을을 벗어 던진채, ‘나는 모르겠어’라는 흔들리고 망설이는 과정을 함께 보내기 때문이다. 정해진 질문에 유독 ‘나는 아직 모르겠다’, ‘아직 생각중이다’가 많았다. 그래서 더 안심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각자의 호흡으로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끔씩 꺼내 읽는 시집에는 이런 말이 있다. 쉼보르스카라는 헝가리 시인이 노벨상 수상소감에서 이야기인데. ‘나는 모르겠다’는 질문을 통해 적어도 자신의 경험에 입각해 활동하는 분야를 규정하고. 본인도 잘 모르지만 어떻게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밝혀내는 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동료가 있을때 힘이 된다.

패배와 허무가 섞인 말들 속에서 각자의 경험 속에 있는 작은 점들을 듣다보면. 분명하게 정의되지는 않지만. 그 속에 있는 과정과 감정에서 얼만큼 헌신했는지 읽을 수 있다. 이런 노력이 각자에게 다가가 희망을 띄며. 다음을 위한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캠프닷을 통해 앞으로의 새로운 10년을 그려볼 수 있었다는 분의 회고를 들었다. 내가 ‘어떻게’, ‘왜’ 여기까지 왔는지 되묻는 시간을 보냈을까.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저 2박 3일 이라는 시간동안 서로 전달 받는 에너지가 질문의 답을 내는 것 까지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 캠프닷의 의미다.


글쓴이 ㅣ 최성식


여러 모임에서 만나 친해진 비영리 단체 활동가 한명이 6월 초에 있는 비영리와 기술 어쩌구 하는 캠프가 있다고 추천해준게 3개월쯤 전이다. 3개월전에는 스치듯 지나가며, 개발자들이랑 네트워킹하고, 친해지는 자리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나는 유행에 민감한 편이 아니어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유명한 드라마를 유튜브 요약본이나 뉴스기사로 편인데, 나한테 새로운 기술이라는 것도 비슷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뒤쳐진 곳 중 하나라는 지역의 소규모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는 나로서는 프로그래밍이나 컴퓨터 기술은 주변에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지만 필요하다는 감각만 있는 영역이어서 언제나 목말라 있는 영역이다. 서울 활동가의 추천으로 참석하겠다고 답하고 달력에 체크한 뒤로, 정신없이 지낸다는 핑계로 신경쓰고 있지 못한 사이 6월이 왔다.

장소는 지리산 어드매 있는 공유공간이라고 했다. 6월 3일부터 6월 5일까지 진행된 ‘캠프닷’ 행사는 무려 토일월 일정으로 진행되는 행사였다. 6월 3일 당일이 되니 어찌나 몸이 무겁던지… 기분이 이상해 달력을 보니 6월 6일이 휴일이라 징검다리 연휴… 어쩐지 몸이 무겁더라… 그래도 하기로 한건 해야지 마음먹으며 대충 가방을 싸서 집을 나섰다. 지리산을 가본적이 없기에 약간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국토의 중심 대전에서 지리산 남원 산내면을 향해 출발했다. 대전에 살면서 대전을 중심으로 서북쪽은 서울 방향이기에 자주 가보았고, 동북쪽은 강원도 양양이 있고 부모님이 거주하기에 익숙한 길이며, 경상도역시 가끔 가본 길이다. 그러나 지리산으로 가는 길은 처음이었다. 넉넉하게 출발했지만 연휴라 그런지 차량이 많아 답답한 도로를 지나 지리산 톨게이트를 지나 읍내로 진입했다. 목적 중심으로 사고하는게 익숙해서, 목적지만 신경쓰며 가다보니 행사장소인 ‘공간 이음, 들썩’을 지나치고 말았다. 사실 불법 유턴을 하면 금방이지만 네비가 마을을 한바퀴 둘러서 안내하길래 그제서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계단식 논과 완만한 능선에 둘러싸인 산내면, 꽤 큰 개천이 흐르고 푸른색의 나뭇잎이 사방에 보이는 곳이다. 해는 뜨거웠지만 바람은 선선했다. 도로 옆 짜투리 땅에도 모내기를 했고, 논에는 물이 찰랑거렸다. 조금은 이르지만 여름이었다.

행사장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마당에 있는 캠핑의자와 내부 공간에 흩어져서 아는 사람들끼리는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어색한 분위기를 즐기며 공간 구경을 하고 있으니 캠프 주관을 맡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 마이크를 들고 행사 시작을 알렸다. 29명의 참가자가 신청했는데, 노쇼가 한명도 없다는 사회자의 놀라운 말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행사 시작 전 신청서에 작성한 자기소개와 하고싶은 것과 이야기나누고 싶은 짧은 글을 서로 나누며 참가자 소개시간을 가졌다. 비영리 단체부터 연구자, 개발자, 창업자 등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함께하고 있었다. 이질적이지만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자신의 재능과 노력을 투여하고자 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고 설레는 순간이다. 내가 일하는 단체에서 직접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개발자도 있었고, 이미 이전에 감시활동을 위해 필요한 작업을 자동화하는 자문을 해주었던 개발자 모임도 있었다. 29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꽤 긴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었음에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비영리 단체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구면인 사람도 있었지만 처음보는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어 흥미롭게 소개를 듣는 시간이었다. 사회자는 우리에게 “활동 영역에서 매장다하고 싶지 않다면 각자의 양심과 상식에 따라 행동해주길 바란다”는 어마어마한 공지를 하였는데, 내 생각에는 꽤 괜찮은 약속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성평등이나 장애평등 등 평등수칙이 어느정도 상식이 되었겠다는 긍정적인 마음도 들었다. 실제로 꽤 효과가 있는 공지였다고 생각한다.

첫날 프로그램은 그렇게 빡빡하지 않았는데, 전반적으로 식사시간도 길고, 자유시간도 있는 여유로운 시간표였다. 행사 주최측도 개별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대화를 권장하고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참가자를 독촉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의 욕구와 상호 신뢰가 있다면 다양한 캠프 프로그램에서 참여자들의 자발성을 존중하는 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했는데, 캠프닷이 그러해서 만족스럽게 첫날을 시작했다. 아주 맛있는 나물파티 식사를 한 뒤, 각 사람들이 자기 영역에서 기술과 활동을 접목시킨 사례들을 5분 발표로 진행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개발자 도구를 활용하여 숨겨진 코드를 발견한 사례를 발표했고, 다른 사람들은 데이터 기반 홈페이지와 어플을 소개하기도 하고, 소규모 도농 지역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기억나는 사례로는 ‘그린피스’ 정다운 활동가의 발표와 ‘주식회사 다른파도’의 이강희 님의 발표가 있다. 그린피스 활동가를 처음 만나봐서 인사하는 자리에서 “배 타보셨어요?”라는 질문을 했었는데,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걸 보니 똑같은 질문을 받는 것이 자주 보여서 사람 생각하는거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한국에서 활동하는 그린피스 활동 내용을 알 수 있어서 아주 흥미로운 발표였다. 다른파도 이강희 님의 발표에서는 하동이라는 지역에서 개발자로서 창업한 경험과 지역사회가 필요한 적정기술을 어떻게 적용하고 비지니스화 하고 있는지 하는 내용이었다. 본가가 양양에 있다보니까 양양에 저 모델을 도입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듣다보니 기억에 남는다.

둘째날은 오전에는 ‘몸을 쓰는 쉼’ 이라는 컨셉으로 각자 팀을 나눠서 지리산 뱀사골, 약수암, 마을 탐방 등을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실상사가 궁금해서 108배나 할까 고민했는데, 지난 밤 같은 숙소에서 묵은 ‘시소’의 동동님이 약수암으로 꼬셔서 약수암을 가게 되었다. 완만한 언덕을 오르며 다른 참여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비영리 활동에 데이터, 컴퓨터 기술을 도입하고 적용하고자 할때, 어려웠던 점이 몇가지 있다. 그 중에 하나는 내가 기술을 잘 모르는 것도 있지만 다른 하나는 기술 보유자들과 대화할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고 이야기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이 프로그래머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이런 기술들이 시대적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면, 비영리 단체에서 활동가로서 가져야하는 컴퓨터 기술의 교양수준은 어떻게 설정해야하고, 어떤 커리큘럼이 필요할까?

웹 개발자 씨에스토와의 대화는 어느정도 방향성을 찾는 좋은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단체의 활동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소개한 씨에스토는 꽤 오랜 기간 비영리 단체에 정보통신 기술을 도입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했는데, 너무 어렵고 복잡한 기술을 사용하기보다는 지금 현재 구현되어 있는 낮은 단계부터 차근차근 도입해보다가 어려움을 극복해야하는 시점에 새로운 기술이나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추천했고, 기초 교양으로 데이터베이스 기초를 수강해보는 것을 추천해 주었다.  오픈 유니버시티 같은 오픈 칼리지 영역에서 실제 대학에서 가르치는 강의를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다는 팁도 전달받았다. 경험에 근거한 조언이기도 하고, 문제 의식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서 나는 아주 만족스러운 약수암 등반이었다.

점심 식사 후 오후 시간은 3강 연강 프로그램이었는데, 함께 이야기나누고 싶은것, 함께 하고 싶은것, 함께 상상하고자 하는 것을 각자 공개된 게시판에 작성하여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오픈세미나 방식의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기후위기에 관련된 내용을 질문하고 답하는 프로그램으로 1강을 신청하고, 2강은 내가 제안한 지방의회 회의록 자연어 처리하여 분석해보기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3강은 비영리 주니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을 참여했다. 구체적 문제의식에서 구체적 해답이 나온다는 말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물론 문제를 구체화하기 위한 과정 자체도 흥미롭고 재밌지만, 자주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다보니 지금 당면한 구체적 문제를 서로 같이 고민하고, 조언하고, 제안하는 에너지가 아주 좋았다.

1강 시간으로 기술을 활용해 탄소배출문제를 해결하고, 기업과 정부의 탄소배출을 줄여주는 컨설팅을 하는 스타트업 활동을 하는 ‘내일의 쓰임’ 이상화님과 함께한 시간도 기억에 남는다. ‘기후위기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같은 느낌의 프로그램이었는데, 방대한 지식과 통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에서 활동하시는 이동근님의 제약산업의 탄소배출 문제에 대한 지적과 의약품 과잉 생산으로 인한 문제, 그에 비해 전혀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병원에 가고 약을 먹는 일상속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여서 관점과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후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에서 캠프닷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이 활동으로 표현될 때를 기다리며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2강 시간은 참가자들이 같이 문제를 해결해보는 시간이었다. 내 개인적으로도 당면한 지방의회 감시활동에서 지루한 회의록을 재밌게 분석하고, 시민들과 함께하고, 양적 분석 기준을 만들어내는 것이 당면한 문제였다. 지방의회 회의록 자연어 처리를 함께해주신 분들이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해주었고, 기술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지방의회 회의록에서 단어 빈도수를 추출하는 간단한 코드를 현장에서 만들었고, 시연하기도 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는 그때 내용을 기반으로 실제 활동에서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중에 있다. 프로그램 언어는 잘 모르지만 챗GPT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중이다. 캠프닷의 경험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권력감시 활동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 할 수 있다면 크레딧에 함께해주신 분들을 올릴 생각이다. 함께해주신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조민지님, 시소의 동동님, 그린피스 데이터엑티비스트 정다운님, 데이터저널리즘과 디지털 정책 활동을 하시는 최성식님, 사단법인 시민의 이병국님, 경실련의 최윤석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작지만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실질적인 마지막 프로그램인 함께 상상하기 시간에는 조금 더 거시적이고 철학적인 담론들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마침 캠프닷 프로그램 내에서 구체화된 질문인, 비영리 주니어 활동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에 참여하여 생각을 나누고 함께 상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누구나 데이터’ 류강윤 님의 고민과 참여자들의 경험을 나누고, 더 나은 방향을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후 참여자들의 후기와 더 많은 사람들이 연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욕구를 낳는다. 함께했을 때 더 나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경험은 연대와 확장의 욕구를,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활용한 경험은 더 많은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싶은 니즈를 만든다. 그리고 각자의 현장과 경험과 역사는 다르지만 다른 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감각은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싶다는 의지와 활동의 즐거움을 다시 상기시킨다. 6월 초, 따뜻하고 선선한 지리산에서의 캠프닷, 즐겁고 함께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 만남이 기대된다는 말처럼, 아쉽지만 다시 만나 함께하길 기대한다. 행사가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도움을 주고, 지리산 공간을 소개하고, 환대의 마음으로 반겨준 ‘지리산 이음’의 관계자들 모두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글쓴이 ㅣ 김재섭(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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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각 당은 결의안에 따라 지금 당장 가상자산 자진신고하고, 권익위는 전수조사에 착수하라!

2023.06.01

 

국회의원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전수조사 이행촉구 기자회견

 

1. <재정넷>(재산공개와 정보공개 제도개선 네트워크)은 <배진교 정의당 국회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과 오는 6월 1일(목) 10시 40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원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전수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2.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의혹이 계기가 되어 지난 5월 25일(목),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재산등록 등과 관련하여 2가지 법이 개정되고 전수조사와 관련한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현직 국회의원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에 대한 신고와 이해충돌 여부 등을 목표로한 전수조사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3.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통해 재산등록공개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었던 가상자산을 등록대상 재산에 포함시켰으나,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은 올해 12월부터 시행됩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보유 중인 가상자산을 모두 처분한다면, 2024년 재산등록과정에서 국회의원이 현재 보유 중인 가상자산은 반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공직자윤리법 제6조의2가 개정되어, 가상자산의 거래내역을 신고하도록 되었지만 해당 거래내역은 법률에 따라 비공개되며 따라서 국회의원이 현재 보유한 가상자산을 확인할 방안으로는 판단되지 않습니다.

4. 국회법 개정으로 가상자산의 보유 내역을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하고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이해충돌 여부를 심사하도록 했으나, 이는  사적 이해관계를 등록하도록 하는 규정으로 전수조사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국회법은 가상자산의 등록과 관련한 세부사항을 국회규칙에 위임하고 있는데, 국회규칙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가상자산의 등록 자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5. 법 개정과 함께, 국회사무처에 임기개시일부터 보유하고 있던 가상자산을 자진신고하고 국민권익위가 이해충돌 여부 등을 조사하도록 하는 결의안이 채택되었으나, 결의안은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여야가 스스로 나서야 하지만 가상자산의 자신신고 등을 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6. 이에 이번 기자회견에서 <재정넷>은 국회의원 등 공직자의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에 대한 전수조사와 ▴이번 법 개정의 관련이 없음을 지적하며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국민권익위의 전수조사를 촉구하고자 합니다. 

7. <재정넷>은 ‘재산등록·공개제도’ 도입의 30주년을 맞이하여 정부와 공직자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는 제도개선운동을 펼치기 위해 경실련, 뉴스타파,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참여연대,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8. 기자회견의 개요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목 : 국회의원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전수조사 이행 촉구 기자회견 
일시 및 장소 : 2023년 6월 1일(목) 오전 10시 40분, 국회 소통관
공동주최 : 재정넷(경실련, 뉴스타파,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참여연대, 함께하는 시민행동. 가나다 순)
 – 식순 – 
● 사회 : 강성국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 취지 발언 : 배진교 정의당 국회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 법 개정에 대한 평가 등 :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 자진신고 및 전수조사 이행 촉구 :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 기자회견문 낭독 : 채연하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
● 배석자 : 박중석 뉴스타파 팀장, 서휘원 경실련 팀장, 최재혁 참여연대 간사

 

■ 기자회견문 

각 당은 결의안에 따라 지금 당장 가상자산 자진신고하고, 권익위는 전수조사에 착수하라!

가상자산의 재산등록 등과 관련한 법이 통과되어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보유에 대한 전수조사를 위한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전수조사에 대한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당 각각이 스스로 신고해야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통해 재산등록공개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었던 가상자산을 등록대상재산에 포함시켰고 개정된 법에 따라 향후 보유한 가상자산을 등록하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 보유 중인 가상자산과 이와 관련한 거래는 확인할 수 없다. 또한, 가상자산의 거래내역을 신고하도록 했으나 공직자윤리법에는 해당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었다고 해서, 지금 당장,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보유가 확인되지 않는다.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국회법 개정으로 가상자산의 보유 내역을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했지만 그  세부사항을 규율할 국회규칙이 제정되지 않아 등록 자체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이후, 마련되었어야 하는 국회규칙은 수년째 무소식이다. 

임기개시일부터 보유하고 있던 가상자산을 자진신고하고 국민권익위가 이해충돌 여부 등을 조사하도록 하는 결의안이 채택되었으나 믿기 어렵다. 결의안은 구속력이 없고 정당이 스스로 목에 방울을 달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경실련, 뉴스타파,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참여연대,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함께하고 있는 재정넷과 정의당 배진교 국회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전수조사 이행을 촉구한다. 

첫째, 각 정당은 소속 국회의원이 지금 당장 임기개시일 이후부터 보유한 가상자산 내역을 국회사무처에 등록하도록 하고 국민권익위에 조사 의뢰하라. 

둘째, 재산심사기구인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국회사무처에 등록된 가상자산 내역을 바탕으로 부정한 재산증식 여부 등 재산형성과정을 다시 심사하라 

셋째, 국민권익위는 국회사무처에 등록된 가상자산 내역을 전달받아 이해충돌 여부 철저히 조사하라. 

2023년 6월 1일
재산공개와 정보공개 제도개선 네트워크[재정넷] 
정의당 배진교 국회의원 ‧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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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권력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프로 못질러’

2023.05.30

[인터뷰] 정진임 정보공개센터 소장
“권력의 속성은 비밀주의..정보공개는 비밀주의에 균열을 내는 활동”
올해 15주년..판례와 활용 단체↑, 협업 사례 보며 정보공개의 소셜임팩트 확인
센터 소장으로서 거둔 성과? 조직문화 꼽고 싶어..활동가들의 효능감 중요

정보공개는 권력의 속성인 비밀주의에 균열을 내는 활동입니다.

지난달 13일, 현직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특활비 등을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세부 집행내역(집행 건별 일자, 금액 등)과 지출 증빙서류(지출결의서, 내부 결재서류, 현금수령증 등) 중 개인정보를 제외한 모든 자료 일체를 공개하라.

고 판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2017년 5월22일 ~ 2019년 7월24일)과 검찰총장(2019년 7월25일 ~ 2021년 3월4일)으로 재직한 바로 그 기간이다.

정보공개센터·뉴스타파·세금도둑잡아라·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이 정보공개청구에 나선 게 2019년 10월이니 대법원 판결까지 약 3년 하고도 반 년 정도 더 걸렸다. 정보공개센터의 정진임 소장에게 그렇게까지 오랜 기간 싸울 만큼, 시민들이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거 다 우리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 아닌가요? 저는 오히려 ‘그걸 왜 몰라야 돼?’라고 되묻고 싶어요.”

(기자 : 시민들의 돈이 들어갔다고 해서 모든 내역을 다 들여다봐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안보상의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수사상의 필요도 있을 수 있잖아요.)

정진임 소장/사진=정재훈 기자 출처 : 소셜임팩트뉴스(https://www.socialimpactnews.net)

“모든 공공기관의 예산은 공개되고 시민들이 확인하고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기본원칙입니다. 특수활동비요? 정말 이름처럼 특수한 목적을 위해 아주 조심스럽게 집행돼야죠. 하지만 권력기관은 반대로 움직여요. 권력의 속성이 바로 비밀주의니까요. 정보공개는 바로 그 비밀주의에 균열을 내는 활동입니다. 당연한 비밀과 영원한 비밀은 없어요.”

정보공개센터는 그런 조직이다. 권력이 비밀주의로 ‘콘크리트’친 벽에 기꺼이 못이 돼 균열을 내겠다고 나선 그런 조직.

견고하게 올린 콘트리트라 깨기도 어렵고 깰 때면 시끄럽기까지 하지만 정보공개센터는 개의치 않는다. 그 안에, 원래 시민의 것이었던 자리를 드러내기 위해 언제든 못이 되겠다는 입장이다.

15년째 권력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는 프로 못질러, 정진임 소장을 만났다.

누구나 정보공개 청구할 수 있는 시대에도 정보공개센터가 필요한 이유

정보공개센터(이하 센터)는 2008년 10월 9일 창립됐다. 지난 15년간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을 상대로 정보공개운동을 전개하고 ▲정보공개 활성화를 위한 교육 및 출판 ▲정보공개 제도개선 ▲시민단체 활동 및 언론사 탐사보도 지원 등에 나섰다.

센터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당장 정보공개만 해도 ‘공공기관의 행정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1998년 1월 1일 이래로 누구든지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청구한다고 다 ‘공개’ 처분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심지어 정보공개법은 처벌조항이 없어서, ‘정보가 없다’고 공무원이 거짓말을 해도 달리 처벌할 방도가 없다. 참여연대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경험이 있는 단체들은 그나마 대응할 여력이 있다지만 규모가 작은 단체들이나 언론사는 여전히 ‘정보공개’라는 도구를 무기화하기 어려워한다.

정진임 소장은 바로 이 지점에서 다른 시민단체의 정보공개와 차별화되는 센터만의 역할이 있다고 강조한다.

“정보공개센터만의 차별성 내지 역할은 (작은 단체나 언론사 등이) 정보공개를 자기 운동의 도구, 더 나아가서는 단체의 무기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는 데 있다고 봐요. 일단 홈페이지 가면 자료 다 볼 수 있어요. 또, 우리는 공개된 자료를 가지고 ‘이런 저런 문제점 있습니다’라고 지적하는 것을 넘어서 ‘이 자료를 받아 내기 위해서 이렇게 저렇게 했어요. 그 로데이터(원자료)는 이겁니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진임 소장은 “제도 개선 목소리를 낼 때에도 정보공개운동 조직으로서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체들마다 각자의 의제가 있어요. 환경이면 환경, 노동이면 노동 등. 해당 분야와 관련해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등의 활동을 하죠. 하지만 정보공개제도 개선 자체에 집중하는 건 또 다르거든요. 공무원들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것들도 알아야 하고, 그것에 대응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파악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저희가 꾸준히 활동을 해 왔죠.”

지날 4월 3일. ‘공직자 재산공개 30년, 제도개선 촉구’ 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진임 정보공개센터 소장(맨 오른쪽)/출처=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

그래서일까. 협업을 요청하는 기관들이 꽤 많다. 환경·노동·인권 등 다양한 의제를 가진 시민단체와 결합해 이들의 의제가 세상 밖에 드러나도록 센터도 함께 돕는다. 

“정보공개운동은 알 권리와 연결돼요. 근데 이 알 권리라는 말이 사실 여기저기 잘 붙어요. 대표적으로 ‘알 권리가 살 권리’ 라는 말이 있어요. 이 말은 노동건강운동하시는 분들이 주로 쓰셨던 말씀인데, 이태원 참사 때도 등장했어요. 근데 과거사 진상규명 하시는 분들도 쓰시더라고요. 왜 그런가하고 보니, 정보가 있어야만 그 다음 논의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우리 센터가 창출한 사회적 성과나 가치가 여러 단체 그리고 의제와 결합해 일종의 집합적 성격, 즉 콜렉티브 임팩트라는 분석에 동의해요.”

“정보공개의 사회적 성과는 ‘측정’이 매우 어려워..조직문화 통해 활동가 자기 성취 확인시켜주고파”

“기본적으로 공직사회 투명성에는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요구하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물론) 누군가는 이제 버티기도 하겠지만,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그리고 공개됐을 때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은 안 할 수밖에 없는 게 공무원의 특성이고요. 언제든지 공개될 수 있는 정보는 공개돼야 한다는 점이 정부의 투명성이나 부패 방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김정동 활동가는 지난 2월, 이후연구소에서 작성한 센터의 소셜임팩트 보고서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정보공개가 공공기관의 투명성 및 부패방지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현장 출신 활동가의 설명이었다. 이 밖에도, 이번 검찰총장 특활비 공개 판례나 정보공개를 운동의 도구로 사용하는 단체 현황, 그리고 협업 사례 등을 종합해보면 정보공개가 시민사회에 끼친 영향력이 결코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정보공개운동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변화했는지, 그 가치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비슷한 문제를 겪지만, 말 그대로 “공기 같은 알 권리” 운동을 전개하는 센터 입장에서는 그 활동이 뚜렷하게 구별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냥 ‘꾸준히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봐야 될 것 같아요. 정보공개센터가 만들어지기 전보다는 훨씬 더 언론사나 시민단체들이 정보공개 제도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다만) 그게 이제 측정하기는 참 어려운 (문제라)…”

정보공개센터 초대 소장을 맡았던 하승수 변호사도 소셜임팩트 보고서 인터뷰에서 이 부분을 아쉬워 했다.

정진임 소장/사진=정재훈 기자 출처 : 소셜임팩트뉴스(https://www.socialimpactnews.net)

정진임 소장이 안타까워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다만 그것이 단체의 자랑거리를 놓쳐서가 아니라 활동가들의 자기 성취를 확인할 길이 부족하다는 데서 오는 아쉬움이다.

“일반적인 회사는 매출이나 순이익, 영업실적 등 지표를 보면 바로 나오잖아요. 근데 여긴 정량적으로 사회적가치를 측정하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활동가들이 자기 활동에 효능감 내지는 자기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은 필요하거든요. 그래야  활동이 오래갈 수 있으니까요. 아무런 동기부여도 없이 어떻게 버틸 수 있겠어요. 결국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이룩한 성취를 확인한다고 생각해요.”

정진임 소장이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이유도 이 같은 맥락이다. 정 소장은 단체의 미션과 비전에 활동가 개인이 얼마나 밀접하게 개입(관여)하고 있는지 확인시켜주기 위해 조직문화에 각별히 신경 쓴다.

“저희는 공식적으로 결재가 없어요. 조금 큰 기관들 같은 경우에는 단계 단계별로 컨펌을 다 받아야 하는데 저희는 활동가가 뭔가 하고 싶다고 얘기를 하면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구조예요.” – 강성국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결재라는 단계에 가기 전에 이미 대화를 많이 하니까요. 그게 저희 조직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에요. 센터의 미션이나 비전에 대해서 대화를 꽤 많이 하는 편이에요. 평상시에도 하고 날을 잡고 하기도 하고. 상시적으로 대화 채널을 구축해 놓다보니까 그런 형식적인 컨펌이 필요가 없죠. 활동가가 ‘저 이거 할래요’ 하는 게 거의 다 단체의 미션이나 비전에 대부분 들어와요.”

[에필로그] 정진임 소장과의 일문일답.

정진임 소장/사진=정재훈 기자 출처 : 소셜임팩트뉴스(https://www.socialimpactnews.net)

기자: 2008년 창립 초기 멤버다.

정진임 소장(이하 정진임): 맞다. 대학원 졸업하고 ‘뭘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선배(당시 전진한 사무국장)가 제안을 했다.

기자: 아무리 선배가 제안을 한다고 해도, 이제 막 출범한 시민단체에 들어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정진임: 나는 학교 다닐 때도 이른바 운동권 전사는 아니었다. 그냥 집회나가는 정도지. 그래서 일단 활동가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 같다(웃음). ‘한번 해봐도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컸다. 그리고 어렸다. 그 당시 만으로 25살이었다. 그 때 속으로 “내가 5년을 여기서 일해보고, 힘들어서 나와도 30살이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조금 진지하게 얘기하자면, 센터가 끌리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내가 당시 대학원에서 기록학을 전공하고 졸업을 앞둘 때였다. 기록은 공개되고 활용될 때 의미가 있는 것 아니었나 하고 생각할 때 였으니, 센터는 분명히 매력이 있었다.

기자: 학부에서도 기록학을 공부했나?

정진임: 학부에서는 역사학, 대학원에서는 기록학을 공부했다.

기자: 이게 자연스러운 흐름인가?

정진임: (웃음) 대학원을 기록학으로 결정한 건, 나는 당대의 기록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네가 공부가 일천하여 그런 것’이라고 얘기할 수 도 있겠는데, 나는 (학부 전공인) 역사의 현재성에 대해 의문이 있었다.

기자: 기록학 대학원의 졸업 후 진로는 보통 어떻게 됐나?

정진임: 나 때는 거의 90% 이상이 기록연구직이라는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곤 했다. 내가 활동가를 택한 이유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공무원 재미없을 것 같았다.

기자: 혹시 공무원 할 생각은 전혀 없나?

정진임: 전혀 없진 않다. 만약에 하게 된다면 6급 공무원 하고 싶다. (왜 6급인가?) 기안과 결재의 중간에서, 행정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가장 많이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결정돼서 집행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기록으로 남는지 확인하고 싶다.

기자: 만약에 본인이 기자라면 부처출입 vs 정보공개센터 출입, 어떤 걸 하겠나?

정진임: 부처출입. 왜냐하면 정보공개센터는 어느 누구에게나 오픈이 돼 있기 때문이다.

기자: 원하는 센터 인재상은?

정진임: 정확한 문제의식을 가진 활동가. 자기 문제의식이 뚜렷한 활동가를 원한다.

기자: 센터 올해 계획은?

정진임: 오픈와치라는 권력 감시 데이터 사이트를 연다. 권력을 감시하는 데이터를 만들어서 해마다 정리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중으로 계획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뉴스타파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사이트와 유사하고 미국에서는 오픈시크릿츠(opensecrets.org)를 생각하면 된다.

기자: 지난달에 행사를 열고 15주년 기념으로 소셜임팩트 보고서를 공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쯤 공개될 예정인가?

정진임: 5월에서 6월 즈음에 공개될 예정이다. 디자인 부분​​​​​에 대한 것만 결정하면 되는 상황이다.

기자: 센터 소장은 언제까지 할 예정인가? 소장을 마치면 무슨 일을 하고 싶나.

정진임: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내려오겠다. 그리고 나는 활동가가 더 좋다. 만약에 활동가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회의공개법을 꼭 만들고 싶다. 지금은 소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아 온전히 집중을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중위소득 등 우리 생활을 결정하는 정책들이 지금도 회의를 통해 결정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즉시 공개해야 의미가 있다.

기자: 창립 멤버이자 현 소장으로서 단체의 15년 성과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달라.

정진임: “모든 시민이 알 권리를 누리는 투명하고 책임 있는 사회를 만듭니다”가 우리 센터 미션이다. 이걸로 갈음하고 싶다.

 

※ 해당글은 소셜임팩트뉴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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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만에 사라진 이름 4개… 황당한 대통령비서실

2023.05.24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과정에서 수의계약 정보 비공개 등으로 정보은폐와 비리 의혹을 받았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지났다. 지난 1년 동안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의 투명성은 얼마나 높아졌을까?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투명성을 그렇게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이니, 대통령실 투명성에도 조금은 신경 쓰지 않았을까?

권력 감시와 알권리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대통령비서실에 정보공개심의위원 현황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정보공개심의회 운영 현황은 정부기관의 투명성과 책임성의 여부를 살펴볼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다. 정보공개를 판단하는 위원의 명단과 안건조차 비공개하는 곳이 다른 정보들을 공개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법 어긴 대통령비서실
 
대통령비서실은 정보공개심의위원 명단에 대해 “위촉일은 2022년 6월 23일”이며 “김동조 국정메시지비서관(당연), 윤재순 총무비서관(당연), 주진우 법률비서관(당연), 외부위원(위촉) 4명(김**, 김**, 이**, 이**) 등 7명”이라고 답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업무수행을 위해 위촉된 자라면 공익을 위해 명단과 소속을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비서실은 정보공개법을 어기고 위촉위원의 이름과 소속 모두 비공개했다.

대통령비서실의 정보공개 답변서 중 일부

대통령비서실이 밝힌 정보공개심의위원 비공개 사유는 ▲ 위원 명단이 공개될 경우 신상의 위해를 초래하거나 범죄 예방의 현저한 곤란 초래 ▲ 심의회 운영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 초래할 우려 ▲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 ▲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에 해당할 수 있어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비서실의 설명을 보자니, 정보공개심의위원 명단이 마치 기밀이라도 되는 것 같다. 만약 실제 정보공개심의위원의 명단이 유출되어 대통령비서실이 말한 위험과 문제가 발생한다면 정말 큰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중차대한 이유로 숨길 수밖에 없었던 대통령비서실의 정보공개심의위원 명단은 생각보다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대통령비서실이 **으로 비공개한 이름은 “김영준, 김서인, 이용찬, 이현수”다.
 

2022년 7월 대통령비서실이 공개한 정보공개심의위원 명단

  
이걸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검색도 아니고 해킹도 아니다. 불과 9개월 전에 대통령비서실이 직접 공개했던 정보다. 지난해 8월 3일 정보공개센터가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기사 “이런 것도 비공개하는 윤석열 정부, 좀 지나칩니다”에 나온다. 당시 대통령비서실은 정보공개심의회 외부위원 명단을 소속은 비공개 한 채 이름은 모두 공개했다.
     

2022년 7월 대통령비서실은 정보공개심의회 기록도 공개했다. 여기에도 위원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국정 신뢰의 근간은 투명성과 책임성

9개월 사이에 정보공개법은 바뀌지 않았다. 해당 정보를 달라고 요청한 사람도 달라지지 않았다. 답변한 대통령실 담당 공무원도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대통령비서실은 무슨 이유로 공개하던 정보를 비공개로 바꾼 것일까. 

윤석열 정부는 취임 당시부터 불통과 은폐 행보로 문제가 되었다. 집무실 이전 과정에서는 수의 계약한 업체의 특혜 논란이 있었다. 이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과 정보를 제시해야 했지만, 대통령실은 수의계약 정보 일체를 비공개하는 것으로 사안을 무마시켰다.

대통령실 직원 채용 과정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사적 관계인 지인들을 채용했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대통령실 공무원 명단 역시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정부는 취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진행 중인 정보공개 소송 건만 여러 개다.

국정 신뢰의 근간은 투명성과 책임성이다. 하지만 지난 몇 개월 사이 대통령비서실은 투명성은 퇴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 국민의 알권리는 침해되었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실의 이런 행보가 다른 정부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실제 중앙부처들 역시 다양한 형태로 정보를 은폐하거나 퇴행하는 모습이 적지 않다.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는 성공할 수 없다. 신뢰가 없는데 국민의 지지와 동참이 따라올 리 없기 때문이다. 이미 공개한 것을 억지로 숨겨서까지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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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중대재해 기업 이름 꽁꽁 숨기는 고용노동부, 누구를 위해 일하나

2023.05.23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김조은 활동가

2023년 4월 2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는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이 열렸다.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은 매일 5-6명의 노동자가 일하다가 목숨을 잃는 현실을 알리고, 기업의 산업재해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민주노총과 노동건강연대 등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이 2006년부터 매년 진행해온 캠페인이다. 하지만 올해 선정식에는 17년 만에 처음으로 어떠한 기업의 이름도 등장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산재사고 기업에 대한 정보 제출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지난 17년간 어느 정부, 어느 대통령 하에서도 국회의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산재 사망이 일어난 기업명단을 비공개한 적은 없었다.

고용노동부는 2023년 4월 22일, 이수진 의원이 요구한 산재사고사망 자료에 대해 중대재해 기업명 및 기타 기본적인 정보 모두를 가린 자료를 제출했다. 정보공개센터에서도 앞선 3월 2022년 중대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청구한 바 있었으나 원청 및 하청 업체명, 행정조치 내역, 송치 의견을 비공개했다.

고용노동부는 기업명단 제출을 거부하는 사유로 세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 사업장명과 사업체 주소를 공개할 경우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 둘째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이에 대한 기소와 재판이 이어지기 때문에 재해조사 정보는 수사 활동 정보이고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제9조1항 4호), 셋째 중대재해 발생 사업주는 중대재해법에 따라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확정판결 전 사업장명을 포함한 현황을 공개할 경우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 참석자들이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특별상 시상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행 고용노동부가 개인정보 침해, 법인 명예훼손, 피의사실 공표 등의 이유로 ‘살인기업’의 명단 공개를 거부해 2023년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23.04.27 ⓒ민중의소리

 

고용노동부의 주장은 황당하다. 먼저 개인사업자이든 법인이든 기업의 대표자명과 업체 주소는 기업활동에 관한 정보이지 개인 사생활에 대한 정보가 아니다. 아무리 영세한 쇼핑몰에도 상호명과 대표자, 업체 주소가 공개되고 있을 정도로 기업 활동을 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공개해야하는 정보에 대해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 정보공개법을 살펴볼 때 수사활동으로 볼 수 있는 정보라고 해서 무조건 비공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4호에서 비공개로 규정하고 있는 정보는 진행 중인 재판이나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관한 사항 중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한정된다. 그런데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명과 주소, 사망자 수, 사고유형을 공개했을 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00기업에서 사고가 발생해 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것일 뿐 법 위반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내용이나 증거 등 재판의 유/불리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가 아니다. 이는 사건 발생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일 뿐이며, 사실상 사망속보 및 사건브리핑과 언론보도를 통해 발생 시점에 대중들에게 공개된다. 품을 많이 들인다면 자체적으로 모을수도 있는 종류의 정보이지만 오류나 한계가 있는 정보가 유통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고용노동부가 공식적으로 기준에 따라 집계하고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재 자료 요구에 기업명과 정보 가리고 제출한 고용노동부
개인정보 침해에 피의사실공표죄 핑계까지
누구를 위한 비공개이며, 공익은 누가 대변하는가

셋째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은 꽤나 창의적이다. 산업재해사고로 사망이 발생한 경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따라 CEO는 피의자가 될 수 있는데, 중대재해 개요를 공개하면 사업주의 범죄사실이 알려지는 것과 다름이 없으므로 무죄추정의 원칙 하에서 보호받아야 할 사업주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 기업가 등의 범죄 수사에 있어서 피의사실공표죄는 그 자체로 논란이 많은 조항이다. 수사 브리핑 등의 공표 사안과 내용이 검경 당국의 의중에 따라 자의적으로 진행된다는 측면에서 공표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사회에서 발생하는 제반 범죄와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할 필요도 있어 실질적으로 죄를 적용하기 어렵고, 실제로 피의사실공표죄로 처벌이 이루어진 적은 역사상 단 한건도 없었다. 대법원에서도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 방법, 피의사실의 공표로 인하여 생기는 피침해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한다’고 판시한바 있다. ([대법원 1999. 1. 26. 선고 97다10215, 97다10222 판결])

중대산업재해처럼 공표의 목적이 공익적이고 공공성이 큰 정보라면, 그에 비해 피의자가 침해당하는 권리가 경영 책임자로서의 명예 훼손 수준이라면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술 더 떠 고용노동부는 피의사실공표죄를 주장하면서 확정판결로 위반여부가 확정된 사업장들의 명단만을 공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가장 황당한 대목이다. 검찰 기소 이전의 수사내용을 대상으로 하는 피의사실 공표와 확정판결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확정판결은 항소가 모두 진행 된 후의 최종 판결이기 때문에 대법원까지 쟁송이 이어질 경우 5년이 넘게 정보가 은폐될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가 무리하게 피의사실공표죄를 들어가면서 검찰 기소 이후도 아닌 확정판결 이후에나 중대재해 사업장을 공개하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제대로 된 검토를 했다기보다 기업의 압력에 과도하게 눈치를 보고 있거나 적극적으로 기업의 편을 들고 있다는 확신만 키울 뿐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3.6 ⓒ뉴스1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2021년부터 중대재해 발생현황에 대한 일부 언론사의 보도 및 홈페이지 게시로 기업 등이 명예훼손 문제를 제기했다’고 비공개의 배경을 밝혔고, 지난 2년간 중대재해 현황에서 사업장 정보의 공개를 계속해서 축소하려고 시도해왔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 감독과 관리의 권한을 가진, 공공 부처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고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책임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이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 제1항에서는 ‘고용노동부장관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장의 근로자 산업재해 발생건수, 재해율 또는 그 순위 등을 공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 ‘사업장’에 대한 기준은 정부입법 사안이므로 산재예방이라는 법령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주무부처가 주도해 충분히 공개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확정판결을 내세우며 때가 다 지나서야 최소한의 범위만 공표하는 기준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 때문에 시민과 국회의원이 나서서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자료제출요구를 해왔던 것인데, 이마저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기업의 편의에 맞게 돌연 비공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우리가 산업재해 기업의 정보를 요구하는 이유는 일터에서 죽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시민, 노동자들에게 기업들의 산재내역을 공개함으로서 기업 스스로 산업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 의무에 더 만전을 기하고, 안전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시민들이 정보를 요청할 때 공공기관은 사회적인 관점에서 공개로 인한 공익과 비공개의 실익을 비교하여 무엇이 더 중요한지 판단한다. 고용노동부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익은 무엇인가? 그것은 공공이 복무해야 할 공익에 부합하는가? 비공개 결정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산업 재해에 대해 어떠한 입장과 논리를 대변하는가?

 

이 글은 민중의소리 [공개사유] 칼럼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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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공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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