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예산안에 검찰 특수활동비 72억원이 포함됐다. 2025년 본예산에서 검찰 특수활동비가 전액 삭감된 지 1년 만에 다시 되살아나려는 것이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을 요하는 국정활동에 한정해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이다. 기밀성을 이유로 집행 기관들은 그동안 영수증빙도 보고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특수활동비는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가 되어 권력기관의 쌈짓돈으로 전락해버렸다. 검찰 특활비의 경우 총장의 통치자금으로 쓰여왔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정보공개소송을 통해 드러난 특활비 집행내역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의 금액이 현금화되어 검찰총장 비서실로 전달됐고, 총장이 원할 때마다 임의로 돈을 꺼내는 방식으로 사용된 것이다.
검찰총장들은 자의적으로 특정 수사와 기소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검사동일체’를 강화하는 데 사용할 목적으로 특활비를 ‘통치자금’과 ‘격려금’으로 뿌리면서 예산을 사유화해왔다. 일례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재임 시기 20개월간 특활비 78억원을 현금화해 검찰총장 비서실로 옮긴 후 마음대로 사용했고, 최대 1억5천만원을 현금수령증 1장만으로 지급하는 등 일반 공공기관으로는 불가능한 집행을 하기도 했다.
본래 목적과 무관하게 사용되기도 했다. 명절 떡값, 불용예산을 남기지 않기 위한 연말 몰아쓰기, 퇴임 전 몰아쓰기, 셀프 격려금, 회식비, 비수사부서 지급은 물론 공기청정기 렌탈비, 휴대폰 요금으로도 사용됐다. 이는 검찰 특수활동비가 기밀수사를 위한 예산이 아니라 검찰 고위간부들의 쌈짓돈이었음을 입증하는 단적인 예다.
이러한 검찰 특활비의 실상이 드러나자 지난해 국회는 2025년 검찰 특활비를 전액 삭감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특수활동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며 삭감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 특활비는 올해 추경에서 부활했고, 이제 내년 본예산에서 완전히 되살아나려 하고 있다.
검찰 특활비 부활은 단순한 예산 편성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검찰 개혁에 대한 정부 의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검찰 특활비 부활은 검찰의 특권을 해소하고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 기관으로 정상화하는 검찰 개혁의 근본 취지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에 그동안 검찰 특수활동비 문제를 밝혀온 시민단체들과 국회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검찰 특활비 예산 편성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모았다.
9월 2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은 “검찰은 특활비 집행 내용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면서 “검찰 집단은 국민 자격도 없고, 공무원 자격은 더더욱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우리 헌법은 특수계급을 허용하지 않는다. 검찰은 행정부에 속한 청에 불과하다”며 검찰 특활비 예산 편성이 “반드시 취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소장은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특수활동비부터 손봐야 한다”면서 “특수활동비야말로 검찰이 다른 행정기관과 차별화되는 대표적인 특권적 예산”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한 “이런 예산을 부활시키는 것은 검찰의 특권적 지위를 그대로 두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 정부’라는 이름에 걸맞은 진정한 개혁의 성과를 내려면, 권력기관들의 특권적 예산부터 먼저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이들 역시 지금 검찰에 필요한 것은 특활비가 아니라 특활비 특검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검찰 특활비 편성 철회를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검찰 특활비가 정말 필요한 예산인지, 아니면 국민 혈세를 낭비한 것인지 주권자인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사용 내역을 밝히고, 그간의 불법적 예산 집행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제안되었으나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인 「검찰 특수활동비 오‧남용 및 자료폐기‧정보은폐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을 9월 안에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내란 사태의 핵심 인물인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특활비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그 전모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여전히 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대로 된 결산도 없이 새로운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 특수활동비는 이미 그 존재 자체로 검찰의 특권을 상징하는 예산이 되어버렸다. 투명성과 책임성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도 어긋난다. 좀비처럼 되살아나려는 이 특권예산을 확실히 묻어야 한다. 특활비 편성에 눈감은 법무부와 기재부는 물론, 대통령실 역시 검찰 개혁의 의지를 다시 되새겨야 한다. 빈틈을 주는 순간 검찰권력은 되살아난 좀비처럼 우리를 덮칠지도 모른다.
[그 정보가 알고싶다] 매번 반복해서 터지는 지방의회 해외연수 문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2025.09.03
▲한 광역시의회 본회의 장면 (해당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오마이뉴스 장재완
2024년 12월 16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전국 243개 지방의회 국외출장 실태점검 결과는 그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되던 ‘혈세 외유’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조사 결과 915건의 출장에서 약 355억 원이 지출됐으며, 이 중 상당수가 각종 법규를 위반하고 공적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권익위원회 보도자료 – 지방의회 국외출장, 항공료 조작에 외유성 논란까지…)
해외연수 비리, 항공료 조작이 가장 심각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항공료 조작이다. 전체 출장 중 405건(44.2%)에서 항공권을 위변조해 실제보다 많은 금액을 예산으로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한 부정 지급 규모만 18억 원에 달한다. 비즈니스 등급 항공권을 발권하여 예산을 청구하고, 실제로는 항공권을 취소한 후 이코노미 항공권으로 새로 발권 받아 차액을 남기거나, 아예 항공권의 항공료 부분을 직접 위조해 실제 금액과 다른 금액을 기재하는 수법이다.
공무 출장 중 술과 안주는 물론, 숙취해소제나 영양제, 해장국 등에 예산을 집행한 사례도 178건(19.5%)에 달했다. 출장 목적으로 라면과 김치 등을 200만 원 넘게 구입하거나, 심지어 예비성 경비 명목으로 150만 원을 현금 지급하여, 이 돈으로 주류나 핸드크림을 구입한 사례도 있었다.
대다수 지방의회가 특정 20개 국가에 집중하여 방문했는데, 특히 방문 건수가 94건이나 되는 싱가포르의 경우 가든스바이더베이(74회), URA시티갤러리(73회) 등 관광 방문에 일정이 편중되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4박 6일 호주 방문에서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오페라하우스 등 전부 관광지만 방문한 사례나, 스페인 방문을 예정하면서 출장자가 직접 “사실 스페인과 맞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발언했음에도 해외연수를 강행한 사례도 밝혀졌다.
의원 의전을 위해 과도하게 많은 의회 직원이 출장에 동원되고, 이들의 부담금을 지방의원이 대신 납부하는 사례(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의원이 출장을 취소했음에도 다른 의원들의 경비에 보태쓴다는 이유로 여비를 환불받지 않은 사례 등도 밝혀졌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단순한 ‘일부의 일탈’이 아니라 전국적 규모로 벌어졌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문제가 드러난 지방의회 명단과 위반 내용 등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와 ‘예산감시전국네트워크’가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나마 그 현황이 드러났다. 전국 243개 지방의회 중 97%에 달하는 236개 지방의회가 감사 대상에 올랐고, 국민권익위원회가 명백한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여 경찰에 수사의뢰한 광역 및 지방의회가 최소 87곳에 달했다. (세금도둑잡아라 – [보도자료] 국민권익위원회, 지방의회 국외출장 예산 부정집행 고발 의뢰 현황 등 공개)
두 단체는 “이미 언론을 통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보도되는 상황에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어느 지방의회와 어떤 의원이 수사 의뢰됐는지 비공개하는 것은 국민 알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비공개의 실효성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방의회 해외연수를 두고 전국적인 비리가 일어났음이 밝혀졌는데도, 국민권익위가 그 명단이나 위반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다 보니 주민들은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만 하더라도 권익위가 23개 경찰서에 수사의뢰를 하였으니 상당수 자치구 기초의회가 수사 대상인데,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어떤 의회가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으니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견제와 감시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침묵하는 지방의회들
권익위의 ‘깜깜이 발표’ 이후 대부분의 지방의회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부 의회만이 뒤늦게 해외연수를 취소하거나 예산을 반납하는 모습을 보일 뿐이다.
전북 익산시의회는 최근 공무국외연수를 전면 취소하고 예산 1억여 원을 지역경제 회복 재원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전북 군산시의회 역시 하반기 해외연수를 취소했다. 하지만 의회 안팎에서는 “경찰 수사 압박이 취소 결정의 진짜 배경”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해외연수를 강행하는 의회들이다. 최근 인천 계양구의회는 인천시의회와 기초의회 10곳 모두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9월에 호주 출장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해외연수로 수사를 받는 중에 또 다시 해외연수를 떠나겠다는 것도 문제지만, 지방의원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는 상황에서 해외연수를 가겠다는 것 자체가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갈 수 있으니까 가는’ 구조가 문제다
이렇게 지방의회 해외연수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정말 해외연수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정책에 반영하고자 하는 의욕과 의지가 있는 의원들도 있지만, 그냥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까 가겠다는 의원들이 이들과 ‘의원단’으로 묶여서 출장을 떠나기 때문이다. 배우고 싶은 사례가 있어서 연수를 가는 것이 아니라, 연수 예산이 있으니까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 가고,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으니까 정해진 예산을 소화할 수 있는 관광지를 중심으로 일정을 짜는 것이다.
▲2019년 1월 24일, 지방의회 해외연수 문제를 취재하는 KBS 기자와 뉴질랜드 로토루아 시의회 마크 굴드 의원 인터뷰KBS 유튜브
대표적인 사례가 뉴질랜드 로토루아 시의회를 들 수 있다. 로토루아는 화산, 온천, 마오리족 문화로 유명한 관광지로, 로토루아 시의회 방문은 호주·뉴질랜드 해외연수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일정이다. 2019년, KBS뉴스에서 로토루아 시의회 의원을 인터뷰했는데, 그는 “한국 지방의원들을 1년에 30번씩 만난다”며 “(한국 지방의회 의원들이) 우리 의회가 건강이나 복지 문제에 관여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는데 우리는 전혀 안 합니다. 실업, 질병, 연금에 대해서도 물어보는 데 우리는 그런 부분은 담당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해당 지역의 실제 현황을 모른 채, 관광지를 방문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기관 방문 일정을 더하다 보니 이런 우스운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계획서에는 ‘관계자 면담’ 등의 일정을 기재해 두고, 실제로는 관계자와의 만남 없이 보고서 작성을 위한 사진만 찍고 돌아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심사를 받을 때도 관계자 면담으로만 적어놓고, 구체적으로 누구를 만나겠다는지는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해외연수 추진 과정에서 여행사와의 유착 문제도 심각하다. 공개입찰을 해야 하지만 의원들이 알고 있는 인맥들을 통해 수의계약을 맺는 사례가 많다. 출장 이후 제출된 보고서의 부실함도 심각한 문제다. 인터넷 글을 짜깁기하거나 심지어 이전 보고서를 그대로 옮겨붙인 사례가 빈번하다. 실제로 의원이 아닌 동행한 직원들이 보고서를 대필하거나, 출장을 담당한 여행사가 비용을 받고 작성해주는 관행도 존재한다. 여행사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의원들이 각자 소감을 한 페이지 정도 작성하고, 직원들이 전체 보고서를 편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런 문제 모두 해외연수가 ‘단체 여행’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의원과 직원들까지 십수 명이 함께 움직이는 단체여행이니 여행사를 끼게 되고, 여행사의 이윤을 남겨야 하니 예산을 짜고 집행할 때 허위 청구를 불사하게 되고, 정말 의욕이 있는 의원은 가고 싶은 곳을 방문하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유명무실한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
이런 외유성 출장을 걸러내야 할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도 큰 문제다. 지방의회마다 심사위원회가 있지만, 심사위원회 회의에서 계획의 문제를 지적하더라도, 출장 자체는 의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권익위 발표에 따르면 의원이 심사위에 참여해 동료 의원의 출장을 심사하거나, 심지어 자기 출장을 자신이 심사한 경우도 79건이나 된다고 한다.
실제로 한 기초의회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심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여행 바로 한 달 전에 회의를 잡고, 자료를 주면서 검토를 요청하면, 관광 일정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고 지적을 하더라도 이미 비행기표를 예약해서 일정을 바꾸기 어렵다, 다음번에는 더 잘하겠다고 답변하며 그때그때 모면하려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해외연수 자체를 가지 말라고 할 수는 있어도, 세부 일정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긴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위원회 내에서도 의견을 정리하기가 쉽지가 않다.
특히 문제적인 것은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바로 며칠 전, 해당 의회에서 10월에 공무국외여행을 갈 예정이니 심사위원회를 열겠다고 연락이 왔다. 권익위 실태점검 결과 경찰서에 수사 의뢰가 된 의회임에도, 그런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위원에게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정보가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위원들이 지방의회에서 제출하는 자료를 아무리 꼼꼼하게 살펴보더라도 제대로 심사를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방의회 단체연수 폐지하고, 공모제로 전환해야
▲2022년 6월 7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직원들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경기도의회 의원들에게 지급할 배지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해당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연합뉴스
이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갈 수 있으니까 가는 해외연수가 아니라, 정말 가고 싶어 하고, 배움의 의지가 있는 의원들에게 지원하는 해외연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해외연수 제도가 본래 목적인 정책 학습과 역량 강화의 기회로 제대로 활용될 수 있다.
이제는 기존의 의회 단위 단체연수를 폐지하고, 행정안전부, 또는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다른 기구가 주관하는 공모제 연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금처럼 각 지방의회별로 따로 운영하는 방식은 중복과 낭비, 외유의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다. 전국 지방의원을 대상으로 연수 계획 공모를 실시하고, 심사를 통해 선발된 의원들에게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고, 연수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다.
이때 테마별, 전문분야 별 그룹을 구성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사실 같은 지역의 의원들끼리만 연수를 가야할 이유는 없다. 환경 정책에 관심이 있는 의원들, 복지정책 전문가들, 도시계획 관련 상임위 위원들끼리 각각 그룹을 이뤄 연수를 가거나, 유사한 인문지리 환경을 공유하는 권역의 의원들이 힘을 모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신뢰 회복 위해 해외연수 문제 해결해야
지방의회 해외연수 문제는 단순한 예산 낭비를 넘어 지방자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다. 가뜩이나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대다수 의회에서 외유성 관광도 모자라 항공료를 조작해 예산을 부풀리고, 부정 집행했다는 것은 지방의회 30년의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일이나 다름 없다. 이제는 정말로 제도의 존폐 자체를 논해야 할 상황이다.
무엇보다 투명성 확보가 급선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수사 의뢰 대상과 감사 대상 의회, 구체적인 위반 내역과 관련 의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지방의회들 역시 계속 감추고, 미루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잘못을 드러내고, 오남용한 예산을 자진 반납하며,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눈치 보고 시간을 끌면서 버틸 수록,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의 불신도 더욱 커져갈 것이다.
정부의 2026년 예산안에 72억원 가량의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이 편성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2025년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되었던 특수활동비가, 지난 추경을 거쳐 26년 예산안에서 완전 부활한 것입니다.
그동안 검찰 특수활동비 오남용 문제를 제기하고, 폐지를 요구해온 시민단체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세금도둑잡아라는 9월 2일, 조국혁신당 황운하, 백선희 의원실과 함께 검찰 특수활동비의 정부 예산안 편성에 반대하는 국회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정부의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 편성에 반대하며, 예산 전액 삭감과 과거 검찰 특수활동비 오남용에 대한 특검 실시를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기자회견 내용을 공유합니다.
❏ 황운하 의원 모두발언
“당신 검사해봤어? 안 해봤잖아. 당신하고 말하고 싶지 않다”
윤석열이 체포영장을 거부하면서 한 말입니다.
뼛속까지 찌든 특권의식이 느껴집니다.
“당신 검사해봤어?” 이 것이 윤석열 하나의 생각이겠습니까?
검찰은 특활비 집행 내용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습니다.
“당신 검사해봤어?”
이 말은 검찰이 특활비 집행 내용을 공개하라는
국민과 국회에 대고 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우리 헌법은 특수계급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검찰은 행정부에 속한 청에 불과합니다.
국민 세금인 특활비 사용 내용을 끝까지 공개하지 않는 검찰 집단은
국민 자격도 없고, 공무원 자격은 더더욱 없습니다.
그런데, 국민주권 정부인 이재명 정부에서
내년 예산에 검찰 특활비를 다시 편성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특수계급을 허용하는 정부가 아니라면,
검찰청을 헌법 위의 기관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검찰 특활비 예산 편성은 반드시 취소되어야 합니다.
검찰 특활비 문제를 끈질기게 추적해 온
시민단체 여러분과 긴급 기자회견을 엽니다.
언론인 여러분의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소장 발언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하며 “검찰 특수활동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72억원의 검찰특활비가 내년 예산안에 포함됐습니다. 2017년부터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이 뉴스타파와 함께 끈질긴 정보공개 소송과 협업 취재로 만들어 낸 특수활동비 개혁의 흐름을 무너뜨린 명백한 퇴행입니다.
검찰 특수활동비 부활은 현재 추진 중인 검찰 개혁의 근본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검찰 개혁의 방향과 구체적인 설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검찰의 특권을 해소하고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 행정기관으로 정상화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특수활동비부터 손봐야 합니다. 특수활동비야말로 검찰이 다른 행정기관과 차별화되는 대표적인 특권적 예산이기 때문입니다. 증빙 없이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고,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며, 국회의 감시와 통제도 받지 않는 이 돈을 그동안 검찰총장들은 ‘통치자금’과 ‘격려금’으로 뿌리면서 예산을 사유화하고, 자의적으로 특정 수사와 기소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검사동일체’의 신화를 강화했습니다. 이런 예산을 부활시키는 것은 검찰의 특권적 지위를 그대로 두겠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 정부’라는 이름에 걸맞은 진정한 개혁의 성과를 내려면, 권력기관들의 특권적 예산부터 먼저 개혁해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오남용 여지가 많은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는 모두 사라지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국민의 세금을 권력자들의 ‘쌈짓돈’으로 전락시키지 않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국민주권 정부’가 보여줘야 할 진정한 개혁의 모습입니다.
❏ 기자회견문 전문
검찰 특활비 예산 편성은 검찰개혁에 역행하는 처사다! 지금 검찰에 필요한 것은 특활비가 아니라 검찰특활비 특검이다!
72억 원의 검찰 특수활동비가 이재명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 포함되었습니다. 검찰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운 정부 답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는 검찰 특수활동비 편성에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검찰은 특활비 집행 내용을 국민 앞에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독립언론 뉴스타파와 시민단체 세금도둑 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끈질긴 행정소송으로 특활비 사용의 일부분이 드러났을 뿐입니다. 그러나 극히 일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검찰 특활비는 기밀 수사에만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법령과 지침을 무시하고 이 돈을 전국 검찰청에 정기적으로 내려보냈습니다. 검찰총장이 정치수사, 표적수사를 하는 자들에게 격려금으로 사용한 흔적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검장이 명절 떡값과 특수부 검사 회식에 금일봉으로 지급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검찰 특활비의 절반은 현금화되어 검찰총장 비서실로 전달됐고, 검찰총장이 원할 때마다 임의로 돈을 꺼내 쓰는 방식으로 사용됐습니다. 검찰총장의 비밀금고가 존재한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입니다.
검찰은 드러난 사실과 의혹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습니다. 제대로 된 정부 부처라고 볼 수 없고, 정상적인 공무원 집단이라고도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검찰에게 필요한 것은 특활비가 아니라 수사와 처벌입니다.
작년 국회는 2025년 예산심사에서 검찰 특활비를 전액 삭감했습니다. 국회가 요구한 특활비 지출 내용을 검찰이 끝까지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검찰 특활비는 올해 추경에서 부활했습니다. 검찰개혁에 앞장선 국회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 이후 집행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아 추경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내년 예산에 검찰 특활비가 편성된 것은, 지난 추경에서 특활비 부활을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청을 개편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향의 검찰 개혁이 진행 중인 현 시점에서 기밀수사 활동을 목적으로하는 검찰 특활비를 편성할 이유가 없습니다. 검찰 특수활동비 편성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정부와 국회에 다음 세 가지 조치를 강력히 요구합니다:
첫째, 이재명 정부는 검찰이 아직도 숨기고 있는 특활비 집행정보를 국민과 국회앞에 즉시 공개하십시오. 제대로 된 결산 없이 예산 편성도 없습니다. 검찰 특활비가 진정 필요한 예산인지, 아니면 국민 혈세를 낭비한 것인지 주권자인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사용 내역을 제출해야 합니다.
둘째, 올해 추경 통과 이후 검찰 특활비 집행 내용을 밝히십시오. 추경 통과 조건이었던 “검찰 개혁 이후 집행”이라는 부대의견을 제대로 지켰는지 주권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셋째, 국회 법사위는 검찰 특활비 특검을 조속히 상정하십시오. 검찰이 국민 혈세를 제 돈처럼 쓴 죄상은 낱낱이 밝혀져야 합니다. 법사위에 계류 중인 「검찰 특수활동비 오‧남용 및 자료폐기‧정보은폐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을 9월 안에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모든 예산은 그 사용처가 명확해야 하고, 적절한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합니다. 검찰 특수활동비 역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내란 청산은 검찰 개혁에서 시작합니다. 검찰에게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아야 검찰 개혁에 성공합니다. 특활비 편성에 눈감은 법무부와 기재부는 물론이거니와, 대통령실 역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검찰 특활비 부활은 이 정부의 검찰 개혁 의지에 의문을 갖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검찰 특활비 편성을 즉시 철회하기 바랍니다.
2025년 9월 2일
국회의원 황운하, 백선희
세금도둑 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일동
이재명 대통령이 7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는 케이티브이(KTV)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근 새 정부에서 그간 국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정보들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내용만 따지고 보면 ‘정보공개 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이런 변화는 직전 윤석열 정부가 집권 기간 내내 정보공개에 대해 워낙 폐쇄적인 태도를 보였던지라 사뭇 비교가 된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식 초청자 명단부터 대통령비서실 직원 채용 특혜, 대통령실 이전 및 리모델링 공사 등 임기 초반부터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많은 시민들과 언론들이 정보공개 청구까지 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스스로 정보를 공개해 의혹을 해소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새 정부가 스스로 시도하고 있는 정보공개 노력들은 더욱 극적이고 반갑게 느껴진다.
새 정부 들어 가장 먼저 찾아온 변화는 국정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인 국무회의가 보다 투명해졌다는 것이다. 이전 정부 국무회의 회의록에는 안건마다 형식적으로 ‘이견 없음’ 네 글자만 쓰여 있었다. 이름은 회의록이지만 정작 ‘회의’ 내용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새 정부는 첫 국무회의부터는 안건별로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위원과 정부 담당자에게 했던 질의와 정부 부처의 응답 내용까지 나름 생생하게 담겼다. 국무회의 회의록이 비로소 회의록으로 구색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19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국무회의에서 오가는 얘기를 국민에게 공개 못 할 이유가 있느냐”면서 “공개 가능한 부분은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7월29일 제33회 국무회의 심층토의 과정 약 1시간20분가량을 전 국민이 볼 수 있도록 생중계로 송출했다. 그간 국무회의는 주재자인 대통령의 모두 발언만 공개한 후에는 기자들은 물리고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이런 관행을 깨고 국무회의를 생중계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라는 수사를 넘어 국민의 알 권리와 국정 참여라는 민주주의 가치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난 8월10일에는 한 언론 보도를 통해 대통령비서실 전체 직원 명단이 공개되었다. 놀라운 것은 직원 명단이 별반 특수한 경로를 통해 입수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해당 언론사는 국민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대통령비서실은 채용이 완료된 235명의 명단을 공개한 것이다.
이렇게 상식적이고 당연한 정보공개를 두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공개하려는 자들과 감추려는 자들이 전쟁을 벌여야 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참여연대, 뉴스타파 등 단체들은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을 공개하기 위해 무려 2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싸움을 벌여야 했다. 물론 이 싸움은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판결로 마무리되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파면된 대통령 기록을 보호하겠다며 법원 판결마저 무시하고 직원 명단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30년간 봉인해 버렸다. 이런 비상식적이고 한심한 작태에 비하면 지금 정부는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태도의 전환만으로 이미 많은 진전을 이룬 셈이다.
국가 재정에 관한 정보공개 역시 가까운 시일에 개선이 기대된다. 지난 8월13일 국가 재정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매년 예산 지출구조조정 자료에 전체 세부사업, 종료 사업에 대한 리스트 공개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국가 예산을 국회에도 보내고 집행 자체가 비밀이 아니고, 공개하는 데 문제가 없으면 공개해야 한다”며 “확정된 건 다 공개”하도록 현장에서 즉시 지시했다. 여기에 더해 내년 예·결산 및 추경 등 확정 과정에서는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도 폭넓게 수렴하는 절차를 마련할 것도 약속했다.
살펴본 것처럼 새 정부는 집권 후 짧은 시간 의미 있는 변화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한 부분은 존재한다. 지금까지의 변화들이 대부분 이 대통령의 즉각적인 말이나 일회적인 결정으로 이뤄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변화는 대통령 또는 정권의 입장이나 태도가 변할 경우에 언제든지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전보다 더 퇴보할 수도 있다. 물론 지금 이 대통령이 추구하는 투명성의 가치는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것이 정부 공직자들과 행정 체계에도 녹아들어 실제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신장시키려면 체계적인 제도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획기적인 개선이라도 그것이 일회성이라면 결국 한낱 임기 초 전시행정에 머물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SPC그룹 허영인 회장 등 임원진에게 사고 경위와 근로 환경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2025.07.25. ⓒ뉴시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닌가”
지난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업재해에 대해 내놓은 강력한 표현이다. “포스코이앤씨에서 올해 들어 5번째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분노를 드러낸 대통령은 “산업재해가 거듭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은 회생이 어려울 만큼 강한 엄벌과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천명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는 “산업재해가 안 줄어들면 직을 걸라”고 직접 지시했고, 모든 산재 사망사고를 대통령에게 직보하라는 초강수까지 두었다. 매년 2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하다가 목숨을 잃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숨겨진 정보, 반복되는 참사
벌써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3년 반이 지났지만, 정보공개 분야의 변화는 아직 미진하다. 2024년 12월,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공표한 내용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산재 사망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은 단 한 곳뿐이었다. 그런데 언론에서 집계하기로는 롯데건설(5명), 한화 / 현대건설(4명) 등 여러 기업에서 복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실제로 산재 사망 사고가 벌어진 기업들이 있지만, 아직 재판이 계류 중이라는 이유로 공표가 보류된 것이다. 산재 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이 어디인지 확인하려고 해도, 제대로 된 정부의 공식 자료가 없는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명단을 적극적으로 숨겼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국회의원들이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공개하기라도 했는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는 이마저도 ‘피의사실 공표가 될 수 있다’, ‘기업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등의 핑계를 대면서 거부하기 시작했다.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마저도 어떤 기업에서, 얼마나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했는지 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몇 년째 이어졌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자신이 일하는 사업장에서 얼마나 산재가 발생했는지 알 수 없었다. 2024년에만 무려 7명이 사망한 한화오션의 경우, 노동조합이 조선소 원하청 기업의 산재 현황 공개를 요구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산재 피해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재해자 유가족들에게도 정보를 꽁꽁 숨겼다. 공사장에서 미장 작업을 하다 추락한 건설노동자 문유식 씨의 딸 문혜연 씨도, 역시 공사장에서 판넬에 맞아 사망한 건설노동자 강대규 씨의 딸 강효진 씨도 노동청에, 경찰에 사고 경위와 원인을 물어보았지만 ‘조사 중’이라며 알려주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정보공개가 예방책이다
‘모든 산재 사고를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 어디서, 왜 산재가 발생했는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재해자의 유가족들이, 노동조합이, 연구자들이, 동종 업계의 사업장들이, 언론이, 그리고 시민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 산재에 대한 정보를 보다 널리 공유해야, 예방을 위한 교훈이 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압력이 되며,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는 이미 적극적인 정보공개가 산재 예방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OSHA는 ‘수치심을 통한 규제(regulation by shaming)’ 정책을 펼쳤다. 안전보건 법령을 위반한 기업명과 내용을 즉시 언론에 공개하고, ‘심각한 위반’, ‘고의적 위반’ 등의 표현으로 기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기업 망신 주기’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듀크대 공공정책대학원에 재직 중인 매튜 존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기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보도자료가 나갈 때마다 주변 5km 이내에 위치한 동종 사업장의 안전 법규 위반 건수를 73%나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실제 사고 조사 건수 역시 줄어들어, 25km 반경 내에서 22%의 감소 효과를 보였다. OSHA의 보도자료로 인해 언론보도가 나오는 것이, OSHA의 직접 점검 210건과 유사한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이렇게 상세한 정보공개가 들이는 예산에 비해 매우 효율적인 정책 수단임이 입증되자, 바이든 행정부는 2024년부터 100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상세한 사고 데이터를 전자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제도를 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OSHA의 ‘수치심을 통한 규제’ 정책 역시 많은 부침을 겪고 있다. 정책의 효과성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변화 때문이다. 기업 규제 완화를 주장하며 정책을 중단했던 트럼프 1기 행정부에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예산을 삭감하고 직원을 구조조정하며 아예 OSHA 자체를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정치적 변동에 휘둘린다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지속 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제안
미국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정치적 변동에 휘둘리지 않는 견고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명확한 의지를 보이는 지금이 바로 그 시스템을 만들어갈 기회다.
1. 통합 정보시스템 구축
무엇보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산업재해에 대한 정보를 통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산업재해에 대한 정보들은 직종별·업종별·사고 유형별로 다수 기관에 복잡하게 분산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가 통합적으로 관리되거나, 상호연계 되어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사건을 최초 조사하는 산업안전감독관들도 정작 자신이 맡은 사건에 대해 법원에서 어떻게 결론 내렸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사건마다 고유 코드번호를 매기고, 소방청의 구급출동일지,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 결과, 안전보건공단의 기술 분석 결과, 수사기관의 수사 자료, 법원의 판결문 등 관련 정보를 추적하고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개인정보와 수사에 지장을 주는 핵심 내용을 제외하고는 연구자, 기업 안전관리담당자, 노동조합 등 민간에서도 이를 열람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2. 실시간 중대재해 공개시스템
동시에 언제, 어디서, 어느 기업에서 어떤 사고가 벌어졌는지 등 중대재해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는 누구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도 ‘중대재해 사이렌’ 등 사고 속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어느 기업에서 사고가 발생했는지, 재해자의 고용 형태가 어떠한지, 무엇이 사고의 원인인지 등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시민들에게 사고 소식을 알려야 할 기자들도 해당 기업에서 최근 몇 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는지 알 방법이 없어 이리저리 전화를 돌려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구체적으로는 사고 접수 후 48시간 이내에 ①사고 발생 일시와 장소 ②해당 기업명과 원청업체 정보 ③사고 유형과 재해자 수 ④예상 원인(1차 조사 결과) ⑤과거 해당 사업장의 유사 사고 이력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방문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산별 간부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08.12 ⓒ민중의소리
3. 노동조합 참여권 확대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노동조합이야말로 안전 정보를 공유하고,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안전관리의 주체다. 위험성 평가와 사고 조사 과정에 노동조합의 참여권을 확대하고, 해당 사업장에서 일어난 사고의 이력과 조사 내용을 노동자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노동조합이 단순히 사후 대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방의 핵심 주체가 되기 위해선 동종 업종 내 다른 사업장의 사고 사례를 분석해 예방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4. 유가족 지원체계 강화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재해자 유가족에게는 앞으로의 조사 과정과 수사 절차에 대해 안내하고, 사고의 경위와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상담과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처럼 ‘조사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하며 유가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사고 발생 즉시 전담 직원을 안내해 조사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공유하고, 유가족이나 대리인의 조사 과정 참관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최종 조사 결과는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작성해 유가족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5. 법적 근거 마련
이러한 정보공개 체계가 정치적 변화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법적 근거가 견고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구체적인 정보공개 의무 조항을 신설하고, 정보공개·통계·데이터 전담 부서를 신설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정보공개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알권리는 살 권리다
정보공개는 단순한 알 권리의 문제가 아니라 살 권리의 문제다. 매년 2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한 사회적 감시와 압력이 필수적이다. 정부의 체계적인 정보공개가 출발점이 되어 노동조합의 예방 활동, 기업의 안전 관리, 시민사회의 감시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더 효율적인 안전관리에 나설 수 있고, 노동자들은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해 대비할 수 있으며, 연구자들 역시 효과적인 예방 대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대통령이 보인 강력한 의지가 지속 가능한 변화로 이어지려면 공개의 힘을 믿어야 한다. 숨기는 것이 기업을 보호하는 일이라는 낡은 관념을 버리고, 정보 공유야말로 모든 이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라는 새로운 철학을 세워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정보를 모으고, 체계화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 기회다.
이춘석 의원의 보좌관 명의 주식거래 의혹은 공직자윤리법이 정한 재산공개 제도를 회피하여 사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선출직 공직자 자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이춘석 의원이 보좌관 명의로 1억원 이상의 주식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되었으나, 자신의 재산공개에서는 ‘증권 없음’으로 신고했다. 여기에 더해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얻은 AI산업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주식거래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여기에 더해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얻은 AI산업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주식거래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금융실명법 및 공직자윤리법,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의원직 박탈 등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제도 사각지대를 악용한 차명거래
보좌진 명의의 차명거래는 국회 보좌진이 재산등록 의무는 있지만 공개 의무는 없다는 제도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것이다. 다른 국회의원들 역시 이러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재산등록 내역을 점검하고, 의원 가족과 측근 명의의 우회거래 여부를 밝힐 수 있는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가상자산 전수조사의 한계를 반복하지 말아야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거래 논란이 일었을 당시, 국민권익위원회는 국회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했으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빠져 우회거래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이번 주식 차명거래 의혹 사건은 자칫 세제 개편 등 주요 정책 추진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만큼, 같은 실수를 반복하여 시민들의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요구
– 국회와 국민권익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조치에 나서야 한다.
국회의원과 보좌진 재산등록 내역 전면 점검
현직 국회의원과 보좌진 간 금융거래 실태조사
의원 가족·측근 명의 차명거래 여부 조사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가 시행된지 30년이 지났지만, 끊임 없이 새로운 형태의 편법이 등장하여 제도의 취지를 교란하고 있다. 제도의 사각지대를 철저히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
2025.08.07.
재산공개와 정보공개 제도개선 네트워크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경실련, 세금도둑잡아라, 참여연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함께하는 시민행동
[그 정보가 알고 싶다] 국무회의 생중계로 열린 정부 가능성 보여준 대통령실, 홈페이지도 바뀔 때
2025.08.07
윤석열 정부는 끝내 비공개, 이재명 정부에선 달라져야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인터넷 홈페이지 출처)대통령실
지난 7월 29일 국무회의가 최초로 생중계되었다. 정부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누구나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정보공개를 넘어, 정책 결정의 흐름과 쟁점을 시민과 함께 공유한다는 점에서 알권리를 획기적으로 확장한 조치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아직 닿지 못한 곳이 있다. 바로 대통령실 홈페이지다. 현재는 개편을 이유로 임시 운영 중에 있어 핵심 정보 대부분이 빠져 있는 ‘정보 공백’ 상태다. 그러나 이 공백은 역설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롭게 개편될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어떤 정보가 담기는지는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국민주권 실현’이라는 국정철학이 선언에 그칠지, 실천으로 이어질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센터는 수년간 역대 대통령실 홈페이지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소통과 공개를 약속했던 역대 정부는 정작 시민의 알 권리에 대해서는 늘 방어적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사전공표정보 목록을 형식적으로만 운영해 사실상 무의미한 ‘장식용 공개’에 그쳤고, 윤석열 정부는 업무추진비, 특수활동비, 직원 명단 등에 대한 정보를 끝내 공개를 거부하다가 대법원의 공개 판결이라는 사법적 심판을 자초했다.
이런 문제들은 대통령실 홈페이지가 시민과 정책을 연결하는 공공 플랫폼이 아니라, 정권에 유리한 정보만을 선별적으로 보여주는 홍보 수단으로 운영되어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국정의 중요한 정보는 감추고 드러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방식은 정부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무너뜨릴 뿐이다.
정부 기관이라면 당연히 공개해야 할 ‘기본 정보’ 포함해야
대통령실 홈페이지 개편은 이러한 과거의 관행을 끊어낼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새 홈페이지가 담아야 할 정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모든 정부 기관이라면 당연히 공개해야 할 ‘기본 정보’들이다. 대통령실 역시 정보공개법의 적용을 받는 기관인 만큼 다른 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정보공개 의무를 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보공개법에 따라 사전 공표해야 할 정보를 항목별로 구체적으로 정리해 시기, 주기, 담당부서, 정보의 소재지까지 명시해야 한다. 또한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정보공개포털 플랫폼을 통해 정보 목록과 원문 공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연동해야 한다. 어떤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면 정보공개법의 기본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직원 명단 공개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명박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까지 한 번도 대통령실 전체 직원 명단을 공개한 적이 없어 매번 논란이 되어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실의 직원 명단 비공개에 대해 대법원이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한 만큼, 이재명 정부는 적극적으로 공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이미 행정안전부 등 다른 행정기관은 부서별 직원명단, 직급직위, 담당업무를 공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대통령실만 예외일 수 없다.
예산과 지출 내역의 투명성 확보도 필수적이다. 대법원이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와 수의계약 내역에 대해 공개 판결을 내린 만큼, 단순히 총액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용도로, 누구의 이름으로, 얼마가 집행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연간 예결산 총괄 정보와 함께 분기별 계약 발주 계획 및 월별 계약 현황 등을 제공하는 것은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는 기본적인 조치다.
아울러 대통령실의 거버넌스 구조의 투명성과 정당성 확보를 위해 외부위원이 포함되어 있는 대통령실 소속 각종 위원회의 구성과 회의 일정, 회의 결과도 공개되어야 한다. 이러한 위원회는 대통령의 의사결정을 직간접적으로 보조하고 있기에 누가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어떠한 의견을 제시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책 결정의 맥락을 시민이 이해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민주적 거버넌스의 기본 요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만의 ‘핵심정보’ 공개로 책임정치 구현해야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식당에서 점심식사 뒤 참모진과 이동하는 모습을 1일 SNS에 공개했다. 출처)대통령실
한편, 대통령실이기에 더욱 상징적으로 공개해야 할 ‘핵심 정보’들이 있다.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기본적인 정보공개를 넘어 더 높은 차원의 실천으로 다른 기관의 모범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대통령실 소속 고위공직자의 윤리 관련 정보를 통합적으로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실 소속 고위공직자는 국정 전반에서 고도의 정책 결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에 그에 따른 윤리와 책무성이 매우 강조된다. 이들의 재산, 병역, 퇴직 이후 재취업 현황, 이해충돌 관련 신고 내역 등은 이미 공개되어 있으나, 여러 기관의 웹사이트에 흩뿌려져 있어 시민들이 이를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에서 이를 통합 제공한다면 시민들이 대통령실 인사의 정당성과 공직윤리의 실현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정과제 이행 현황의 실시간 공개도 필요하다. 대통령의 국정과제와 지시사항이 실제로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제공해야 한다. 어떤 과제가 어떤 단계에 있으며, 대통령의 지시가 어느 부처에서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공개이자 책임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무회의 생중계라는 개방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제 그다음은 대통령실 홈페이지다. 대통령실은 임시 홈페이지 개설 안내를 통해 정식 홈페이지를 ‘더욱 확장된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진정한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책임 있는 정보공개가 우선되어야 한다. 정보 없는 민주주의는 없기 때문이다.
역사는 불투명한 정보공개가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남겼다. 공개를 거부하고 은밀함 속에서 권력을 행사하려는 정부는 결국 정당성을 잃고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탄핵된 박근혜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보여주었다.
국무회의 생중계로 변화의 의지를 보인 이재명 정부가 진정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보공개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 출발점이자 상징이 바로 대통령실 홈페이지며 이로부터 진정한 국민주권 실현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또렷이 기억나는 회의가 하나 있다. 2019년에 있던 ‘은평구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 회의다. 당시 회의장에 들어갔더니 회의 참석자 말고도 한 명이 더 있었다. 회의를 방청 온 시민이었다. 그동안의 공공기관 회의에서 녹음기를 켜두거나, 속기사가 배석해 기록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켜보는 시민이 있는 회의는 처음이었다.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면 그 시민은 노트북으로 뭔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켜보는 사람이 있으니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음 회의에도 또 방청을 오는 시민이 있을 거라는 예상에 두 번째 회의 땐 더 꼼꼼하게 회의 준비를 하고 가기도 했다. 지켜보는 것만큼 큰 압박도 없으니까.
정부의 대표적 의사결정 단위인 각종 위원회의 회의록을 정보공개 청구하면 대부분 비공개를 한다. 회의록이 공개되면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압박감을 느껴서 발언을 꺼리게 되고, 그러면 회의 자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가끔은 공개를 피하려고 회의록이 없다는 허위 답변을 하기도 한다. 아무나 불러서 회의 자리에 앉혀놓는 것도 아니고 나름의 전문성과 책임이 있는 자들로 회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일 텐데, 왜 이렇게 공개를 피하는 걸까. 혹시 결과는 다 정해놓고 회의는 요식행위로만 하는 걸까. 설마 요식행위조차 하지 않는 걸까. 궁금함과 의심 사이의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질문에 해답이 될 회의가 공개되질 않으니 궁금함도 의심도 더 커지기만 할 뿐이다.
그러다 얼마 전 아주 의미 있는 장면을 보게 됐다. 7월29일, 1시간20분가량의 국무회의 심층토의 내용이 KTV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 것이다. 그동안 국무회의는 속기록조차 공개된 적이 없다. 통상적으로 주재자의 모두발언만 사후적으로 공개되고 이후부터는 비공개가 관행이었다. 국무회의 지원기관인 행정안전부 역시 국무회의를 속기록으로 남기지 않았고, 회의가 열리고 한 달여가 지난 후에나 공개하는 회의록에는 논의 내용을 ‘이견없음’ 네 글자로만 기록할 뿐이었다. 국무회의는 대통령이 의장, 국무총리가 부의장을 맡아 진행하며 정부의 입법 사안과 예산 등을 다루는 최고 정책심의회다. 이만큼이나 상징적이고 중요한 회의 내용이 이번에 생중계된 것이다. 이 회의를 지켜본 시민들은 정부의 주요 정책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구체화되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 회의에 참석하는 각 부 국무위원에 대한 검증도 자연히 뒤따랐다. 국무회의에서 다룬 내용은 기사화도 많이 됐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 압박감을 느낀 국무위원들은 이제 더 큰 책임을 갖고 더 꼼꼼히 회의에 임하게 될 것이다.
국무회의가 생중계된 지금, 정부의 다른 회의들도 공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결정이 다 끝난 한참 뒤에나 회의록을 공개하던 것에 그치지 말고, 그마저도 비공개해서 소송까지 해야만 공개하던 것 말고, 정책 논의와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을 공개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나중에 확인하는 것이 아닌 지금 참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시민들의 의지로 지킨 민주주의를 받아 안은 국민주권정부라면 지금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중 하나가 회의 공개다.
물론 모든 회의가 공개될 수는 없을 것이다. 외교안보 사안처럼 비공개로 보호해야 하는 정보들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 민생과 직결된 건은 가감 없는 공개가 필요하다.
최저임금이 곧 자신의 월급으로 결정되지만 그걸 결정하는 자리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노동자가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장에 방청할 수 있다면 위원들은 좀 더 책임 있게 발언하지 않을까. 빈곤층의 생사를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당사자들이 확인할 수 있다면, 그래서 그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당사자의 목소리를 낼 근거들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면 복지사각지대를 좀 더 좁힐 수 있지 않을까. 지역의 개발사업을 결정하는 회의를 주민들도 알 수 있다면 지역의 환경과 주민의 건강은 파괴하고 기업의 배만 불리는 방식으로 결정되던 난개발 사업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국무회의 생중계는 시작일 뿐이다. 일회성 이벤트로 그쳐서도 안 된다. 진정한 국민주권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모든 정책 결정 과정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첫걸음이 바로 회의 공개다. 지켜보는 눈이 많을수록 책임감도 커진다. 그리고 그 책임감이 더 나은 정책, 더 나은 정부를 만들어갈 것이다.
2025년 7월 29일, 이재명 정부는 제33회 국무회의 심층토의 과정을 1시간 20분 가량 생중계로 송출했다. 국무회의가 생중계된 것은 역대 정부 사상 첫 시도로, 이는 비밀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관료주의 문화에 경종을 울리고, 보다 민주적인 의사결정으로 나아가는 의미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전까지 국무회의는 안건 1건이 22초 만에 검토되고, 회의록에는 모든 토의가 “이견 없음” 네 글자로 기록되는 형식적인 회의에 그쳐왔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이러한 국무회의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회의 시간이 대폭 늘어나고, 각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질의와 부처의 응답을 회의록에 남기는 등 실질적 변화를 보였다.
이번 생중계는 이런 개선 노력의 연장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KTV채널과 유튜브를 통해 편집 없이 토론 과정이 송출되면서, 시민들은 정부 최고 결정기구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순한 정보 공개를 넘어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알 권리를 훨씬 폭넓게 보장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일단 일회성 조치”라고 밝혔듯, 이번 생중계가 지속적인 제도로 정착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공개 횟수와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자칫 대통령이나 정부 관료들의 의지에 따라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데 그칠 수 있다.
국민주권을 표방하는 정부라면 회의 공개 여부를 정부의 재량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모든 공적인 회의가 시민들에게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공개되도록 명문화된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정보공개센터는 그간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 시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의들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현실을 비판하며, 실시간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회의공개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번 국무회의 생중계는 그 주장에 대한 유의미한 응답이다. 이제는 정부가 회의공개를 ‘한시적 조치’가 아닌, 상시적 원칙으로 정착시키고, 국무회의를 넘어 모든 공공기관 회의에서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도록 해야한다.
시민을 대신하여 정책을 결정하는 모든 공적 회의는 공개가 원칙이어야 한다. 공적인 일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어떤 입장이 제시되었는지, 그 근거가 무엇이며, 누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를 모두가 함께 알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국민주권이 실현된다.
국무회의 공개가 제도적 운영으로 정착되고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산되어 진정한 ‘열린 정부’의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의 눈과 귀가 닿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는 정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오늘의 생중계가 그 변화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
[보도자료] 250723 “부양의무자기준 즉각 폐지! 의료급여 개악안 철회! 기준중위소득 현실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요구안 제출 기자회견
2025.07.28
2025년 7월 23일 수요일, 2026년도 기준중위소득과 기초생활보장제도 운영에 대해 논의하는 제76회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열리는 시각,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과 장애인과가난한이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은 위원회가 열리는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부양의무자기준 즉각 폐지 ▲의료급여 개악안 철회 ▲기준중위소득 현실화를 요구하였습니다.
기준중위소득은 빈곤층을 포함, 전체 사회 구성원에게 중요한 기준선임에도 매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낮게 책정되어왔습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는 빈곤층 당사자를 대표하는 위원이 없을 뿐 아니라, 회의록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아 기준중위소득의 논의 과정이 어떠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시민 대다수의 사회보장에 영향을 미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밀실회의’로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공동행동의 기자회견에 함께 했습니다.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의 발언 전문을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김예찬입니다.
저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이 걸린 중요한 결정이 ‘밀실회의’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규탄하고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정보공개센터는 최근에 2025년에 열린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들의 회의록을 정보공개청구했습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 70개가 넘는 사회보장제도 선정 기준에 쓰이는 기준중위소득이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되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답변을 보고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회의 결과를 몇 줄로 요약해놓은 수준의 자료만 공개되었고, 위원들이 어떻게 논의 했는지 어떤 발언을 했는지, 어떤 의견을 냈는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원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10년 전만해도 중생보위 회의를 할 때 속기록을 작성하고, 공개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속기록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무엇을 기록하고 무엇을 공개할지, 아무런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달린 문제를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의견을 나누었는지 기록도 제대로 남기지 않고, 시민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시민들이 정부의 결정을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더욱 심각한 것은 당사자를 배제한 위원회의 구조입니다. 현재 중생보위 위원 16명 중 기초생활수급자 당사자나 현장의 상황을 아는 활동가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교수와 전문가만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월 76만원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삶을 논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작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전달하려 할 때마다 보건복지부는 회의장 문을 걸어 잠그고, 쫓아내기에 앞장 서고 있습니다.
당사자의 목소리는 듣지 않으면서, 무엇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알려주지도 않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되어선 안되지 않겠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공개할 건 공개하자”며 국무회의 내용에 대해서도 공개를 제안했습니다. 국무회의와 같은 최고위 의사결정기구도 어떤 안건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공개하겠다는데, 전 국민에게 영향을 주는 복지 기준을 결정하는 중생보위는 왜 밀실에 숨어있어야 합니까?
우리는 이렇게 요구합니다.
첫째, 누구나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를 참관할 수 있도록 회의를 공개를 제도화하십시오 둘째, 회의 속기록 작성을 의무화하고 회의자료와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어떤 논의과정을 거쳐 의결이 이루어지는지 모두가 알 수 있게 하십시오. 셋째, 수급자 당사자와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위원회 구조를 개편하십시오.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권이 더 이상 밀실에서 결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당장 문을 열고,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