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센터가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제기했던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는 소식, 전해드렸었죠(관련 소식). 대통령비서실이 비공개하고 있는 직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1심에 이어 다시 내려진 것입니다. 그런데도 대통령비서실은 또다시 항소하였습니다. 2022년에 시작한 소송이 어언 3년째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려 시간을 끄는 것입니다.
대통령비서실이 일단 숨기기부터 하는 것은 직원 명단뿐이 아닙니다. 대통령비서실의 정보공개제도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정보공개심의회 위원 명단도 비공개하였습니다(관련 기사). 황당한 점은 비공개 결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비공개 통지를 하기 9개월 전에는 정보공개심의회 외부위원 명단을 공개했거든요(관련 소식). 법도 바뀌지 않았고, 청구한 정보도, 정보공개 담당자도 바뀌지 않았는데, 결과값이 그때그때 다르다니. 대통령비서실이 온갖 중차대한 이유를 대며 공개를 회피하는 것이 우스운 이유입니다.
이름도 하는 일도 모두 숨긴다
정보공개심의회에서 일하는 사람도 숨기는데, 일은 잘 진행되고 있을까요? 정보공개심의회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일은 비공개된 정보에 대하여 이의신청이 제기되었을 때, 그 정보의 공개 여부를 다시 심의하는 것입니다. 정보공개센터는 대통령비서실에 접수된 정보공개청구 이의신청 처리대장, 그리고 정보공개심의회의 안건, 회의록, 심의 결과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였습니다. 주말 빼고 9일 뒤 돌아온 것은? 어쩜 쌍둥이처럼 똑같은 답변이었습니다.
답변에 다른 부분은 제가 청구한 정보 부분밖에 없습니다. 비공개 근거 조항을 4개나 달아 놓았지만… 아무래도 일단 아무 이유나 다 갖다 대고 보자는 것 같죠. 이의신청 처리대장은 아래처럼 생긴 표이거든요.
내가 국가안보 기밀사항으로 보이니
여기 적히는 것은 이의신청 제목(사건명)과 그 내용, 그리고 처리 결과(주문 내용)와 그 이유뿐인데, 어떻게 ‘안보, 기밀에 관한 사항’이나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 포함될 수 있을까요? 또, 처리대장은 이미 처리가 끝난 건을 기록한 장부이니 ‘의사결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지도 않고요. 개인정보는 가려서 공개해달라고 이미 청구 내용에 적었는데 읽지도 않았나 봅니다.
생각건대 정보공개심의회의 회의록에는 좀 비밀스러운 사항이 포함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회의에 국한하여 비공개해야 하지, 안건 목록과 심의 결과를 포함한 모든 자료를 비공개할 충분한 사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계속 떨어지는 공개율
제 건처럼,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비공개당하는 청구 건수는 얼마나 될까요? 우리는 상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실은 정보자료실(https://www.president.go.kr/open/infolist)에 정보공개 청구현황을 게시하고 있지만,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정작 ‘전부공개’, ‘부분공개’, ‘비공개’ 처리를 받은 개수뿐이거든요.
윤석열 정부에는 지금까지 총 310건의 청구가 있었고, 그에 대하여 전부공개는 32.9%(102건)이었습니다. 이전 대통령비서실의 전부공개율이 54.6%(총 520건 중 284건)로 과반을 넘었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네요.
부분공개와 비공개는 어떨까요?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의 부분공개 처리는 21.9%(114건), 비공개는 23.5%(122건)으로,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의 부분공개 31%(96건), 비공개 36.1%(112건)에 비해 모두 낮은 수치였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전부공개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도 이미 정보공개센터가 밝힌 바 있습니다(관련 소식).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중앙부처 각 기관별 정보공개 현황 통계를 분석하여 대통령비서실의 전부공개율이 윤석열 정부 들어 20.4% 하락했다는 사실을 찾아냈죠. 지금은 21.7%로 격차가 벌어졌는데,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은 또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해 공개율을 떨어뜨릴지, 참 걱정이 됩니다.
서울시의회는 11월 27일 제327회 정례회 제13차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장태용)에서 서울혁신파크 부지를 기업에 통매각하기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서울와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녹색교통운동⋅문화연대⋅서울환경연합⋅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함께하는시민행동)는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서울시의 대표적인 공유재산인 혁신파크 부지의 민간 매각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혁신파크 부지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소통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서울혁신파크는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약11만㎡ 규모의 공유지로 서울시민 모두의 소중한 휴식공간이자 녹지공간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도심 속 녹지는 시민의 생존과 직결된 필수 인프라다. 특히 평지 공원이 턱없이 부족한 이 지역에서 혁신파크는 주민들의 일상적 쉼터이자 귀중한 도심 녹지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지켜내야 할 이 녹지공간을 기업에 매각하는 것은, 미래세대의 환경권과 현 시민의 기본권을 동시에 침해하는 반생태적 행정이다.
또한 서울혁신파크는 2011년 경부터 다양한 혁신가들이 모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는 거점 공간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자진사퇴 후 돌아온 오세훈 시장이 2022년 8월 서울혁신센터에 서울혁신파크 운영을 종료한다고 통보하고, 2022년 12월 혁신파크 부지에 코엑스급 규모의 ‘직職, 주住, 락樂 융복합도시’를 만들겠다는 서울창조타운 구상을 발표하면서 혁신파크에 입주한 120개 단체들은 1개만 남고 모두 쫓겨난 상황이다.
서울시는 시가 발표한 개발구상의 사업성이 불투명하고, 참여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자 9월 25일 ‘서울창조타운 조성 기업설명회’를 열고 개발사업자의 공공기여금을 재투자하고, 공공기여량의 50% 삭감, 2종일반주거로 토지 매각 후 용도지역 종상향시켜 토지가격 상승 이익 보장, 용적률 상향 등 민간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약속하며 혁신파크 부지 매각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매각 조건은 공공가치와 활용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의 기본 원칙에도 어긋나며, 고밀도 복합개발을 실현하는데 매몰되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잘못된 행정이다.
서울시의회의 ‘전문위원조사 검토보고서’도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이번 매각 추진이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으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지난 행정사무감사에서 약속한 시민 토론회도 열지 않았음에도 서울시의회가 다수당임을 앞세워 매각을 강행하기위해 공유재산관리계획 안건을 강행처리 하는 것은 비민주적이고, 무책임한 것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와치는 서울시의회의 혁신파크 매각에 대한 모든 결정을 낱낱이 지켜보고 있음을 경고한다. 혁신파크 부지는 서울시가 활용가능한 시유지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장기적으로 재산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시유지 활용 가능성을 차단하는 행정을 서울시의회가 막아야 한다. 따라서 서울시의회는 기후위기 시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대규모 공유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서울시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먼저 나서야 한다. 시민의 권리를 대변해야 할 서울시의원들이 오세훈 시장의 거수기가 될 것인지, 서울시민의 대변자인지 될 것인지를 서울와치는 시민과 함께 지켜보고 행동할 것임을 밝혀둔다.
– 지난 11월 20일, 국회 정보위원회가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지난 6월 19일에 발의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유 의원의 개정안은 공공 정보통신망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사이버보안(사이버공격 및 위협에 대한 예방 및 대응) 분야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대상 기관을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 의원은 이 개정안과 연동된 전자정부법 개정안도 발의해 놓았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도 지난 5월 30일에 국가의 안전보장에 심각한 위협 또는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사이버공격 · 위협이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기관장이 지체 없이 국정원장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전자정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들은 민간 정보통신망으로 사이버보안 권한을 확대하려 호시탐탐 시도해 온 국정원이 헌법기관을 위한 정보통신망까지 통제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는 국정원의 사이버보안 권한을 헌법기관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시도에 단호하게 반대한다. 오히려 국정원의 권한을 일반 행정부처로 이관해야 마땅하다.
– 애초에 여러 헌법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정보시스템을 관리하도록 한 것은 헌법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해 권력 분립의 원칙을 유지하고자 한 것인데, 개정안은 이러한 취지를 무시하고 있다. 이들 개정안은 여러 “헌법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정보시스템을 관리하고 있어 점차 고도화되는 사이버 위협에 적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는 각 헌법기관들이 사이버보안 역량을 강화하도록 인적, 물적인 투자를 지원해 해결할 문제일 뿐, 근본 원칙을 훼손해야 할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헌법기관이 일반 행정기관의 관리를 받는 것도 문제인데, 하물며 비밀정보기관인 국정원의 관리를 받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정보통신망을 통해서 흐르는 트래픽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권한을 고려할 때, 국회, 정당,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등의 활동과 정보들이 국정원의 감시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사이버공격 및 위협에 대한 예방 및 대응과 같은 사이버보안 업무는 공공 및 민간의 보안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로 이는 정보 수집을 주 업무로 하는 국정원의 업무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국정원이 사이버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오히려 해당 정보통신망에 대해 감시를 통한 정보 수집을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이는 국내정보 수집을 금지한 국정원법 개정의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다. 더구나 국정원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 통제를 받아야 할 행정부 업무인 ‘공공 정보통신망에 대한 사이버보안 업무’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상황이다.
– 이 개정안들은 사이버 위협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기관 간에 체계적인 정보 공유 · 협업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국정원이 ‘기관 간 체계적인 정보 공유 · 협업’의 가장 큰 장애물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모든 정보를 빨아들일 뿐 공유하지 않는 비밀정보기관과의 정보 공유와 협업은 불가능하다. 비밀정보기관과 민간의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민주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한다는 것은 공상에 가깝다.
– 국정원이 사실상 공공 정보통신망의 사이버보안 권한을 독점하고 사이버보안에 대한 국가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담당하는 한, 국내 사이버보안 거버넌스는 고착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보안 기술은 발전할지 몰라도, 민관의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협업에 기반한 보안 거버넌스는 불가능하다. 국정원으로부터 사이버보안 권한을 분리하고 민주적이고 책임성 있게 운영될 수 있는 다른 행정부처로 그 권한을 이관해야 한다. 끝.
국정원감시네트워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한국진보연대
이번 소송의 발단은 홍준표 대구 시장의 이율배반적 행정이었다. 2023년, 홍 시장은 재정건전성을 내세우며 지방채 발행을 거부하고 시민을 위한 각종 사업 예산을 삭감했다. 하지만 “공무원의 사기 진작”을 명목으로 공무원 골프대회에 1,000만 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했다. 세금으로 공무원 골프대회를 연 것이다.
뉴스민은 이 문제를 계속 파헤쳤다. 골프대회를 주최하는 직원동호회에 대한 예산 지원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직원 동호회 지원 예산이 2022년 5,000만 원에서 2023년 1억 원으로 늘어난 배경을 검증하고, 골프대회에 이 예산을 지원한 것이 집행기준을 위반한 것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역 언론사로서 당연한 취재 행위였다.
뉴스민은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해당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대구시는 행정심판 결정 이후에도 문서 공개를 미루다가 1일 10만 원 배상을 명령하는 간접강제 신청이 인용된 뒤에야 정보를 공개했다. 이러한 대구시의 시간 끌기로 인해 2023년 4월에 청구한 정보가 2024년 1월에야 공개될 수 있었다.
그런데 대구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대구시는 2024년에도 공무원 골프대회를 열었고, 뉴스민의 정보공개 청구에는 또다시 비공개를 통지했다. ‘2023년 직원동호회 지원 계획 문서’가 공개해야 할 자료라면, ‘2024년 직원동호회 지원 계획’ 문서 역시 공개해야 함이 명백하다. 그러나 대구시는 동일한 성격의 자료임에도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뉴스민은 이를 취재 방해로 보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승소한 것이다.
100만 원의 배상 판결은 금액은 적어 보이나 그 의미는 크다. 법원은 대구시가 명백히 공개해야 할 정보를 고의로 숨겼다고 판단했다. 단순한 실수나 판단 착오가 아니라,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공개해야 할 자료임에도 고의 혹은 과실로 정보공개를 거부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대구시뿐만 아니라 여러 공공기관의 관행적 정보공개 거부에 제동을 건 판결이다.
대표적 사례가 검찰이다. 대검찰청은 특수활동비 예산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일부 자료는 공개했으나, 그 이후 기간의 특수활동비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에는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어차피 소송 끝에 공개해야 할 자료임에도, 단지 시간을 끌기 위해 행정력과 소송비용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2024년 11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알권리가 위험하다’ 토론회. 뉴스민 이상원 편집장이 토론자로 참여하여 대구시의 반복적인 정보공개 거부 사례에 대해 증언했다. ⓒ정보공개센터
이제 공공기관들은 막연한 핑계나 자의적 판단으로 정보공개를 거부했다가는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정당한 비판을 한 언론을 ‘좌파 매체’라며 낙인찍고, 당연히 공개해야 할 정보들을 감추는데 앞장선 홍준표 시장부터 책임져야 한다. 위법한 정보공개를 한 것은 담당 공무원이지만, 홍 시장의 옹고집이 대구시의 배상으로까지 이어졌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 역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보공개 업무에 임하는 태도가 바뀌길 바란다. 습관적인 비공개, 단체장의 입장이나 정무적 판단에 따라 정보공개 기준이 휙휙 달라지는 일을 그동안 너무나도 많이 경험했다. 뉴스민의 적극적인 정보공개 청구와 끈질긴 법적 대응을 통해 이뤄낸 이번 승리가 대구의 정보공개 행정을 바꾸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가을철을 맞아 열린 지역 축제들이 화제였죠. 지역 특색을 살린 축제에 관광객이 몰려, 대전시에서 개최한 빵 축제에는 이틀간 14만여 명, 김천시 김밥 축제에는 10만여 명이 찾아갔다고 합니다. 김천시의 등록 인구 수가 13만여 명이라고 하니, 거의 인구 수에 맞먹는 방문객이 들렀던 것이죠.
축제가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알리는 성과 보고에는 의아할 정도로 큰 숫자도 있었습니다. 서울시 마포구에 따르면 올해 ‘마포나루 새우젓축제(이하 새우젓축제)’에는 무려 사흘간 75만여 명의 인파가 다녀갔다는데요. 75만 명이면 마포구 인구 수 36만여 명의 두 배를 넘는 수치입니다. 인산인해를 이뤄 방문객들이 곤혹을 치렀다는 대전시 빵 축제, 김천시 김밥 축제보다도 훨씬 많은 수의 사람이 새우젓 축제를 찾았다는 것이죠.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가능한 것이라면, 그 많은 수를 어떻게 센 것일까요? 근 10년 간의 서울시 자치구 축제 결과보고서를 정보공개 청구하여, 축제들의 방문 인원과 그 추산 근거를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확인 결과, 결과보고서에 기재된 방문인원 수는 축제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었습니다. 패션쇼를 비롯한 여러 공연과 전시, 체험행사를 겸하는 종로한복축제는 16만여 명, 성북로 일대 부스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즐기는 성북구의 세계음식축제에는 6만여 명, 노원역 일대에 여러 구역을 설정해 프로그램이 진행된 댄싱노원 거리페스티벌(구 노원탈축제)에는 이틀간 약 17만 명이 찾았다고 하네요. 새우젓축제는 위 축제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퍼레이드, 공연, 걷기대회와 장터까지 겸하여 사흘간 열리는 것을 감안해도 어마어마한 수입니다.
축제들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을 어떻게 세는 것일까요. 이들 결과보고서에 추산 방문객 수는 있어도 어떻게 추산된 것인지는 하나같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정보공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추가로 질문한 결과, 계수기 사용이라는 클래식(?)한 방법부터 드론샷이라는 기술을 동원한 방법까지 자치구마다 각양각색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축제 공간이 행사장으로 한정되는 경우는 입장객 수를 세면 되니 그나마 양반인데요. 여러 구역에서 진행되는 축제의 경우 경찰이나 축제대행사가 추산하기도 하고, 직원들이 면적당 인원 수를 세서 추산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이동식 화장실 수통으로 가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새우젓축제는 어땠을까요? 기본적으로 계수기를 사용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많은 수이기 때문에 “작년도 대비 추산”을 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어느 특정 시점에 추산하였을 때 작년에 비해서 많았다면 전체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어림잡는다는 소리입니다. 10년 간 새우젓축제의 방문객 수 추이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시기와 2018년, 2023년을 제외하고 방문객 수가 꾸준히 증가해왔음을 볼 수 있습니다. 전년도에 비해 계속해서 방문객이 많아지는 비결은, 아무도 모르는 모호한 집계 방식과 관련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다양한 구역에서, 다양한 종류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규모 축제의 경우 방문 인원을 집계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제일 수 있죠. 이런 난점을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돌파하려는 자치구들도 있었는데요. 예컨대 축제가 길거리 곳곳에서 진행되는 노원구는 KT의 ‘관광분석솔루션’을 이용해 축제 참가 인원을 추산하고 있었습니다. 축제 전후 유동인구를 측정하여 축제에 참가한 관광객을 추산하는 방법인데요. 기술을 활용해 지역 주민과 외지인, 외국인 등을 구분하고 성별과 연령을 고려하여 통계를 작성할 수 있고, 관광객 추이를 시간대별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자체적으로 유동인구를 분석하는 지자체들도 있었습니다. 종로구 스마트도시과나 서대문구 스마트정보과는 축제가 진행되는 장소 곳곳에 스마트폰의 신호를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하여 유동인구를 추산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통신사에 관계없이 스마트폰 소지자라면 집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산책로나 공원 등에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펼쳐지는 축제에 활용하기 적합한 집계 방식이죠.
결과보고서에 항상 모호한 추산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방문인원 수나 그 근거가 제법 구체적으로 기재된 연도들도 있었는데요. 바로 코로나19 시기입니다. 사전 참가 접수를 받거나, 명부를 작성하고 정해진 수까지만 입장시켰기 때문이죠. 온라인 중계 등을 병행한 경우 결과보고서는 그 영상 및 게시물의 시청 수를 함께 집계하였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방법이 명료하면 투명한 수치 집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의사결정의 핵심입니다. 부정확한 데이터는 불투명한 지원 정책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죠. 축제를 누가 얼마나 찾았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면, 한 자치구를 대표하는 축제라고 어떻게 판단하고, 규모에 적합한 예산과 지원금을 어떻게 배정할 수 있을까요? 투명하고 내실 있는 K-축제를 만들기 위해, 내년도에는 지자체들이 깜깜이 어림짐작을 그만 멈추고 체계적인 통계를 만들기 바랍니다.
서울시 자치구 축제 결과보고서는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강남구 강남페스티벌, 강동구 강동선사문화축제, 관악구 관악강감찬축제, 구로구 구로G페스티벌, 금천구 금천하모니축제(발췌본), 노원구 노원탈축제·댄싱노원거리페스티벌(축제분석리포트), 도봉구 도봉그린뮤직동행페스타, 마포구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서대문구 서대문봄빛축제, 성북구 세계음식축제(발췌본), 은평구 불광천벚꽃축제(발췌본), 종로구 종로한복축제(발췌본), 중랑구 서울장미축제) https://drive.google.com/file/d/1GdYsz5WGfDxPjkOuKUO5lktKq9Fb-x8k/view?usp=sharing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윤석열 정부의 정보은폐 합법화 시도, 정부 정보공개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과제” 국회토론회 개최
2024.11.11
정부 정보공개법 개정안, 시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위헌 소지도 있어
이미 지금도 공공기관의 자의적인 비공개가 많은 상황, 비공개를 위해 ‘악성 청구인’으로 낙인찍는 사례도 발생해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
정보공개 담당자의 업무 불편을 해소하면서도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1. 오늘 11월 11일(월) 오후 1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국회시민정치포럼 공동주최로 ‘윤석열 정부의 정보은폐 합법화 시도: 정부 정보공개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정부가 악의적인 정보공개 청구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으로 제시한 개정안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에 대하여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마련되었다.
2. 이러한 정부 개정안에 대한 우려 속에서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토론회는 송성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국회시민정치포럼 공동대표 차규근 국회의원, 국회시민정치포럼 연구책임자 송재봉 국회의원, 김남근·박정현·박홍근·이광희·이용우·전진숙·황운하 국회의원이 현장에 참석해 토론회의 개최를 알렸다.
3. 참여연대 한상희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정부의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가져올 문제점과 과제를 면밀히 검토하는 시간이었다. 한 대표는 “정보공개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핵심 제도”라고 강조하며, 각계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발제와 토론을 이끌었다.
4. 발제를 맡은 김유승 정보공개센터 공동대표는 ‘정부 정보공개법 개정안의 실질적 영향과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개정안이 시민의 권리를 검열하는 알권리 침해행위라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과도한 청구에 대한 판단 기준이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되어 있어 정부가 이를 임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며, 행정 편의적이거나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정보공개 청구를 종결 처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첫째, 정보공개청구는 사용 목적의 정당성이나 필요성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청구 목적을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둘째, 기준의 모호성으로 인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질 위험성을 강조했다. 셋째, 정보공개심의회를 통한 종결 처리가 실효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넷째로 공공기관에 견제 없는 종결 권한이 부여됨으로써 권한 남용의 위험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5.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정부 정보공개법 개정안의 위헌성”을 검토하며, 개정안이 헌법상 기본권인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87년 민주화운동의 결실로 설립된 헌법재판소가 초기 결정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했다”면서, “이는 단순히 표현의 자유를 넘어 국민주권주의와 인간의 존엄성, 기본적 생존권과 직결되는 권리”라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개정안이 제시하는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이라는 기준이 “기본권 제한 요건의 명확성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최근 정보공개 소송에서 정부가 주장하는 ‘공무원 괴롭힘’ 논리가 이번 개정안과 맥을 같이한다고 지적하며, 이는 현 정부 권력기관들의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공무원 보호 방안과 관련해 “교권보호조례처럼 법률적 지원과 정신적 피해 지원, 업무배치 조정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서 “교권이 침해된다고 해서 교사가 교육을 포기하지 않듯이, 악성 민원이 많다고 정보공개를 포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6. 토론자로 나선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현행 정보공개법의 한계와 시민의 알 권리 침해 사례’를 주제로 발언했다. 그는 현행 정보공개법이 제도적으로 한계를 지니고 있어, 공공기관이 비공개 사유를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정보 비공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법부에서 정보공개 판결이 내려져도 재청구 시 다시 비공개 처리되는 사례가 빈번하며, 이의제기 등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정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시민의 알 권리가 더욱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경실련이 경험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국회, SH공사와 LH공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복지부, 서울 부산 익산 국토관리청 수자원 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식약처 등 여러 기관의 정보 비공개 결정을 예로 들며, 행정소송에서 공개 판결이 내려지는 실태가 반복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의 자의적인 비공개 결정이 시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7. 두번째 토론자인 이상원 뉴스민 편집국장은 “언론의 눈으로 본 정보공개법의 현주소: 나는 악성 정보공개 청구인입니다”라는 발제를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악성 정보공개 청구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명분이 정보공개 청구를 비공개로 처리하는 합리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편집장은 “한 달에 5회 정도의 정보공개 청구만으로도 ‘다량 청구’로 분류돼 ‘악성 민원’으로 낙인찍히는 상황”이라며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또한 정보공개심의회가 비공개 결정을 뒤집은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을 들어, 현재 심의회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편집장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행정의 정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정보공개청구마저 반복적으로 비공개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행법에서도 충분히 정보공개를 제한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20년 이상 잘 운영돼 온 제도가 형해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8.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정보공개가 정부 투명성 및 책임성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며, 판공비(업무추진비) 공개 운동을 통해 세금 사용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기관장 및 기관의 활동을 국민에게 명확히 알릴 수 있게 된 점을 강조했다. 또한, 예산요구서의 비공개 관행에 대한 개선 사례를 언급하며, 행정소송에서 예산요구서의 공개 판결을 끌어냈고, 현재 기획재정부가 항소 중임을 밝히며, 국민의 세금 사용 계획과 결과의 투명한 공개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전 방향에 대해 그는 박정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소개했다. 개정안은 정보공개 담당자의 업무 불편을 해소하는 방안과 함께, 정보공개 과정에서 공공기관이 정보를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행태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정보공개법이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9.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정부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시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정보공개의 투명성과 공공기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앞으로도 시민사회는 정부의 정보공개 제도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첫째, 허위통지와 거짓정보 공개, 부당한 공개 거부 등에 대한 처벌 조항을 신설하고 정보공개 의무 위반에 대한 조사 및 징계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일부 공공기관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온 정보공개 회피와 거부 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이다.
둘째, 통일・외교 관련 비공개 정보의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기존에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사유로 비공개가 남발되었으나, 이번 개정안은 비공개 사유를 구체화함으로써 자의적인 비공개 결정을 방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셋째, 국민의 건강과 안전 관련 정보, 감사 및 연구용역 결과, 각종 위원회 관련 정보 등을 사전공개 대상으로 확대한 것은 시민의 알 권리 보장을 한층 강화하는 진전된 조치다. 이는 정보공개제도가 시민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넷째, 정보공개 담당자들을 폭언・폭행・욕설・비방・협박 등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이 청구인의 청구목적이나 의도를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정보공개를 차단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 것에 비하여, 이번 개정안은 구체적인 행위에 한정하여 종결처리 기준을 정해놓았고, 또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정보공개 담당자를 보호하도록 하는 공공기관장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구체적이다. 다만 공무원 보호를 명분으로 시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필요하다.
재정넷은 이번 개정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원안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고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정보공개 특별행정심판 기구 설치 등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못한 과제들에 대해서도 앞으로 적극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개정 이후에도 법 시행 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정보공개제도가 시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감시와 제언을 이어갈 것이다.
[국회토론회] 윤석열 정부의 정보은폐 합법화 시도, 정부 정보공개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과제
2024.11.07
정부가 10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악성 정보공개청구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에서 출발했지만, 그 해결책이 시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 시, 정보공개 청구를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하여, 공공기관이 자의적으로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이는 국민의 알권리와 공무원 보호를 마치 대립하는 문제로 프레임화하여, 공무원 보호를 핑계로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정보은폐를 제도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대통령실 명단과 검찰 특수활동비 등 주요 정보의 비공개 사례에서 보듯 정부의 정보은폐 행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의 정보은폐 기조에 법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됩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알권리침해법 대응 TF는 오는 11월 11일(월) 오후 1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윤석열 정부의 정보은폐 합법화 시도, 정부 정보공개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과제’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개정안이 국회로 넘어온 시점에서 그 문제점을 명확히 짚고, 국회와 시민사회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개정안의 위헌성과 독소조항 분석, 공공기관의 자의적 정보차단 가능성 검토, △현행 정보공개법의 한계와 개정안 통과시 예상되는 시민의 알 권리 침해 사례 진단, △언론의 취재권 제한과 감시 기능 약화 우려에 대한 실질적 분석, △ 정보공개제도의 긍정적 성과와 바람직한 발전 방향 제시와 같은 핵심 쟁점들이 심도있게 다뤄질 예정입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에 검찰 특수활동비가 또다시 80억 원 가량 편성되었다. 그동안 시민단체와 언론은 수년간의 정보공개 소송과 분석을 통해 검찰의 특수활동비 오남용 실태를 낱낱이 밝혀왔다. 이제 국회가 나서 검찰 특수활동비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때다.
1. 검찰 특수활동비의 불법적 운영 실태가 명백히 드러났다
역대 검찰총장들은 기밀수사 시 현금 사용과 ‘집행내용확인서’ 생략을 허용하는 기획재정부 및 감사원 지침을 악용해 거액의 현금저수지를 조성했다.
정보공개 소송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17개월간 70억 원 규모의 특수활동비가 현금화되어 검찰총장 비서실로 전달됐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 시절에도 같은 방식으로 현금저수지가 조성됐다. 특수활동비를 검찰총장 마음대로 금고에서 꺼내 쓸 수 있는 쌈짓돈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돈봉투 만찬 사건’이 불거지자, 검찰은 해당 시기의 특수활동비 집행자료를 불법으로 폐기하기도 했다. 단순한 예산 낭비를 넘어선 명백한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이는 특수활동비가 검찰총장의 ‘통치자금’이자 검찰조직의 ‘쌈짓돈’으로 전락했음을 입증한다.
2. 기밀수사를 위한 예산이라는 주장은 허구다
특수활동비의 실제 집행내역을 보면 명절떡값, 연말 몰아쓰기, 퇴임/이임 전 몰아쓰기, 자의적 격려금 지급, 비수사부서 지급, 심지어 공기청정기 렌탈비와 휴대폰 요금 납부, 상품권 구입 등에 마구잡이로 사용됐다.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4번의 명절에 걸쳐 2억 5천만 원을 떡값으로 썼고,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2023년 6월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격려금’을 뿌렸다.
이는 기밀수사를 위해 특수활동비가 필요하다는 검찰의 주장이 빛좋은 개살구였음을 입증한다.
3. 국회는 검찰 특수활동비 전액 삭감으로 예산개혁을 완수하라
국회는 2017년 말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를 수용해 자체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하고 업무추진비로 전환했다. 이제 검찰 특수활동비도 같은 개혁이 필요하다. 정말로 수사에 필요한 예산이라면 투명한 관리가 가능한 특정업무경비로 전환하면 된다.
우리의 요구
국회는 2025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검찰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하라
필수적인 수사 예산은 투명한 관리가 가능한 특정업무경비로 전환하라
문무일, 윤석열, 이원석 등 전임 검찰총장 시기의 불법적 특수활동비 집행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
검찰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특수활동비를 쌈짓돈처럼 써왔다. 이제 국회가 예산 심의권을 발동하여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는 국회가 검찰 특수활동비 전액 삭감이라는 결단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공익활동과 데이터·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캠프, ‘변화를 위한 데이터·기술-캠프닷(dot)’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캠프닷은 지리산포럼의 협력 프로그램으로 10월 2일 지리산 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에서 진행되었는데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슬러기시 해커스는 이날 오전에 AI에 관한 토론, 오후에는 다양한 워크숍과 IT 상담소를 마련하였습니다.
열린 토론 – AI 디깅
흔히 인공지능으로 번역되는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하는 기술을 이르는 용어입니다. 요새 많이들 활용하는 ‘챗GPT’와 같은 서비스는 그 중 인간적인 대화와 소통에 특화된 AI 모델입니다. 사용자가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언어로 무언가 요청하면 챗GPT는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고 사람처럼 대답을 돌려준다는 것이지요.
커뮤니티 기반 전략컨설팅 그룹, 섀도우캐비닛(https://shadowcabinet.kr/)의 김희원 대표는 이 챗GPT를 소개하며 화두를 열었는데요, 이 서비스를 활용해 길고 복잡한 보고서를 요약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성명문(심지어 ‘인스타그램 말투’가 적용된 버전도)과 국회의원에게 보낼 질의서를 수 분만에 만드는 모습은 격무에 시달리는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마음을 뺏은 듯했습니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AI 모델에게는 문제점도 많았습니다. 개발자가 AI 모델을 어떤 데이터로 어떻게 학습시켰는지, AI 모델은 어떤 것을 근거로 답변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이처럼 불투명하고 모호한 절차를 통해 생성된 결과에 대하여 서비스 제공자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도 그렇고요.
챗GPT와 같은 AI 모델이 내놓는 결과물에는 오류들, 그럴싸한 가짜 정보들이 섞여 있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 결과물을 항상 점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오류가 너무 그럴싸하면 판별할 수 없겠지요.
자료조사나 기본적인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단순한 일에만 활용하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노동자의 업무를 대체한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이런 사소한 요청 하나하나에 많은 양의 에너지 자원이 쓰인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어 정보인권연구소(https://idr.jinbo.net/) 장여경 상임이사는 AI가 형량, 시험 점수, 환경영향진단, 건강진단, 채용 등 인간사회의 의사결정과정에서 활용되며 야기하고 있는 문제적 상황들을 소개하였습니다. AI가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선입견을 학습하게 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러한 학습 과정과 알고리즘(AI 모델이 따르도록 마련한 일련의 절차나 규칙)이 비공개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이에 대한 법적 문제제기도 어려운 형편입니다. AI가 인격체가 아니기 때문에, AI의 혐오발언은 그저 학습된 데이터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수집된 데이터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인지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모호함으로 손댈 수 없는 사이 AI는 마구잡이로 데이터를 먹으며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편향된 가치관의 학습, 정보주체의 동의 없는 무단 학습, 그리고 그런 학습을 통한 결정이 우리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점이 현재 AI 기술의 독소적인 면이라 하겠습니다. 여러 디지털 기술이 그래왔듯, AI 기술도 하나의 업무적 도구로 널리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우리가 요구할 것은 그 기술 개발 과정의 투명성일 것입니다.
나만의 AI보좌관 만들기
이어 오후에는 시민활동가들에게 도움이 될 주제로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섀도우캐비닛 김경미 대표는 대화형 AI인 챗GPT를 사용자의 필요에 맞게 학습시키고 조정하여, 마치 사용자를 ‘보좌’하는 것처럼 맞춤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시연해 주셨습니다. 챗GPT에게 뭘 물어봐도 영 뜬구름 잡는 대답만 돌려받았던 경험, 챗GPT가 작성한 문서를 다시 한 땀 한 땀 적확한 표현으로 고쳐 쓰느라 시간을 더 쓴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흥미로운 강연이었습니다.
이런 ‘AI보좌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유료 버전을 결제해야 합니다(아아… 방 안을 감싸던 아쉬움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그 후엔 크게 세 가지 작업이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맞춤형 지침(custom instruction)’을 설정해 두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챗GPT를 통해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지, 문체는 어때야 하는지 등의 지침을 입력해두면 챗GPT가 이를 가이드라인 삼아 응답하게 된다고 합니다. ‘나는 기후위기 문제를 다루는 환경단체 중견 활동가로서 성명서 쓰기를 목표로 한다’, ‘응답 내용의 출처를 제공한다’ 등의 지침을 입력해두면 챗GPT가 이에 걸맞게 응답을 돌려준다는 것이죠.
다음으로 필요한 작업은 챗GPT가 학습할 문서를 업로드하는 일입니다. 사용자가 써두었던 글들을 업로드하여 챗GPT가 그의 주제의식, 문체, 서술 방식 등을 학습하게 하면, 사용자처럼 일관된 문체와 어조로 응답할 수 있게 된다고 하네요. 사용자의 문서 외 참고 자료를 업로드하는 것도 또 다른 활용 방안 중 하나입니다. 워크샵에서는 예시로 법률 조항을 업로드하고 법적 검토가 필요한 문건에 대해 간단히 리뷰하도록 맡기는 방안이 소개되었네요.
마지막으로는 챗GPT의 응답에 대해 피드백을 자주 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용자가 원하던 응답이었는지, 어떤 표현에 대해 수정이 필요한지 등을 대화하듯 피드백할수록 챗GPT의 응답이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조율된다고 하네요. 이러한 점 때문에 김경미 대표는 챗GPT가 신입 활동가보다는 중간 관리자나 선임 활동가들에게 더 유용한 도구일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문서의 어떤 점이 미흡하여 보완이 필요한지, 그 보완의 방향성은 어때야 하는지의 눈썰미가 있는 사용자에게 더 적합하다는 것이죠.
김경미 대표는 챗GPT를 ‘초안 작성용’에 초점을 맞추어 활용할 것을 추천했습니다. 최종 공개용으로 사용하기엔 결국 사람이 다듬어야 할 부분들이 존재하고, 응답에 포함된 정보가 100% 신뢰할 만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등의 단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초안 작성용으로 적합한 장점 때문이기도 합니다. 바로, 작성이 매우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사용자는 아이디어 정리하기, 초안 짜기와 같은 기초적인 ‘그림자 노동’에서 시간을 아끼고, 그 글을 발전시키는 다음 단계들에 노력을 더 쏟을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맞춤형 프롬프트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겐 가장 솔깃한 활용 방안이었습니다. 우리가 좋은 질문과 자료를 학습시킴으로써 시민단체 활동가를 위한 챗GPT를 만들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죠. 챗GPT 등 대화형 AI 응답의 신뢰성이 불확실한 지금, 김경미 대표는 “결국 누가 이 생태계에 좋은 자료를 계속 던지느냐도 중요한 배틀그라운드”라며 우리들이 좋은 자료를 학습시켜 두는 것이 이롭다고 조언하였습니다. AI가 업무에 불가결한 미래가 올 수밖에 없다면, AI를 활용하며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인권을 존중하고 공신력 있는 응답의 기반을 다져 놓는 것이 우리 활동가의 새로운 목표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와이파이 해킹하기
정보공개센터와 슬러기시 해커스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후니는 [와이파이 해킹하기]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세션을 열었습니다. 이 신기한 제목에 이끌린 참가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습니다.
[와이파이 해킹하기]는 말 그대로 와이파이를 해킹하는 모습을 직접 시연함으로써 일상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와이파이가 얼마나 해킹에 취약한지 알아보고,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보안수칙을 지켜야하는지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후니는 ‘와이파이 너겟’이라는 장비를 이용하여 와이파이 패킷을 어떻게 하는지 시연했습니다.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간단한 장비로 주변의 와이파이 신호를 스캔하고, 각 기기가 어떤 와이파이에 연결을 시도하고 있는지 SSID 목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장비인 ‘와이파이 파인애플’은 가짜 액세스 포인트(AP)를 생성해서, 주변 디지털 기기의 와이파이 접속을 유도하는 장치입니다. 만약 누군가 와이파이 파인애플이 생성한 AP에 접속하면 해당 디지털 기기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모조리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 두 가지 장비가 결합되면 무서운 일이 벌어집니다. 어떤 해커가 ‘와이파이 너겟’과 ‘와이파이 파인애플’을 가지고 카페에 간다고 가정해봅시다. 해당 카페는 비밀번호가 걸려있지 않은 ‘Hello_Cafe’라는 공용 와이파이를 쓰고 있고, 카페 손님들이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상황입니다. 와이파이 너겟은 주변의 디지털 기기들이 어떤 와이파이를 사용하고 있는지 목록을 확인할 수 있고, 와이파이 프로토콜의 취약점을 이용해 특정한 AP에 연결된 기기들의 연결을 강제로 끊는 디오스(DeAuth)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와이파이가 끊긴 손님들은 다시 ‘Hello_Cafe’에 다시 연결을 하려 들거에요. 그때 해커가 와이파이 파인애플의 가짜 AP 이름을 ‘Hello-Cafe’로 바꿔둔다면, 아무 생각 없이 카페 와이파이가 아닌 와이파이 파인애플의 AP로 접속하는 사람도 생기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해당 디지털 기기의 모든 활동 내용은 해커에게 흘러들어가게 됩니다. 메시지 내용, 들어간 웹사이트, 심지어 입력한 정보까지 모두!
후니는 공공장소의 무료 와이파이 사용을 조심해야 한다고 두번, 세번 강조했습니다. 특히 일부 프랜차이즈 카페는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해서 로그인 페이지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하고 있는데, 해커들이 프랜차이즈 카페처럼 AP설정하고,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로그인 페이지를 만들어서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한 순간에 훔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와이파이 해킹보다 간단하고, 위험한 USB 해킹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습니다. 한 실험에서는 대학 강의실에 USB를 놓고 갔더니, 30-40%의 학생들이 그걸 자기 컴퓨터에 꽂았다고 합니다. 해킹 툴이 들어있는 USB는 컴퓨터에 꽂는 순간 바로 해킹으로 이어지니, USB 사용도 매우 주의해야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일상 속에서 해킹을 예방하기 위한 예방수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공 와이파이는 가능하면 사용하지 말자
웹사이트 주소 앞에 ‘https://’가 있는지 꼭 확인하고, https가 아닌 http 주소 웹사이트는 되도록 접속을 피하라
모르는 와이파이에 자동으로 연결되는 기능은 꺼두자
은행 업무같이 중요한 일은 집이나 신뢰할 수 있는 와이파이에서만 이용하라
폰이나 컴퓨터의 업데이트는 미루지 말고 항상 최신 버전으로 유지하라
와이파이 비밀번호는 길고 복잡하게 만들어라
후니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건 ‘작은 기술’의 힘입니다. 엄청난 기술이 아니더라도, 간단한 기술만으로도 해킹이 가능하고, 또 나를 지킬 수 있습니다. 내가 해커가 아니더라도, 해커가 어떻게 나의 정보를 노리는지 수법을 아는 것만으로도 해킹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와이파이 해킹하기>세션을 준비하기도 한 것이구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디지털 기술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어떤 위험을 불러올 수 있는지 인식하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안전한 방향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는 것이 디지털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지혜가 아닐까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비영리단체의 개인정보 처리와 보호에 관한 워크샵
이번 워크샵에서는 오병일 진보넷 대표가 개인정보의 개념 및 쟁점, 비영리 단체가 개인정보 처리자로서 정보를 어떻게 수집, 관리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슬러기시 해커스의 개발자 갱이 자동적으로 개인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오픈소스 툴을 직접 개발해 사용법을 소개했습니다.
먼저 오병일 대표는 영리 목적의 기업뿐만 아니라, 회원관리나 상담 업무를 하는 비영리단체도 모두 개인정보 처리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제대로 수집하고 처리하는 것이 단체의 신뢰성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짚어 주었습니다. 유출된 개인정보가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하지만, 취업 과정에서 성별 정보 등 과도한 정보의 수집이 차별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등 개인정보 보호가 단순히 정보 보호를 넘어 인권의 문제와도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정보란 정확히 어떤 정보를 지칭할까요? 이름이나 주민번호 같이 직접적으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와 결합하여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도 모두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개인정보의 범위에 대해 쟁점들이 생기고 있는데, 예를 들어 자동차 번호판 정보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최근 자동차 번호 자체는 개인정보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이는 매우 논쟁적인 결정이라고 합니다. 차량의 위치를 추적하고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로 보아야 한다는 반론이 있는 것이죠.
또한 맞춤형 광고와 관련된 쿠키 정보도 뜨거운 논쟁거리입니다. 광고 사업자들은 이용자의 실명이나 연락처를 모르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개인의 관심사와 행동 패턴을 추적하고 그에 따라 다른 광고를 보여준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이 역시 개인정보에 해당합니다. 이런 사례들은 디지털 시대에 개인정보의 개념이 계속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실무적인 측면에서는 개인정보 처리의 기본 원칙들을 배웠습니다. 개인 정보를 수집할 때에는 수집 목적을 명확히 하고, 보유 기간을 설정하며, 필요한 동의를 꼭 받아야 합니다. 특히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는 반드시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중요한 내용이었습니다. 민감정보(정치적 견해, 건강정보, 성적 지향 등)는 별도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강연 후반부에는 개발자 갱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도구를 소개했습니다. 구글 앱스크립트를 활용해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만료되면 자동으로 삭제되는 프로그램을 시연했는데, 대부분의 단체에서 다양한 신청/작성 폼에 구글 시트를 연동하여 개인정보를 관리하기 때문에 처음 설정만 해놓으면 매우 유용하고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정보 처리자에게는 법적으로 준수해야 할 사항들이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공개해야 하고 정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위반 시에는 벌금이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각 단체에서 더욱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영리단체에서도 회원정보나 후원자 정보, 각종 행사 참석자, 상담 기록 등 많은 개인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실무를 하는 활동가와 조직의 책임자 모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요, 이번 강연을 통해, 시민사회 단체에서도 개인정보 관리 체계와 방침을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젠더 데이터 디깅하기
늦은 오후엔 캠프닷 마지막 행사, ‘젠더 데이터 디깅’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어떤 수치들을 결정할 때에 성 고정관념이 반영되곤 한다는 점,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예컨대 80~85cm라는 싱크대의 높이는 우리나라 비장애 여성의 평균 신장이, 170cm라는 지하철 손잡이 높이는 우리나라 남성의 평균 신장이 반영된 결과물이었습니다. 어떤 성별, 어떤 신체조건의 사람이라도 싱크대와 지하철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과 가구의 수치를 다양화하는 데엔 성별에 관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데이터를 성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일, ‘젠더 데이터’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일은 성평등한 의사결정을 위해 무척 중요합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소장, 슬러기쉬 해커스 갱 개발, 오픈넷 오경미 연구원이 함께 꾸린 이 워크숍에서는 참가자들이 지역의 노년 여성 안전에 관한 젠더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생활 여건을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역’, ‘여성’, ‘노인’ 분야가 교차하는 곳을 파고들어 데이터 공백을 함께 메우고 문제제기 해보는 활동이었는데요. 지역, 노년, 여성 문제에 관심 있는 기자, 생활 기술을 교육하는 기획자, 기술을 활용해보고 싶은 개발자, 캠프가 열리는 산내의 주민 등 진행자들만큼이나 다양한 영역의 참가자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더욱 다채로운 활동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데이터 수집의 첫 걸음은 역시 ‘검색’입니다. 네이버, 구글 등에서 제공하는 검색 엔진을 이용하면 뉴스와 통계 자료 등 여러 자료를 찾아볼 수 수 있죠. 정진임 소장은 이런 수많은 자료 중 유용한 데이터를 가려 뽑을 수 있는 팁으로 ‘검색 연산자’를 활용할 것을 귀띔해 주었습니다. 데이터 중 공신력 있는 공공기관의 문서나 통계 자료를 우선 얻고 싶으신 적 없으셨나요? 검색어 뒤에 ‘site:go.kr’를 추가하면 정부기관 사이트 검색 결과만을 얻을 수 있고, ‘filetype:pdf’를 추가하면 pdf로 된 문서 파일을 검색해낼 수 있답니다. site 검색 시 go.kr 외에 비영리단체를 나타내는 ‘or.kr’, 연구원을 나타내는 ‘re.kr’도 추천합니다. 엑셀 파일을 검색하고 싶다면 ‘filetype:xls’, 아래아한글 문서를 검색하고 싶다면 ‘hwp’를 검색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정보공개센터가 단지 ‘구글링’하는 방법만 공유한 것은 아니죠. 데이터를 더 수월히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센터가 만든 공공데이터 사이트 목록, 〈GO 데이터 액티비즘〉을 참여자에게 제공하였습니다. 또, 열린·시민 기술을 만드는 플랫폼 협동조합 ‘빠띠’가 만든 데이터 제보 프로그램 ‘물음표’를 소개드리기도 했는데요.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공익데이터를 모으고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데이터트러스트’에 제보되는 식이랍니다.
이렇게 다양한 검색 방안을 갖추고 참여자들은 저마다 관심 있는 데이터를 발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노년여성의 심리적(돌봄수혜), 신체적(건강), 공간적(주거), 경제적(빈곤) 안전에 관한 데이터가 한데 모였습니다. 결과물의 목록을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더욱 즐거웠던 것은 워크숍 동안에 나눈 수다들이었습니다. 찾고 싶은 정보가 무엇인지 말하면 어디서 찾으면 좋을지 같이 궁리하고, 수치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은지, 발굴한 데이터와 지역정책 및 예산 문제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 데이터 비공개는 무엇이 문제인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다가 이어졌거든요. 함께 데이터 액티비즘에 참여하며,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나누며 문제의식을 발전시킬 필요성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워크숍을 통해 노년 여성이 겪는 어려움들에 대한 연구, 시군구 별 노년 여성 현황 통계는 찾을 만했지만, 이들의 교차점에 있는 지역 노년 여성에 대한 연구, 그리고 읍면동 단위의 통계처럼 세밀하고 구체화된 정보들은 찾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에 관해 정진임 소장은 존재하는 데이터를 찾는 것만큼 부재하는 데이터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코멘트했는데요, 그를 통해 우리가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어디에 요구할 것인지 목표와 방향성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겠죠.
마치며
사회 변화와 데이터/테크놀로지를 어떻게 연결할까 하는 고민으로 시작된 캠프닷, 이렇게 지리산포럼에서 2024년 행사를 마쳤습니다. 요즈음 가장 뜨거운 감자인 AI 기술은 어떤 점에서 문제적인지, 다가오는 AI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열띤 토론부터 시작하여, 와이파이와 같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디지털 기술 이해하고 업무에 활용하는 방법, 데이터를 모으고 사회문제를 드러내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내년에도 알찬 캠프닷 프로그램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저희도 노력하겠습니다!